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 과학훈련’이 빚어낸 ‘朴의 기적’
체육과학硏, 젖산-스텝 테스트 통해 몸상태 체크
2008년 08월 11일 | 글 | 김성규, 베이징=황인찬 동아일보 기자ㆍkimsk@donga.com, hic@donga.com |
 
카메라로 동작 정밀 분석… 최적의 스트로크 완성

박태환의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과학의 성과이기도 하다.

박태환과 그를 지도하는 노민상 국가대표팀 감독, 체육과학연구원의 과학적인 뒷받침이 시너지 효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기록 단축 과정에는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가 줄곧 참여했다.

운동생리학 전문가인 송 박사는 박태환이 1년여 동안 대표팀을 떠나 개인훈련을 하다가 2월 대표팀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했을 때 그의 몸 상태를 정밀 측정했다. 젖산 테스트, 스텝 테스트 등을 통해 얻은 상세 데이터를 갖고 노 감독과 머리를 맞댔고 이를 바탕으로 올림픽까지 일일 상세 훈련 프로그램을 짠 ‘24주 금메달 프로젝트’가 마련된 것. 이 프로그램은 박태환의 원기회복 능력까지 고려한 정밀한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훈련의 성과는 곧 나타났다. 4월 제80회 동아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3분43초59)와 200m(1분46초26)에서 아시아신기록을 달성한 것.

6월 괌 전지훈련 때는 영법 교정이 시작됐다.

송 박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실시간 이동속도 측정 장치’가 훈련에 사용됐다. 박태환의 허리에 줄을 연결하고 카메라도 설치해 그가 앞으로 나아갈 때 풀(pull·손) 동작과 킥(kick·발) 동작의 시간과 속도가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도록 했다.

박태환의 장점은 부력이 좋다는 것. 자유형 400m 세계기록(3분40초08)을 보유한 호주의 이언 소프(은퇴)가 몸이 거의 물에 잠긴 상태에서 수영하는 반면 박태환은 몸이 물 밖으로 많이 나온다. 몸이 물에 뜰수록 물에 대한 표면 저항이 작기 때문에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

또 박태환의 스트로크(팔 휘젓기) 동작은 더 정교해졌다. 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뒤로 물을 걷어내는 이 동작은 팔 모양이 일(1)자에 가까울수록 좋은데 박태환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의 스트로크를 실현해 냈다.

박태환이 어떤 수영복을 입을지 결정할 때도 속도 측정기의 결과를 참고했다. 반신 수영복과 전신 수영복을 입고 여러 차례 속도를 비교 측정한 결과 반신 수영복을 입었을 때 전신 수영복을 착용했을 때보다 기록이 6.6%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과학이 이처럼 훈련에 접목된 데는 현장 지도자인 노 감독의 역할도 중요했다. 송 박사는 “보통 현장 지도자들이 스포츠과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잘 활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노 감독은 스포츠과학에 대한 신뢰가 남달라 0.001초라도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스피도 ‘레이저 레이서’

‘제2의 피부’같은 첨단 초경량 수영복

물속 뛰어든 선수 ‘로켓’으로 만들어


0.01초의 촌각을 다투는 수영에서 수영복은 기록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맞춤형 신무기를 준비했다. 스피도가 만든 최첨단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가 그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스포츠연구소가 3년여의 연구 끝에 만든 이 첨단 수영복은 언뜻 보면 잠수복 같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수영복이야말로 과학의 결정체다. 2월 첫선을 보인 이 수영복은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세계 신기록 48개를 작성한 숨은 조력자다.

발수 기능이 탁월한 초경량 소재로 만든 이 수영복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아 마찰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초음파를 사용해 봉합선을 거의 없앴고 몸에 착 달라붙어 돌고래와 같이 매끈한 모양을 유지해 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8관왕에 도전하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물에 뛰어드는 순간 로켓이 된 것 같다”면서 이 수영복을 극찬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후 스피도와 스폰서 계약을 했고 맞춤형 전신 수영복을 마련했다. 하지만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시험해 본 전신 수영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가슴 쪽이 답답하고 어깨 부분이 수영복에 쓸린다”며 불편해했다.

결국 박태환은 반신 ‘레이저 레이서’를 입기로 하고 남은 기간 적응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 유명 선수 대부분이 전신 수영복을 입지만 펠프스도 접영에서는 반신 수영복을 입는다. 선수에게 편한 수영복이 최고의 수영복인 것이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반신 수영복을 6개나 준비했다.

손석배 스피도 홍보팀장은 “아무래도 한 번 입었던 것을 다시 입으면 착용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중요 경기를 위해 여러 벌의 수영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연습할 때 레이저 레이서 대신 짧은 반바지 수영복도 입는다. 물이 잘 빠지지 않게 만들어 물의 저항을 높인 이른바 ‘저항 수영복’이다. 육상 선수가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손 팀장은 “저항 수영복을 입고 훈련하다가 레이저 레이서를 입으면 한층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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