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일기 제13일] 다시 인천으로!

8월 22일.


아침을 일찍 먹고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을 하는 중에 누가 또 방안에 있던 과자와 음료를 먹었나 보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김 사장이 어젯밤 장난 전화 한 사람은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물론 그대로 믿는 아이들은 없다.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공항 밖에 나와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자유시간을 주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삼성컴퓨터가 있다. 청소년 희망 찾기 탐사대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재준 어머니의 조바심이 들어 있었고, 자연 어머니의 응원이 들어 있었다. 내가 관리하는 카페에도 들어가 보았다.


출국 시간이 되어 출구에 집결하였다. 이제 뉴질랜드 대원들과 김 사장, 김 부장과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한 줄로 늘어서 이별의 악수를 나누는 가운데 자연이, 선정이, 예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꼭 다시 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임 선생님과 와인을 샀다. 와인의 세계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어 김 사장의 도움을 받아 적어둔 것으로 샀다. 이윽고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이 피디가 사 온 술을 꺼내 놓는다. 일찌감치 마시고 잠들 자자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지도자들과 나누어 마셨다. 온몸이 나른해져 온다. 그래도 이 피디는 잠이 안 오는지 연신 왔다갔다 한다. 스튜어디스에게 맥주를 얻어와 나누어 마셨다. 석희와 돌아가면서 맥주를 꽤 많이 얻어다 마셨다고 한다.


비행기는 홍콩 공항에 도착하였다. 뉴질랜드에서 홍콩으로 올 때는 올수록 시간이 뒤로 간다.


홍콩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는 뉴질랜드에 가는 것에 비하면 순식간이다. 아시아나 항공을 타서 스튜어디스가 한국 사람이니 언어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 잠깐 사이에 한국에 도착한 듯 싶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대원들의 가족들 모습이 보인다. 이미 전에 본 적이 있는 재준이, 윤미, 지은이, 슬기 부모님이 얼핏얼핏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COSMO SNF 직원들이 귀국하는 대원들을 위해 꽃다발을 준비해 가지고 나와 환영해 주었다. 내 참 귀국하면서 이런 환영 인사를 다 받아 보다니.

COSMO SNF 직원들과 가족들, 대원들이 함께 모여 기념 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또 다시 길게 작별 인사가 이어졌다. 마주잡는 손 안에는 따뜻한 정과 추억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임 선생님과 건호와 함께 충주로 왔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추억과 고마움과 희망이 가득 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언제고 이들을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 하나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다. '아오테아로아', '희고 긴 구름의 나라'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탐사일기 제12일] (2) 노보텔에서 뉴질랜드를 새기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노보텔로 돌아왔다.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고 간단히 씻고 앉아 있으려니, 다들 모이라는 전갈이 왔다.


카메라를 들고 가 보니 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김 팀장의 지도로 롤링 페이퍼(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를 작성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 하고 싶은 말, 궁금한 것 등을 담아 성심 것 적어 주었다. 누가 장난기가 발동하였는지 나중에 받아 보고는 이게 뭐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석희부터 민상이까지 모든 대원, 김 대장(김 대장과 김 사장은 나중에 들어왔다.)과 모든 지도자들. 모두 숙연한 가운데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다 여전사 의정이 차례에서 그만 울음이 터진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의정이게서 여성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


이것으로 뉴질랜드에서의 탐사대 활동은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남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나와 임 선생님은 방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탐사일기 제12일] (1) 아듀, 캠퍼 밴!

8월 21일

어제 약속했던 사람들과의 바닷가 일출을 놓쳤다. 어제 과음한 탓으로(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사실은 조금밖에 마시지 않은 것 같은데?) 기상이 늦은 터이다. 결국 여행기간 내내 해가 오르는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은 라글란에서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 되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제 열흘 남짓 희로애락을 전해 주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캠퍼 밴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놓았던 짐을 다 챙기고, 식기를 비롯한 집기를 숫자 맞춰 챙겨 놓고, 오수, 폐수 버리고, 물 채우고, 바닥 청소하고...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매번 학생들을 인솔하였을 때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에서도 예외는 없다. 남아 있는 양말들이 몇 켤레는 되는데 찾아가는 대원이 없다. 결국 나만 횡재하게 되었다. 앞으로 한동안 등산양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리고 남은 식재료를 모아 보니 그것도 상당한 양이었다. 다시금 한양유통의 지원에 감사할 뿐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다시 캠퍼 밴 회사로 돌아왔다. 차량을 반납하고 앉아 있으려니, 후원 업체인 하나투어에서 버스를 가지고 온다. 버스로 이동하여 시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강촌'이라는 상호의 이 음식점은 컵이나 그릇이 모두 시골스러워 우리나라 시골 음식점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코인으로 17달러를 모아 고량주를 한 병 시켰는데, 한 잔씩 마시니 딱 알맞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개인 쇼핑 시간을 가진 뒤, 소 선생, 임 선생과 스카이 타워 구경을 가기로 하였다.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탑이라는데, 총 높이는 328미터가 넘는다.


