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4일

 

일시: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 코스: 팍딩 → 가트 → 체플룽 → 루크라 

 

  

06:30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롯지 주변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그 구름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제법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오랜만에 아침에 구름을 보았다. 루크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좁교들 옆 마당에서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준비운동을 했다. 루크라에 가면 더 이상 걸을 일이 없으니 준비운동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보다 준비운동을 하는 대원들도 줄고 동작도 많이 흐트러진 모습이 보인다.

 ▲ 팍딩 하늘에 하얀 구름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07:55]

 ▲ 팍딩 하늘의 구름 [07:55]

 ▲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팍딩 하늘의 구름 [08:09]

 ▲ 루크라로 떠나기 전의 준비운동 [08:27]

 ▲ 좁교들도 출발 준비를 하고 있네 [08:29]

 

08:30

      롯지 출발, 두드 코시 강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를 건넜다. 루크라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지만 300m 정도 해발 고도를 올려야 한다. 크게 힘이 들지 않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를 도와주는 스탭들은 우리에게 고용이 되어 있지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원들은 스탭들을 마치 하인처럼 다루려고 하는 기색이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크게 잘못된 발상이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단지 돈이 조금 더 있다는 것일 것이다. 돈이 사람의 귀천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정말로 유치하다. 

 ▲ 다리 건너 우리가 머물렀던 스타 롯지 건물이 보인다 [08:35]

 ▲ 다시 하늘에 나타난 구름이 만들어낸 기묘한 모습 [08:35]

 ▲ 팍딩의 롯지 밀집지역으로 가고 있는 대원들 [08:36]

 ▲ 롯지 건물이 많이 있는 팍딩의 중심지 [08:39]

 ▲ 제주도처럼 돌담으로 경계를 지은 곳이 많다 [08:45]

 ▲ 팍딩 지역을 벗어나고 있는 대원들 [08:50]

 

08:52

      팍딩 마을 이정표를 지났다.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 그런지 파란 채소가 자라는 경작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니석도 많다. 커다란 불탑도 있다. 마니석이나 초르텐이 있으면 왼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운행법인데, 좁교는 그냥 오른쪽으로 올라온다. 좁교가 종교를 알리가 있나? 그걸 안다면 좁교가 아니지. 해발 2592m의 가트(Ghat) 마을을 지났다. 길옆 경작지에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름을 펴고 있다. 낮에는 따뜻하다 보니 겨울에도 채소가 자라는 모양이다.

 ▲ 고소증세도 없으니 대원들 모두 잘 걷는다 [08:56]

 ▲ 두드 코시 강 건너 오른쪽에 주택이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09:00]

 ▲ 로체청소년원정대가 달려서 내려가고 있다 [09:06]

 ▲ 팍딩에서 루크라로 가는 길에는 오르막 경사진 곳이 많다 [09:12]

 ▲ 좁교는 종교를 모르니 마니석 오른쪽으로 그냥 돈다 [09:15]

 ▲ 꽤 큰 불탑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09:16]

 ▲ 길옆에 마니석이 유난히 많은 지역 [09:17]

 ▲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지 밭에 채소가 자라고 있다 [09:19]

 ▲ 가트(Ghat)에 있는 롯지 건물 모습 [09:19]

 ▲ 가트 마을을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오른쪽은 로체청소년원정대 [09:22]

 ▲ 길옆 밭에서 거름을 뿌리며 농사를 지을 준비가 한창이다 [09:25]

 ▲ 짐을 진 네팔 아이들이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09:34]

 

09:39

      큰 깃발에 커다란 룽다가 휘날리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얀 구름이 퍼져 있는 파란 하늘에 오색의 룽다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부처님이 넓은 손바닥을 휘저어 중생들에게 恩福을 내려주는 모습처럼 보인다. 산앙은 참 좋은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기댈 수 있는 전지전능한 절대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혹자는 '神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을 한다. 지나친 오만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라고 不可知論을 펴는 사람들은 그래도 겸손한 편이다. 사람은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 룽다가 휘날리는 커다란 장대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09:39]

 ▲ 구름이 엷게 퍼져 있는 파란 하늘에 오색 룽다가 늠름하다[09:40]

 ▲ 구름이 흩어지고 있는 하늘 아래 암봉이 양팔을 벌리고 있다 [09:48]

 ▲ 우리가 묵은 스타 롯지 안내 광고판 [09:50]

 ▲ 마니석도 꾸미기에 따라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09:53]

 ▲ 하늘에서 구름이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 [09:56]

 ▲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10:05]

 

10:25

      체플룽(Chheplung)에 도착. 길 오른쪽에 꽤 넓은 경작지가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파란 채소가 자라는 곳도 있다. 길옆 식당에서 임해훈 대원, 박종익 부대장과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예상과는 달리, 식당 주인장은 남자였는데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 커피를 시킨 나에게 찌아를 한 잔 가득 덤으로 갖다주었다. 루크라로 올라가는 막바지 경사길, 걷는데 힘이 든다. 

