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영애(가명, 26) 씨는 봄이 싫다. 황사 때문이다. 수십 장의 1회용 마스크를 구입한 그는 “세탁해도 중금속이나 먼지가 남을 것 같아 아예 1회용을 쓴다”고 말했다.
4월 1일 황사가 한반도를 ‘습격’했다. 만우절의 서울 하늘은 거짓말처럼 누렇게 변했다. 마스크와 머플러로 중무장한 시민 몇 명만이 한산한 거리를 거닐었다.
이 날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1시간 평균 1200㎍/㎥을 넘었다. 영남 지역에서는 최고 2019㎍/㎥가 관측됐다. 기상청 황사 경보 기준(800㎍/㎥)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심한 황사가 발생할 때 한반도에 내려앉는 미세먼지의 양은 6만~7만톤이라 지적한다. 이는 이집트 '대피라미드'에 사용된 돌의 무게와 같다.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 내륙부터 몽고와 중국의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 지역이다. 사막에서 상승기류를 만나 뜬 모래 먼지는 한반도 상공에 도달해 하강기류를 타고 내려앉는다. 주로 기류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1~10㎛ 크기의 미세먼지가 호흡기나 안과 질환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황사가 올 때는 외출을 삼가고 밖에서 돌아오면 몸부터 씻으라고 조언한다. 이 외에도 몸에 쌓인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가습기로 건조한 공기를 조절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황사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2003년 발표한 ‘황사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황사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온난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가 햇빛을 절반 이상 우주로 반사해 냉각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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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의 모래먼지가 세계의 '허파' 아마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환경부는 또한 황사가 12%의 석회 등 다양한 알칼리 무기염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성분이 산성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토양과 호수를 중화해주고 있다는 것. 무기염류는 해양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에 칼슘과 마그네슘 등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한다.
올해 1월 미국 바이츠만 연구소는 황사처럼 사막에서 부는 모래먼지인 ‘Saharan dust’(사하라 더스트)가 아마존에 미네랄을 공급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매년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오는 5천만 톤의 모래먼지가 아마존 삼림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대서양의 생태계를 연구 중인 과학자들은 사하라 더스트에 포함된 철이 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황사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산업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다. 그러나 지구 전체로 보면 고마운 현상일 수 있다. 기상청은 올 봄 1일에 발생한 것 같은 큰 황사가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사의 나쁜 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긍정적인 부분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