스카이라운지까지는 개인당 입장료 23 NZ$(660원/NZ$)를 받는다. 엘리베이터는 바닥이 보이게 설계되어 있어 현기증이 인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밖으로 나가니 사방이 탁 튀여 시야 가득히 오클랜드 전망이 들어온다. 전망대에는 바닥 부분에 38cm의 유리를 설치하여 그 위에 서면 수백 미터 아래쪽의 모습이 보인다. 모험학교 지도자인 소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는 서로 공포감을 느끼고 무서워하는 모습에 한 층 재미를 느낀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사이 한 기자와 김 대장도 어느 새 모습을 드러낸다.


수백 미터 높이에서 수직 하강하는 스카이 점핑을 하는 모습을 보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한국 뷔페식당 '코리아나'에서 고기 뷔페로 하였다. 지도자들은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눈치이나, 18달러씩 하는 소주를 사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워 맨 고기만 힘겹게 넘기고 있는데, 식신 재준이는 제철을 만난 듯 신이 나 있다.


 

[탐사일기 제11일] (2) 그리움의 눈물, 미란다의 밤


저녁을 식사 후 간이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오늘의 주 행사가 열리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아이들과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내가 들어가자 고개를 돌린다. 눈물 자국이 있는 녀석들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에 노트북이 놓여 있다. 루아페후 산 정상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부모들의 영상 편지를 여기서 보여준 것이고, 편지를 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떠오르게 되어 주위가 순식간에 눈물로 전염된 것이리라.


이 모습을 감동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느꼈다. 그것은 희망이다. 희망은 이들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거친 숨을 내몰며 올랐던 루아페후 산에도 있었지만, 더 큰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움은 바로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그리는 이와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도자들은 지도자대로 저마다의 그리움의 무게를 가지고 그리움을,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 기자가 포도주 한 잔에 취해 한국에 있는 딸내미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 높여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캠퍼 밴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리움을 가득 머금고 미란다에서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탐사일기 제11일] (1) 로토루아의 자연과 문화 담기

8월 20일.

5시 30분에 일어났다. 조가 바뀐 후로는 맏며느리 덕분에 조원들과 전쟁할 필요도 끼니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양지가 생기면 응지도 생기는 법 3조에서는 단비공주가 검정 팬케잌을 선보였다. 불 조절을 잘못하여 케잌을 태운 것이다. 놀라운 것은 처음 것부터 가장 나중 것까지 일목요연하게 태웠다는 사실이다. 나 대신 임 선생이 곤욕을 치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으로 미안함이 든다.


계속 흐린 날씨를 보이던 하늘은 급기야 숙소를 출발할 때쯤에는 간간히 비를 뿌리고야 만다. 이번 여행은 맑은 날씨와 궂은 날씨를 골고루 선보여 참 좋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나로서는 수긍하기 힘들다.


먼저 도착한 곳이 레드우드 삼림욕장.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뉴질랜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 수목원의 나무들은 얼핏 보기에는 작은 나무 같은데, 아주 굵은 나무는 사람 11명이 손을 잡아야 할 정도로 굵은 나무들이 많다.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에도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뭇잎이 떨어져 부서지고 흙이 되어 바닥이 굉장히 부드럽기 때문에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 조깅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석희가 즉석에서 아이들을 모아 훈련 연출을 한다. 코스는 짧게는 30분 정도 가벼운 코스부터 한 바퀴 도는 8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는데, 다른 것 다 전폐하고 오늘 하루는 이곳 트레킹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30~4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이곳에서 한국 관광객 일행을 만났는데, 그제도 세 군데, 어제도 세 군데를 돌았는데 정작 볼 것이 없다고 푸념이다. 전형적인 한국식 관광을 하려는 데서 나온 생각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OO한' 곳이어야 볼만하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말이다. 그냥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져 하루종일 걸어보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빛 좋은 곳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는 데서는 감동을 못 느끼는 '주마간산 여행병'이 전염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다닌다.


