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처음으로 3차원 물체 감추는데 성공

독일 연구팀 개발…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먼 일

2010년 03월 23일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망토는 과연 언제쯤 현실이 될까. 이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3차원 투명망토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최신호에 3차원 투명망토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차원에서만 가능했던 투명망토가 평면을 벗어나 3차원 입체에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관련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2006년 허구에서 현실로

투명망토가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허구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들어온 건 2006년의 일이다. 2006년 초, 영국 런던 임페리얼컬리지의 이론물리학자 존 펜드리(John Pendry) 교수가 투명망토의 이론을 내놓으면서다.

그해 가을, 투명망토는 실제로 개발됐다. 미국 듀크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교수 연구팀이 투명망토를 최초로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2006년은 투명망토의 해가 됐다. 사이언스지는 그해 10대 연구 성과 중 5위로 투명망토를 선정했다.

현재 투명망토는 ‘메타물질(metamaterial)’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인공물질로 만들어진다. 원래 메타물질은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빛의 굴절률이 음인 인공물질을 만들기 위해 연구되었다. 그러다 2006년에 투명망토로 개발된 것이다.

투명망토로 쓰이는 메타물질은 빛을 흡수해서도 안 되고 빛을 반사해서도 안 된다.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면 우리 눈에 걸리기 때문이다. 대신 메타물질은 마치 냇물이 돌을 만나면 휘돌아 흘러가듯 빛을 휘게 한다. 빛이 투명망토를 돌아서 가기 때문에 마치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종전까지 투명망토는 한 방향에서만 투명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투명망토는 물체를 전혀 감춰주지 못했다. 투명망토의 위력은 단지 2차원 평면에서만 가능했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 감출 수 있어

진정한 투명망토는 어느 방향에서나 투명해야 한다. 최근 독일의 연구팀이 그 일을 세계 최초로 해냈다. 독일 카를스루에 기술연구소(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의 톨가 에르긴(Tolga Ergin) 연구팀이 3차원 투명망토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메타물질에 얇은 금박을 씌움으로써 어느 방향에서나 물체를 감춰주는 투명망토를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메타물질에 얇은 금박을 씌우고 이 금박을 움푹하게 패이게 했다. 보통의 2차원 투명망토라면 이 움푹 들어간 부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3차원 투명망토는 이 움푹 팬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가 곧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걸까. 아직은 아니다. 이번에 개발된 3차원 투명망토는 매우 작은 물체만 감출 수 있이다. 연구팀이 움푹 패게 한 금박 부분은 가로 30μm(마이크로미터, 1μm는 100만분의 1m다), 세로 10μm에 깊이가 고작 1μm 밖에 안 된다. 확대경 없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연구팀은 “크게 만드는 게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 성과가 3차원 투명망토 개발에 첫 발을 내디딘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크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팀이 이 정도로 작은 입체구조를 만드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만약 깊이를 1μm에서 1mm로 늘릴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 인간이나 건물을 감추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왜 가시광선은 힘들까
게다가 이번 투명망토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영역, 가시광선에서는 전혀 투명하지 않다. 그동안 개발된 투명망토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파장이 긴 마이크로파 수준에서 투명하다. 비록 2008년에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규모의 투명망토에서는 가시광선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 투명망토는 마이크로파보다 긴 적외선 영역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다. 그러나 가시광선에서 3차원 투명망토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메타물질에 쓰이는 구성물질은 두께가 200nm 정도다.

가시광선에서 가능하려면 이를 10nm으로 줄여야 한다. 두께를 20분의 1로 줄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 정도로 작게 만드는 건 현재의 레이저 기술로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성과가 투명망토 개발에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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