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시딩-포카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서두르는데 밖이 요란하게 시끄러워 나가보니 가이드, 롯지 부부와 운전기사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어제 지프를 예약할 때에는 분명히 6,000루피에 포카라까지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9,000루피를 달라고 하며 벌어진 소란이었다. 롯지 사장 부부는 외국인에게 그렇게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니라고 얘기하는 중이고 운전기사는 다른 동네에서 왔으니 9,000루피는 받아야 갈 수 있다고 언쟁 중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차를 부를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것이다. 7,000루피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중재안을 제시하니 그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7,500루피에 결정하였다. 빠르게 짐을 싣고 포카라로 향했다. 길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포장도로였다. 코너링도 한 번에 할 수 없어서 절벽 가까이 왔다가 후진하며 회전하는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를 달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나타나고 시속 80~90km를 넘나들며 달리기 시작하여 2시간 여 만에 우리 일행을 포카라 카일라스 리조트에 내려놓았다. 카고백을 정리하여 리조트에 맡기고 그동안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를 보조해준 포터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오늘은 경제적인 여건상 리조트가 아닌 롯지에서 머물기로 하여 재민 씨가 예약해둔 윈드풀하우스 롯지로 다들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15분이면 도착한다던 롯지는 20분을 가도 나타나지 않고 우리 일행은 지쳐가고 있었다. 내일 일정도 고려해서 리조트 근처의 롯지에 여장을 풀기로 하였다. 숙소를 정하고 산마루 한식당에 들려 김치찌개를 시키니 그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생하던 철형이 제일 맛나게 드셨다. 앞으로 이틀 동안 포카라에 머무는 동안은 산마루에서 식사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1020(바달 단다-시딩)

바달 단다에서 아침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하느냐 출발 시각이 20여 분 지체되었다. 출발 후 20분 만에 로우 캠프에 도착하여, 또 한 번 마차푸차레를 촬영하고 하행산행이 계속되었다. 포레스트 캠프와 시딩의 갈림길에서 시딩 쪽으로 접어들면서 가파른 산길이 계속되었다. 일행의 발걸음이 가벼워 하행속도가 빨라 가이드가 이런 속도면 시딩까지 한 시간이면 내려간다고 할 정도였다. 두 시간 만에 만난 롯지에서 음료수를 한잔하고 10여 분을 내려오니 오늘의 종착지인 시딩이 내려다보였다. 시딩 마을이 보이고 나서부터 오히려 하산길이 힘들어졌다. 시딩 마을에는 갈림길이 많아 표식을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따라 오던 환형과 포터 일행이 길을 잃고 말았다. 전화통화를 하고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아랫마을 쪽에서 포터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롯지에 첫 번째로 당도한 포터는 가이드에게 큰소리로 화풀이를 하였지만, 나머지 포터와 환형은 고생했다는 우리들의 인사에 환하게 웃어주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마을의 한 가정집을 방문하였다. 부엌과 침실이 한 공간에 있고, 부엌이라야 화덕에 나무 땔감으로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연기로 온통 꽉 찬 공간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본 원형은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모습이 부끄럽고, 앞으로 많이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하였다. 일행들도 네팔사람들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들 하였다. 저녁으로는 21일간 우리들의 짐을 날라준 포터들에 고맙다는 인사로 염소 파티를 열어주었다. 이제 내일 포카라에 도착하면 그동안 정들었던 포터들과 이별하게 된다. 힘들어도 아파도 한번 내색도 없이 늘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행복을 전달해 주었던 그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아쉬움과 서운함 감정에 복받쳐왔다.

 

1019(하이캠프-뷰포인트-베이스캠프-바달 단다)

다섯 시 반에 기상하여 전투식량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7시 베이스캠프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감기몸살로 힘들어하는 환형을 앞세우고 1시간 정도 지나니 벌써 하행하는 트레커들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늦게 출발하였다는 직감이 들었다. 2시간이 지나 마르디히말 뷰포인트에 도착하여, 차 한 잔을 마시고 힘들어하는 환형은 하산하도록 포터 한 명을 붙여 내려가라 하고, 나머지 대원들의 의견을 물으니 다들 베이스캠프까지 가자고 하였다. 고산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까지 가고 싶어 하는 의견을 존중하여 등행을 결정하였다. 1시간 40분을 올라가니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였으나 베이스캠프에서부터 가스가 끼여 보이지 않았던 마차푸차레는 더더욱 볼 수 없었다. 표지석 앞에서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12시 반이 다되어 되돌아온 베이스캠프에는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산을 서둘렀으나 눈발은 거세지고 지친 대원들의 발걸음은 더디었다. 가이드에게 먼저 내려가 점심을 주문하라고 내려보냈다. 가이드를 일찍 내려보낸 덕분에 빠르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유숙지인 바달 단다를 향했다. 환형과 원형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눈보라는 더더욱 거세졌다. 다행히 하산길이 짧아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여정을 풀고 좀 지나니 그동안 속살을 감추고 있던 마차푸차레가 그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틀 동안 보지 못한 마차푸차레의 일몰을 오늘은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간다. 이제 내일 시딩까지 4시간 정도 하산을 하면 기나긴 트레킹을 마무리하게 된다. 오늘까지 무려 20여 일을 잘 견뎌준 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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