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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일(방콕 전일 관광)
휘발류 1리터에 400원 하는 나라다. 생각보다 교통 체증이 엄청난 나라다. 오늘 오전에
우리를 안내할 사람은 태국 현지인 가이드이다. 그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만득이라고 했다. 충분히 나온 배와 넉넉한 얼굴에 유머가 넘치는
가이드였다. 한국에는 한번도 안 가 보았다는 그인데 그래도 한국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 한강, 서울대, 연대, 고대, 강원도, 부산 영도 다리
등등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소양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능청스레 노래를 한 자락 한다.
옛 왕궁 관광
태국인들의 심장부와도 같은 이곳은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정취가 있다. 높이 솟은 궁전과 누각,
사원들은 모두 금박 잎새, 자기, 유리로 찬란하게 장식되어 눈이 부시다.
현재 이 왕궁에 실제로 왕은 살지 않지만, 현 태국의 국왕(King Bhumibol Adulyadej)은 살아있는 사람으로 가장 고액권 화폐에 실릴 정도이며 민중의 아버지로서 "살아있는 신"으로 태국인들의 존경을 독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왕궁에서 짧은 치마나 반바지, 슬리퍼 차림은 피해야 하고 왕의 사진이나 왕을 모욕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 만약 반바지를 입었을 경우 왕궁 앞에서 치마처럼 둘러서 가릴수 있는 천조각을 빌려서 입장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한국인 가이드가 동반할 수 없는 지역이라 혼자서 들어가거나 아니면 태국인 왕궁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어느 누구든 최고 지도자가 살고 있는 곳을 가보고 싶어한다. 외국인들이 경복궁이나 청와대를 가보고 싶은 것처럼 한나라의 왕궁은 신성하고 흥미로운 곳이다. 사원과 왕궁을 중심으로한 관광 단지는 매일 오전 8시 30분에서 12시까지, 오후 1시에서 3시 30분까지 개장된다
에머랄드 사원 관광
왓프라케오, 또는 온통 에머랄드와 같은 보석으로 치장했다고 해서 간단히 줄여서 에머랄드
사원이라고 부른다. 에머랄드 사원은 태국 내 1천9백개의 사원 중 단연 최고로 꼽히며 1782년에 건축된 이 사원이 있는 왓 프라케오(Wat
Phra Kaeo)에는 15세기에 조각되어 라오스에서 들여와 18세기 말에 여기에 안치된 태국인들이 국보 1호로 꼽는 75㎝ 높이의 신비스러운
에메랄드 불상을 만날 수 있다. 원래 이 불상은 라오스에서 가져와, 새벽사원에 모셔졌다가 이곳으로 오게되었다. (태국어로 Wat은
사원(temple)을 의미한다.) 특히, 이 불상은 계절에 바뀔 때마다 태국의 부미볼 국왕이 직접 불상의 옷을 갈아입히는 의식을
거행한다.
방콕 수상시장 관광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은 중요한 교통로 뿐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생활
용수로도 중요하다. 강가에 늘어선 수상 가옥과 시장 사람들, 열대 과일의 천국이다. 강이 오염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흙이 섞여있지만
물이 결코 오염되지 않았다. 그네들은 세수도 하고 목욕과 세탁도 한다. 석회질이 많이 섞여 있단다. 메기-물반 고기반동양의 베니스, 방콕
수상시장 새벽사원으로 이어지는 진한 흑빛을 하고 있는 차오 프라야 강(Chao Phrya River)의 곳곳에는 오래된 나무로 지어진 주택들과
배를 타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품들은 매우 다양하여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육류, 어패류, 수공예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모두 있다. 수상시장은 물과 함께 살아가는 태국인들의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으며 싱싱한 과일과 수공예품들을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다.
관광객들을 반기며 달려드는 잉어와 탁하고 흐린 물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어린아이와 빨래를 하는
아낙들은 우리의 60~70년에 낯익은 광경들이다. 또한 찾아오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1,000원'을 외치며 한국말을 제법하는 장사꾼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망고-mango, 람부스탄-rambustan,
망고스틴-mangosteen)
차오프라야강은 언제나 황토빛 색깔을 띠고 있다. 탁한 강물이 상류로부터 반입되어 메기나 잉어들이 살기에는
적절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방콕의 젓줄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의 사원은 1842년에 준공되어 라마5세
왕의 말기인 1909년에 완공된 높이 75m의불탑입니다. 새벽의 사원안에는 부처에 관계되는 많은 불화와 조각품들이 있읍니다.