 ▲ 체플룽에 있는 롯지 건물 [10:25]

 ▲ 강 건어 오른쪽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주택들 [10:25]

 ▲ 다양한 형태와 색깔의 마니석 [10:28]

 ▲ 길옆에 있는 거대한 마니차와 마니석들 [10:39]

 ▲ 지리(Jiri)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0:40] 

 

 ▲ 이곳의 롯지들은 새로 지은 것이라 비교적 깨끗하다 [10:41]

 ▲ 길 오른쪽의 계단식 경작지에 채소가 자라고 있다 [10:49]

 ▲ 꽤 넓은 밭도 보이고 [10:49]

 ▲ 우리나라의 다랭이논과 비슷한 경작지 모습 [10:51]

 ▲ 임해훈 대원, 박종익 부대장과 커피를 마셨던 곳: 남자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11:01]

 ▲ 길 오른쪽으로 비교적 넓은 터에 경작지와 마을이 들어서 있다 [11:22]

 

11:36

     오늘의 목적지 루크라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롯지가 양쪽에 도열해 있는 마을 도로를 지나 공항에 도착해보니, 우리를 앞질러 뛰어갔던 로체청소년원정대원들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지만 날씨는 괜찮은데 비행기는 왔었나? 히말라얀 롯지에 들어가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배정받은 방이 바로 길옆이라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 루크라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안내도 [11:36]

 ▲ 루크라 마을 입구에 있는 게이트: 위에 있는 여성상은 누구일까? [11:37]

 ▲ 게임을 하고 있는 루크라 마을 청년들 [11:39]

 ▲ 나무등짐을 지고 내려오는 여자아이들 [11:39]

 ▲ 루크라 마을의 롯지들 [11:40]

 ▲ 루크라 공항: 공식명칭은 힐러리-텐징 공항이다 [11:52]

 ▲ 우리가 묵었던, 그리고 오늘 묵을 히말라얀 롯지가 보인다 [11:52]

 

12:35

      점심은 라면이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매일 점심에 밀가루 음식만 먹고도 열흘 이상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깨달았다. 점심 먹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밖을 돌아다녀 보았자, 그 풍경이 그 풍경이고 그 거리가 그 거리다. 그런데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녁은 카레라이스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다. 또 그냥 먹는 수밖에 없다.

 ▲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루크라의 하늘 [17:42]

 

19:00

      저녁 후 몇몇 대원들 또 술을 먹으러 나간다. 나도 어느 정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매일 먹을까?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술은 함께 마실 대상자와 또 술자리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술을 먹기 위해서 무작정 나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술이라도 마셔야지 뭘 하겠나? 나는 그냥 침낭 속에 몸을 눕혔다. 별의 별 상념이 다 떠오른다. 지나간 일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가족 생각 등등. 정리되지 않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머리 속을 온통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부분의 롯지가 그렇듯이, 이 롯지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한 사람만 움직여도 전체가 흔들린다. 쿵쾅거리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 등산화 발자국 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오가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온다.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가? 최창원 선배님이 잠시 후 돌아오셨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셨네. 그나저나 내일 비행기가 뜨려면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이제 롯지에서 자는 것도 지겹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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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3일

 

일시: 2009년 1월 16일 금요일

◈ 코스: 남체바자르 → 조르살레 → 몬조 → 톡톡 → 팍딩 

  

  

06:30

      잠에서 깨니 어김없이 스탭이 티를 한 잔 가져다준다. 창밖에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고산지역에는 유난히 까마귀가 많다. 7시 20분에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밥맛이 많이 돌아왔다. 오늘은 팍딩까지 내려가는 여정이다. 오후까지 계속 걸으면 루크라까지도 갈 수 있지만 카트만두행 비행기 예약이 모레로 되어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 팍딩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라 오전 시간이면 충분히 일정을 마칠 수 있다. 내리막길인데도 준비운동은 빼먹을 수가 없다.