다음으로 간 곳이 로토루아 가버먼트 가든이다. 이곳을 흔히들 로토루아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로토루아 박물관은 건물의 일부이고, 원래 이름은 로토루아 가버먼트 가든이라고 한다. 식민지시대의 관청으로 쓰였었는데, 지금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잘 꾸며진 공원의 모습이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로토루아 박물관 건물. 1906년에 지어진 튜더양식의 건물로 무척 귀족적으로 보이는 건물이다. 시간이 한정돼 있어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밖에서만 살펴보았다. 건물 오른쪽에는 당시의 귀족 생활의 면모를 보여주는 블루배스 목욕탕이 있는데, 허락을 받고 들어가 보니 이곳에도 온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차를 음미하듯 천천히 둘러보니 수영복 변천사를 전시해 놓은 곳이 눈길을 끈다.


블루배스 옆에는 간헐천이 열을 내뿜고 있다. 이 땅은 곳곳에 온천이 있고, 좋은 기후가 있고, 넓은 초원이 있는 참 복 받은 땅이다.


아름다운 영국식 정원을 노딜다가 로토루아 호수로 향한다. 로토루아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타우포 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인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전설적인 사랑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날씨가 좋으면 '연가'라도 한번 불러볼 법하지만,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 드넓은 호수를 눈에 담아보는 것으로 이곳 일정을 마친다.


차를 몰아 얼마를 가니 마오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통 목조 양식의 마을 회관이 나오고, 주변에 마오리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여러 건물과 조각들이 있다.


참 짧은 시간에 많이도 돌아다닌다. 숙소인 미란다로 향하며 성 모양의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난감을 전시해 놓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란다. 점심을 먹고 이곳을 관람하기로 하였는데, 문득 귀찮은 생각이 들어 차 안에서 빈둥거렸다.


이제 미란다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차량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4시가 넘어 미란다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새롭다. 이곳은 바닷가라는데 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본부 차량을 이용하여 새벽 일출을 보러 가자고 약속을 하였다.


 

[탐사일기 제10일] (3) 항이 매니아와 하카댄스의 후계자가 되다

호텔에 도착하니 막 해가 지느라 저녁놀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못한 것을 애석해 하며, 내일 풍경을 기대해 보았으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시간 여유가 있어 호텔 로비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TV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football(soccer와 구별하기 위하여) 시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김 사장이 뉴질랜드와 호주의 시합은 한일전 축구시합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 해설을 한다. 결과는 뉴질랜드의 승! 아마 이곳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겼을 것이다.


7시 30분이 되니 공연팀이 직접 로비로 나와 안내를 한다. 안내를 따라 들어가니 넓은 홀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객석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다. 뉴질랜드 여행의 기본 코스로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은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포이 댄스(Poi Dance)와 막대기를 이용하여 공연을 펼치는 스틱 댄스(Stick Dance), 그리고 예전에 전투에 참가해 적을 위협하는 행위로 사용되었던 혀를 내밀며 과격한 춤을 추는 하카 댄스가 있다. 이 모두가 그들만의 전통이 잘 보존되어 펼쳐지는 소중한 유산이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공연팀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함께 춤을 출 사람들을 물색했다. 처음에 김 부장이 당첨되었으나 악수를 하려는 것으로 생각한 내가 손을 내밀자 난 영문도 모른체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선전하였으나, 임 선생은 “체격적인 면으로 보나, 연기력으로 보나 박연수 부대장이 올라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중에 감상하게 박 부대장의 연기는 가히 마오리 공연에 버금가는 모습이었다. 이에 더하여 떠오른 샛별이 있었으니 바로 오서방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박 부대장과 협연을 하였는데,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항이 뷔페 식사가 있었다. 항이는 간헐천의 지열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는 마오리 전통 요리법인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양고기, 쇠고기, 생선 등이 주를 이루었고, 그 외에도 샐러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건호가 재준이를 안내하여 식사 준비를 해 준 것으로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가져다 먹었는데, 음식은 담백하고 맛이 좋았다. 음식과 곁들인 포도주 한 잔도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 항이 뷔페에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는 재준이가 매니아로 떠올랐다. 먹어도 먹어도 지치지 않는 위대(?)한 저력으로 수많은 접시가 설거지통으로 들어가야 했다는 비화가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숙소로 돌아온 다음의 기억은 별로 없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억이 없어지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탐사일기 제10일] (2) 호수가 소리쳐 부르거든