보석 세공소 관람
다음에 도착한 곳은 아시아 최대 보석 전시장인 World Gems Collection 이었다. 거대한
보석 틀제작 작업장, 보석세공 작업장, 완성품 세척 작업장을 지나면서 현지 가이드(한국 교포)의 설명을 들었고, 아시아 최대 보석 전시 및
판매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전시장 희귀 보석들을 구경했다. 보석은 인류의 역사에서 권력과 부의 상징물로서 여겨져 왔단다. 지구상에는
3천여 종의 광물이 있으며 그중 100여종이 보석으로서 분류되며, 값비싼 보석은 20∼30여종에 불과하단다. 보석이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아름다움(Beauty), 희귀성(Rarity), 내구성(Durability)이 요구되는데 보석중의 보석으로 불리우는
다이아몬드의 경우 눈부신 광채와 황홀함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며 극소의 매장량으로 소유를 제한하고 외부충격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기에 보석중의
보석으로 불려 질 수 있단다. 보석의 등급 판정은 '색깔(color)', '투명도(clearence)', '세공상태(cutting)',
'크기(size)' 등이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30여분정도 보석에 대한 상식을 넓힐 기회를 가진 후 보석판매장에서
이번 해외여행을 떠나올 때부터 고민거리였던 아내 선물로 보석을 사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난 달과 관련지어서 설명을 했다. 나는
아내의 생일 달과는 달랐지만 국내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고 해서 진주 목걸이를 하나 샀다. 칭찬을 받을라나 모르겠다.
※ 월별 보석명과 색상 및 의미
토산품 상점
악어 가죽이나 가오리 가죽 제품, 불교 상품 보석 등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실질적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것 같아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고 나는 대나무로 만든 세팍타크로 공을 하나 사서
아들에게 선물했다.
밤 12시 비행기라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저녁 식사 후 우리는 태국 시내의 시장과 뒷골목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상품과 장사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각종 음식류, 기념품, 옷, 토산품 등등.....호기심에 바퀴벌레를 튀겨서 팔기에 사먹어 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퀴벌레처럼 생겼지만 물방개 같았다. 맛은 번데기 같았다. 오광범 교장 선생님과 같이 다녔는데 어떤 네팔 사람이
다가와서 당신들 '네팔리'? 즉 네팔 사람이냐고 아주 반갑게 물었다. 그 사이에 벌써 네팔 사람처럼 되었나보다.
드디어
비행기가 깜깜한 방콕 공항을 이륙했다. 13박 14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깊은 수면에 빠졌다.
히말라야의 추억을 오랫동안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다. 대지와 인간과 신이 함께 거주하는 히말라야를
말이다. 류시화의 시를 감상해 볼까요?
※ 히말라야의 새 ----------------- 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 오백 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 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 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 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 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의 새라고 부르는 붉은 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해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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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일(카트만두→방콕)
간단히 아침을 마친 우리는 이제 태국의 수도 방콕으로 향했다. 네팔의 비행기는 시간도 잘 지키지 않았다.
자욱한 안개와 비행기의 연착에도 안내 방송도 없고 그저 당당하다. 이런걸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공항은 트레킹과
관광객들로 인종 전시장 같았다. 공항 대기 중 화장실에 잠깐 갔다가 들어오는데 공항 관리인이 못 들어가게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당신
외국인이냐고 묻는다. 아마 나를 네팔 인으로 생각했는가 보다.(ㅋㅋㅋ...)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비행기는 이륙을 하였다. 비행기의 좌측으로
보이는 히말라야산맥의 빙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밑으로 보이는 가파른 사면에 계단식 경작지와
작은 집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지표상에 나타나는 인간 거주의 취락과 경관은 지표상에 인간이 모자익한 것이라고(Human
Mosaic)..... 벵골만을 건너 방콕으로 가는 도중에(갈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느 구간은 항상 기류의 흐름이 나쁜지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히말라야 산맥을 돌아 나오는 제트 기류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항공기가 방콕 가까이 접어들자 여기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메남 평야(차오프라야 강에 의하여 형성된 거대한 퇴적 평야)의 광대함과 잘 정돈된 경지들이 평야 지대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 창 밖으로 벌써 후끈한 기운이 느껴져 여기가 열대의 나라임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해가 저물고
있으므로 오늘은 편히 쉬고 내일 방콕 전일 관광을 하기로 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도중에 한국인 가이드는 내가 지금까지 본 어느 관광
가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프로였다. 해박한 지식 뿐 아니라 고급 언어와 문장의 구사 능력 등 이런 가이드를 만나는 것도 여행의 큰 복이리라.
