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 중요시”
2008년 09월 05일 | 글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ㆍsohyung@donga.com |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좋은 일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쁜 일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제공 동아사이언스
3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실수로 잃어버린다.

관심 있는 이성 친구와 근사한 식사를 한다.

당신이 이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해야 한다면 뭘 먼저 하고 싶은가. 또 두 번째 경험은 첫 번째 경험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나고 난 뒤 하고 싶은가.

흥미롭게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답이 다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팀은 국내 대학생 88명을 모집해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그룹으로 나눈 다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1.25%가 상품권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먼저 하고 싶다고 답했다. 매를 먼저 맞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들에게 상품권을 잃고 시간이 얼마나 지나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은지 물었다. 그 결과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만남을 더 빨리 갖길 원했다.

연구팀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충효과’가 행복함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먼저 경험한 부정적 사건 때문에 생긴 안 좋은 감정을 긍정적 사건이 상당 부분 완충해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불행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이 긍정적 사건의 기쁨을 오히려 떨어뜨릴 거라고 여겨 늦게 경험하길 바란다는 것. 결국 불행한 사람은 부정적 사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작은 기쁨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또 실험 참가자들에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잃어버리고 나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듣는 경험과 길에서 우연히 돈을 줍는 경험, 기대보다 학점이 좋게 나오는 경험 등 세 가지 보기 중 행복한 사람은 첫 번째 응답이 많았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두 번째를 더 많이 택했다.

최 교수는 “행복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불행할수록 돈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행복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속상한 일을 겪고 나서 인간관계에서의 즐거움을 빨리 경험하려는 습관을 들이면 행복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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