[탐사일기 제9일] (2) 그들의 잔치, 우리의 잔치
[탐사일기 제9일] (2) 그들의 잔치, 우리의 잔치
한참을 타우포 호수를 끼고 돌며 차가 달린다. 마치 그림 위를 달리는 듯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는 정말 힘이 든다. 이참에 외계어를 좀 배워야 할까 보다.
이윽고 차는 번지 점프장에 닿는다. 이곳은 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촬영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만화가인 허영만 선생도 티셔츠 하나를 공짜로 얻기 위해 뛰어내렸다는 이곳 번지 점프장. 필수 코스가 아니고 옵션이어서 희망하는 사람만 번지를 하기로 했다.
김 대장이 근처에 제트 보트를 타는 곳이 있다고 하여, 지도자들을 모았다. 이 피디, 지 사장, 김 사장이 이곳에 남고, 김 대장, 박 부대장, 임 선생님, 소 선생님, 한 기자, 김 팀장, 김 부장이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김 부장이 번지는 몇 초 동안 짜릿함을 느끼지만, 제트보트는 30분 동안 번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너스레를 친다. 보트장에 도착하니 직원이 우리의 복장을 보고 "Korean Army?" 하며 농담을 건다. 처음에 8명이 다 탈거냐고 묻더니, 6명만 탈거라니까 주변에 있는 우수마발(牛溲馬勃; 이것은 아이들과 일부 어른들한테는 좀 어려운 표현이므로 주를 달아 주어야겠다. 우수마발은 소 오줌과 말 똥, 그러니까 별 시답잖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을 다 끌어들이며 12명을 만들어 놓는다. 이곳 사람들은 일을 재미있게 하여 손님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블랙워터 래프팅에서도 그렇고, OPC에서도 그렇고, 와카파파 매점 점원도 그렇고, 또 여기서도 그렇다.
인원이 차서 출발할 무렵 김 대장과 김 부장이 우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간단한 의식을 해 주었다. 그리고 보트를 타고 출발. 30분 동안 곡예를 하는 보트를 탔다. 여자와 아이들이 타기에 좋은 레저 시설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코스 마지막 부분 쯤 눈에 들어온 후카 폭포였다. 비록 높지는 않으나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장엄하기 그지없으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그 바람이 마음속까지 들어왔다 휘돌아 나가는 기분이다.
찍은 사진은 임 선생이 대표로 사서 스캔하여 준단다. 번지 점프장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의 번지점프도 끝이 나 있었다. 김 사장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보나마나 우리 호박탱이 '윤미'를 놀리고 있을 게 뻔하다. 번지가 아니라 밀려서 떨어졌다는 둥, 비명 소리가 천둥소리 같았다는 둥. 임 선생의 말에 의하면 '왕삐짐'한 윤미는 번지 증서를 전해 주려 했더니 찢어버리라 난리를 쳐서 할 수 없이 가방에 몰래 넣어 주었단다.
번지를 한 사람은 시각 장애우 대원 5명과 슬기. 슬기의 이번 번지가 '생쌀밥' 사건을 덮어 줄 수 있을까? 여전사 의정이는 몸무게 미달로 그만 번지를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그 동안의 활동으로 보아 그 아쉬움을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이렇게 그들의 잔치, 우리의 잔치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