그에 의하면 태국은 빈부의 격차가 매우 크고, 내기와 도박의 천국이며 킥복싱과 축구의 광들이 사는 나라, 그리고 사원과 승려의 나라, 소승불교에
바탕한 내세에 희망을 두고 사는 사람들이라 했다. 약 7000여 교민이 산다고 했다.
태국왕실의 승려로부터 전수된
민간요법으로 전래되어온 전통지압법인 '태국전통안마'를 체험하러 갔다. 전통 안마장은 겉보기에는 우리나라 동네 목욕탕(찜질방)과 비슷한 시설을 한
것 같았다. 사전에 예약된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1대1로 마사지사(안마사)가 붙어 깨끗하게 발을 씻긴다. 20여명에 이르는
일행이 커다란 방에 나란히 눕자 마사지사가 1시간 30분정도 땀을 뻘뻘흘리면서 온몸의 혈을 눌러 피로를 풀어준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비교적 규모가 큰 전통안마장엔 태국의 3가지 특수학교(코끼리 학교, 원숭이 학교, 안마 학교) 중의 하나인 '안마 학교'를 졸업한 600여명의 안마사들이 대기한단다. 원래 장시간에 걸친 참선 후에 굳은 스님들 근육을 풀기위해 행해지기 시작했다는 전통안마는 최고의 피로회복 마사지로 자리잡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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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일(포카라 →카트만두)
모처럼 좋은 호텔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우리는 07:00 간단한 차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일찍이 카트만두로 향했다. 페디로 올 때 본 길이었으나 새롭고 훨씬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계곡을 달렸다. 버스 운전 기사는 올
때보다는 얌전한 기사였지만 중앙선도 없는 이 하이웨이(?)를 달리는 우리는 여전히 약간 불안했다. 오후 2시경 카트만두에 도착하자 예의 그
매연이 메케했지만 올 때보다 덜한 것 같았다. 벌써 약간의 적응이 된 것일까? 비원에서 한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김치찌개와 오이 김치의
시원한 이 맛! 누군가 식민지 통치의 마지막 정복 단계가 언어와 입맛이라고 했다더니 길들여진 입맛을 어찌 속이랴! 점심 식사 후 우리는
Royal Singi Hotel에 여장을 푼 후 시내 관광과 개인별 쇼핑을 하기로 했다.
시내는 전형적인 옛
도시와 아주 적은 부분이나마 현대식 건물들이 복합되어 있지만 대체로 구 시가지가 그대로 존재하는 도시다. 가운데 공터가 있고 사각형으로 3-4층
높이의 전형적인 옛 건물들이 그대로 있고, 시내 곳곳에 작은 사원과 불상들이 있는 사원의 도시이다. 어디에서고 향 타는 냄새와 연기, 먼지들로
자욱하다. 수많은 경적, 오토바이와 릭샤(자전거 인력거)가 시도 때도 없이 다닌다.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옛 물건과 여러
가지 수공예품 양피 가죽 제품 등 현대화와 돈에 맛을 들인 상인들의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으로 보이고, 무쓰를 바른 젊은이들 등 이미 현대화의
물결에 휩싸여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인위적 환경들에 의해 이곳 역시 공해와 소음에 찌들어 가는 것
같다.
각자의 쇼핑이 끝난 후 저녁에는 정원이 있는 식당에서 통돼지 바비큐로 파티를 열었다. 전통적 악기를 연주하는 네팔
악사와 레쌈삐리리...... 그리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미련 때문인지 전통 네팔 증류주인 락시에 흥건히 젖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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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일(히말라야 호텔→M.B.C.3700m)
히말라야 호텔을 출발했다. 이제 경사가 점점 더 급해진다. 3000m를
넘어서자 어지럼증이 더하다. 빙하 녹은 물은 소리쳐 흐르고 얼어붙은 빙벽이 보이고 북 사면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경사를 갑자기 높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걸으라고 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그냥 걷는다. 도중에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피부색이 검은 여인이 사탕 한
알을 건넨다. 에너지 소스(energy source)라 했다. 우
<MBC에서 주인장들과> 리도 초코렛을 주었다. 이 깊은
안나푸르나의 성역에서는 너와 나, 인종과 문화의 차이도, 언어의 벽도 다 필요가 없는 듯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 멀리
MBC가 보였다. 절로 힘이 솟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하나 둘씩 모두 MBC에 도착했다.