점심은 차 안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블루 레이크 홀리데이 파크로 왔다. 숙소 앞으로는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환상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게 느껴진다.


주차를 시키고, 김 대장, 박 부대장, 한 기자, 김 부장과 함께 온천욕을 하러 떠났다. 아이들과 나머지 지도자들은 사무실에서 빌려주는 카약을 호수에서 즐겼다고 한다.


대원들은 추운 날씨에 얼굴과 손이 발갛게 얼어 있어도 카약을 즐기느냐 여념이 없었고, 특히 경록이는 장난을 하다 배가 뒤집혀 옷을 다 버렸음에도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하였다고 한다.


있는 호수가 소리쳐 부르거든 응하고 달려나가야 할 것을 그러지 못해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저녁시간에는 항이요리와 마오리족 하카댄스 공연을 감상하며 전통 음식인 항이요리를 즐기기 위해 출발하였다.


 

[탐사일기 제10일] (1) 와이오타푸 화산지대의 빛깔 여행

8월 19일.


조원을 바꾸고 나서 처음 맞는 아침이다. 역시 분위기가 다르다 전(前)조원들은 아침이 되면 깨우려고 전쟁을 치러야 했지만 새 식구들은 한마디에 일어난다. 아이들을 깨우고 밖으로 나오니 한 기자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오다 인사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이들이 조회를 위해서 모여 있다가 갑자기 꾸역꾸역 3조 차 안으로 몰려간다. 좁은 차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문제의 발단은 단비와 우리조원이었던 예진 공주가 숲속에 들어오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며 잠이 들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근처에서는 백마 타고 온 왕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우니 걱정이다. 참, 카라무 농원에서 말 타고 다니던 경록, 진상 해적들이 있기는 하다.


역시 맏며느리 진주 덕분에 이번 아침부터는 제시간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운명이 뒤바뀐 임 선생님은 모든 대원들의 문안 인사를 받고서야 공주들이 일어난 탓에 자연 아침 식사 시간이 늦어졌고 남들 설거지할 때가 되어서야 밥을 먹어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타우포 호수로 나갔다. 아이들은 빵과 과자 봉지를 들고 새들과 놀고 있고, 지도자들은 족욕(그 전에는 ‘탁족’이라는 말을 많이 썼었는데.)을 하였다. 한 귀퉁이에서 흘러들어오는 온천수에 발을 담구니 윗부분은 뜨겁고 아랫부분은 차갑다. 호수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은 차가워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후 차량으로 이동하여 간헐천인 레니디 녹스 가이저(Lady Knox Geyser)에 도착했다. 이곳은 매일 오전 10시 20분경 비누를 넣어 화산 활동을 촉발시켜 인공적으로 분출하도록 하는 간헐천인데, 최대 20미터까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은 장관이다. 모두들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들어오기 전에 얼굴에 발랐던 진흙을 채 지우지도 않은 아이들이 꽤 있었다.


다음으로 갔던 곳이 와이오타푸 서멀 원더랜드이다. 이곳은 로토루아 일대의 여러 지열지대 중에서 가장 화려한 빛깔의 간헐천으로 유명하단다. 도착하니 가이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주로 진상이의 통역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듣다가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니 대원들이 우리말로 되어 있는 안내 인쇄물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어쩐지 이해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했더니, 안내물의 힘을 빌고 있었던 것이다.


이 트레킹 코스는 세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는 시간 여유가 있어 세 코스를 다 돌았다. 시간은 인원이 많기 때문에 약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빛깔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특히 '예술가의 팔레트, 샴페인 풀' 등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물의 빛깔이 말 그대로 예술이다. 잔잔한 유황 냄새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에 흠뻑 취해 있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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