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고등학교 3학년 이과반 교실
서현:선생님, 자연계 기출문제를 보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요. 어쩌면 좋죠? 미지:기출문제는 논술 가이드라인 발표 전의 문제들인데 이제는 그 유형이 달라지는 거 아닌가요? 김샘:주요 5개 대학에서 논술 유형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대학에서 발표하는 유형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기출문제도 확인해두면 좋겠지.
서현:논술 문제들이 교과서와 전혀 관련 없는 듯이 느껴져서 논술 과외를 해야 하나 걱정이에요. 이미 다니는 학원 수업만으로도 벅찬데…. 왜 논술 문제에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차이나는 어려운 제시문만 나오는 건지. 미선:맞아 맞아. 매번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고 얘기하면서, 자꾸 그렇게 어렵게만 내는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논술학원은 비싸서 다니기도 힘든데, 우리같은 학생들은 어떻게 대비하라는 것인지.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논술 문제로 출제되면 얼마나 좋을까. 김샘:그래, 너희들 말도 일리가 있어. 수능이나 내신의 부담도 만만찮은데 따로 논술을 준비한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일거야. 그 부담을 덜려면 학습주제를 논술과 연관짓고, 암기보다는 개념과 원리에 접근하는 공부 방법을 찾아야해.
서현:인문계 논술 문제는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누어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가능한 것 같은데 자연계 논술 문제는 어떻게 답안을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최근 자연계 논술에선 세트형 문제가 출제되고 있으며 답안을 800~1000자 정도로 요구하는 추세다. 짧은 답안은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답안을 정확히 썼는지를 파악하는데 좋다. 그러나 한 논제를 길게 설명하는 문제도 아직까지 자주 출제되고 있다. 문제가 여러 유형으로 출제되고 각각에 맞춰 답안을 작성해야 하므로 학생들은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논술 답안 작성요령을 익혀보고, 실제로 논술 답안을 작성해 보겠다. 일반적으로 자연계 논술 시험에서는 여러개의 제시문을 주고 서술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한 논제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유형을 살펴본다.
Q.세포에 관해 설명하시오(1000~1200자 분량으로 쓸 것). 이와 같은 문제가 나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안을 작성하겠는가. 우선 바람직하지 않은 답안의 예를 살펴보자.
세포는 생명의 기본 단위로서 모든 생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세포는 핵과 세포질로 돼 있으며, 생명활동의 중심이 된다. 핵은...... 세포질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문제를 보면 바로 답안을 써나가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쓰면 몇 줄 못쓰고 더이상 쓸 말을 찾지 못한 채, 논술 답안지만 붙들고 시간을 보내기 쉽다.
이제부터는 논술 답안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자. 그리고 개요를 한 번 작성해보자. 개요를 작성할 때 교과서를 참고하면 매우 도움이 된다.
세포와 관련된 생물Ⅱ 교과서Ⅰ단원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Ⅰ.세포의 특성(대단원) 1. 세포의 구조와 기능(중단원) 1) 세포의 발견과 세포설(소단원) 2) 세포 연구방법 3) 세포의 기본 구조 - 식물 세포와 동물 세포 - 원핵 세포와 진핵 세포 4) 핵의 구조와 기능 5) 세포질 내 소기관의 구조와 기능 6) 세포막의 구조와 기능
제시된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단원들 중에서 어떤 내용을 답안에 넣거나 뺄 것인지 추려내는 것이다. 세포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도 마찬가지다. 답안을 작성하기 전에 교과서의 내용을 정리하며 어떻게 써나갈지 구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포와 관련해 수능이나 대학별고사에 자주 나오는 내용은 ‘세포의 기본 구조’다. 그러나 세포와 관련해 더 심층적인 글감을 찾는다면 교과서에서 유난히 작은 글씨로 쓰인 도입부와 ‘세포의 발견과 세포설’, ‘세포 연구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앞 단원은 전체 단원의 개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개요를 작성한 다음 본격적으로 답안을 써나갈 때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답안을 작성할 때 되도록이면 ‘세포는 어떤 것이다’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축약해서 써서는 안된다. 자칫하면 내용 전개가 원활하지 못하게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 논술 문제에 대한 답안도 서론, 본론, 결론을 정해서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다.
서론을 잘 쓰고 싶다면 교과서에 작은 글씨로 쓰인 도입 부분을 참고해 연습해보자. 도입부는 교과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내용상의 큰 차이는 없다. 예를 들어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생물Ⅱ 교과서 12쪽에는 도입부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부품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마다 생명현상을 수행한다. 맨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작은 세포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또 어떤 기능을 할까?
이제 교과서 단원을 참고해 실제로 개요를 구성해보았다.
1. 서론 - 세포에 관한 개괄적 설명 2. 세포 발견의 배경 - 현미경의 발명과정 로버트 훅이 최초로 세포 형태 관찰 3. 세포 발견의 역사성 - 핵 발견, 식물세포, 동물세포, 세포설 4. 세포설의 내용 5. 세포설의 의의
이와 같은 개요로 작성된 예시 답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시답안
세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세포는 생명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부품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여러 생명활동을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세포 내부의 여러 유기적인 구조 덕분에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세포를 생명체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라 부른다.
세포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막과 세포 내 막구조물의 유무에 따라 진핵세포와 원핵세포로 구분할 수 있다. 진핵세포는 그중 핵막을 비롯한 막구조를 가지는 세포를 일컫는다. 진핵세포에서 유전 정보를 가지는 DNA는 보통 핵막 안에 위치하므로 핵이 세포활동의 중추가 돼 생명체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고, 여러 형질을 결정한다. 진핵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 중심체, 리보솜, 소포체 등의 세포소기관이 있어 다양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한다.
세포 연구는 그동안 현미경의 발달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네덜란드의 안토니 레벤후크는 렌즈 하나로 270배 확대할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들어 혈액, 근육, 정자, 우물물 속의 작은 생물들을 관찰했고, 영국의 로버트 훅은 얇게 저민 코르크 조각을 관찰해 처음으로 세포의 형태를 봤다.
사실 훅이 실제로 관찰한 것은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라 죽은 코르크 세포의 세포벽이었다. 하지만 이 관찰로 훅은 세포(벽)들이 모여 벌집 모양의 작은 방(cell)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했고, 이렇게 세포(cell)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훅은 관찰 결과를 발표해 많은 과학자가 세포 연구를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후 1831년 브라운은 핵을 발견했다. 슐라이덴은 식물세포를 연구해 제비꽃에서 소나무에 이르는 모든 식물이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슈반은 동물세포를 연구해 개미에서 사자에 이르는 모든 동물이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두 사람은 ‘세포는 모든 생물체의 구조적 단위일 뿐만 아니라, 생명활동이 일어나는 기능적 단위’라는 세포설을 발표했다. 그 뒤 피르호가 여기에 ‘모든 세포는 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라는 내용을 추가해 슐라이덴과 슈반의 세포설을 완성했다.
세포설은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를 세포라는 공통적인 구조로 묶어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 또한 생명현상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생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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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와 다른 내용의 답안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것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답안을 제시한 예일 뿐이다. 교과서는 논술답안의 지식보고다. 그러니 처음에는 교과서를 요약해보는 것으로 논술 답안 작성 연습을 시작하자.
각 단원별 구조를 개요로 바꿔서 생각하면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교과개념을 폭넓고 정확히 이해할 수도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