골바람이 몰아친다. 먼지를 동반한
고약한 바람이다. 안나의 북 사면에서는 거대한 눈바람이 기둥을 만들며 하늘로 솟구친다. 마차푸차례 베이스 켐프에서는 히윤츄리와 안나, 남봉 안나
1봉,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 등의 설산(雪山)이 산줄기를 형성하여 마치 거대한 빙벽 병풍을 쳐 놓은 듯하다. 빙하에 의해 침식 받은 봉우리들은
날카롭게 솟아 있고 아름답다 못해 두렵고 가슴이 서늘하다. 4000m나 올라왔는데 여기서부터 또 4000m의 안나 1봉이 솟아 있으니 4㎞를
수직으로 세워 놓았다고 상상해 보시라.
내일의 마지막 ABC 트레킹을 위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개별
롯지는 추워서 있기가 좋지 않았고 우리는 모두 식당에 모여 침낭을 옆으로 덮고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밖에는 안개가 전체
롯지를 휘감아 앞뒤 구분이 안 된다. 잠시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깨끗하다. 천변만화(千變萬化)의 기상 변화다. 기온도 상당히
낮아졌다.
저녁 식사 후 MBC식당에서 쿡과 포터 그리고 롯지 주인과 우리는 같이 어울려 서로의 전통 노래와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사를 한글로 적어가며 네팔 노래 "레삼삐리리"를 배웠다. 괴산 김용국씨의 대금 연주도 듣고 어설픈 나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불렀다.
진도 아리랑 등 등 ..... 네팔과 우리 전통의 교감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전통에 무관심했나를
절실히 느끼는 반성의 시간도 되었다.(갑자기 한국 노래 한 번 해 보라는데 아리랑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추운 날
포터들은 계곡 옆의 동굴에서 비박(Biwak=bivouac : 등산에서, 천막을 치지 않고 바위 밑이나 나무 그늘, 눈 구덩이 따위를 이용한
간단한 야영을 이르는 말임)을 한다고 한다. 남금우 씨가 우리가 약간의 돈을 내서
그 <안나푸르나의 일출>
들을
롯지에 재우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이 추운 날 이 오지에서도 인간의 빈부의 차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인가? 안쓰럽게도 우리는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네들도 포터와 쿡 세계에 질서와 묵시적 규칙이 있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과자를 사 주었는데 먹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왜냐고 물었더니 전원이 다 모여 골고루 먹겠다는 것이다. 그들 사회에 존재의 양식이 따로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트레킹 과정에서 늘 마음에
걸리는 포터 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나이가 많아 보였다. 주변 친구들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나이가 70이란다. 칠십 노인이 포터를
하다니? 그들의 평균 수명이 60살 내외라고 하니까 그 노인은 한국 나이로 100세에 포터를 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가 건강하고 장수해서
행복하다고 해야 할는지 안쓰럽게 느껴야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선다.
전기가 없음이 이리 불편할 줄이야... 석유 버너로 불을
밝히고 네팔 노래를 배운다.
※렛산 피리리(날아라 나비야!!!)
1.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우데라 쟈우키
다라마 반잘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우데라 쟈우키 다라마 반잘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우데라 쟈우키 다라마 반잘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렛산 피피∼리∼
우데라 쟈우키 다라마 반잘 렛산
피피∼리∼
(비단 옷감이 팔랑팔랑∼ 비단 옷감이 팔랑팔랑∼)
(날아갑시다. 산에 살골짜기에 비단의 옷감이
팔랑팔랑∼)
(날아갑시다. 산에 살골짜기에 비단의 옷감이 팔랑팔랑∼)
(날아갑시다. 산에 살골짜기에 비단의 옷감이
팔랑팔랑∼) 레삼삐리리....
MBC 롯지에서 일하는 K. B. lama라고 하는 24세의 청년은 기타를 아주 좋아했다. 이 히말라야의 오지 4000m의
롯지에 기타라는 악기가 있다니!(그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인도에서 인도인 어머니와 네팔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인도 북부에서 긴
머리를 하고 다니다 인도 경찰에 잡혀서 칼로 머리를 잘려보기도 했고, 마리화나 등의 마약에 중독이 되어 있었는데 모든 것을 청산하고 이
히말라야의 오지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그의 노래는 아주 수준 급으로 느껴졌다.
ABC의 실제
주인은 옛날 한국 농촌의 보통 처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몸집이 비교적 뚱뚱한 처녀였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물으니 결혼은 다음 세상에서
한단다. 그리고 지금은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례가 자신의 애인이란다. 그래서 에베레스트며 강가푸르나, K2, 마나슬루, 갠지즈강 등 다 당신의
애인 하라고 너스레를 떠니 좋아 죽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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