 ▲ 남체의 히말라얀 롯지 마당에서 준비운동 [08:21]

 ▲ 내려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준비운동은 철저히 [08:22]

 

08:25

      롯지 출발. 남체 마을에서 조르살레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비가 오지 않아 그런지 먼지가 많다. 이럴 때는 앞서 가거나 아예 아주 뒤에 떨어져서 가는 것이 좋다. 남체로 짐을 운반하는 좁교와 포터들이 많다. 길 오른쪽으로 보테 코시(Bhote Koshi)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저 강은 라르자 다리 앞에서 두드 코시 강과 만나게 된다. 강물 색깔이 빙하가 녹은 물이라 옥색이다. 작년 겨울에 본 뉴질랜드의 푸카키 호숫물도 빙하가 녹은 물이었는데 그 색깔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자연은 위대하면서도 아름답다.

 ▲ 남체를 벗어나고 있는 탐사대원들 [08:29]

 ▲ 남체 마을 입구에 있는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08:31]

 ▲ 게이트를 지나 바라본 남체 마을: 모델은 안병용 대원 [08:32]

 ▲ 식량을 싣고 올라오는 좁교들 [08:56]

 ▲ 오늘도 여전히 오렌지 파는 여인들이 있네 [09:02]

 ▲ 보테 코시 강과 두드 코시 강이 만나는 곳이 보인다 [09:10]

 ▲ 남체에서 계곡으로 내려가고 있는 대원들 [09:21]

 ▲ 바위벽 아래의 보테 코시 강(Bhote Koshi Nadi): 왼쪽에 라르자 다리가 있다 [09:23]

 

09:25

      라르자(Larja)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온 무거운 짐을 실은 좁교들이 180도 꺾이는 다리 오른쪽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가는데 몸놀림이 가히 예술적이다.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거의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오면 강 왼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남체로 물건을 싣고 오는 좁교와 나귀들, 짐을 진 포터들이 자주 보였다. 멀리 조르살레로 가려면 건너야 할 다리가 보인다.

 ▲ 두드 코시 강이 흐르는 협곡 위에 놓인 라르자 다리(Larja Bridge) [09:25]

 ▲ 보테 코시 강과 두드 코시 강이 만나는 곳 [09:29]

 ▲ 이른 시간인데 짐을 싣고 남체로 올라가는 좁교들이 많다 [09:35]

 ▲ 길 오른쪽으로 흐르는 두드 코시 강 [09:36]

 ▲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협곡을 가로 지른 라르자 다리 [09:40]

 ▲ 두드 코시 강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 트레킹 루트 [09:47]

 ▲ 남체에서 루크라로 오가는 포터와 좁교, 나귀들이 많다 [09:50]

 ▲ 저 다리를 건너면 조르살레에 이르게 된다 [09:55]

  

10:06

     조르살레에 도착. 남체까지는 3시간이 걸리고 이곳이 남체로 가는 길목의 마지막 마을이라고 간판에 적혀 있다. 가스통을 양쪽에 매단 나귀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좁교와 함께 나귀들도 이곳에서는 아주 유용한 수송수단이다. 길 자체가 자전거조차 다닐 수 없는 상황이니, 물건을 운반할 때 동물이나 사람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길옆 바위벽 전체가 '옴마니 반메흠'이 적혀 있는 마니석인 언덕을 올라가니 사가르마사 국립공원 인포메이션 센타다.

 ▲ 조르살레에 있는 에베레스트 롯지 [10:06]

 ▲ 무슨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조르살레 마을 [10:07]

 ▲ 강 왼쪽으로 롯지들이 자리잡고 있는 조르살레 [10:11]

 ▲ 바위벽 하나 전체가 마니석이다 [10:14]

 ▲ 좁교 못지 않게 중요한 수송수단인 나귀들 [10:18]

 ▲ 길옆 바위벽이 온통 마니석이다 [10:22]

 ▲ 다시 찾은 사가르마사 국립공원 인포메이션 센타 [10:24]

  

10:35

      몬조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구경하며 혼자 내려오다 박종익 부대장을 만나 동행을 하게 되었다. 길 왼쪽에 있는 롯지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직접 불을 때어 난방과 요리를 하는 주방 구조는 어느 롯지의 주방이나 대동소이하다. 11시 20분 경에 물이 흐르는 바위벽 옆에 꽃이 피어있는 곳을 다시 지났다. 뒤를 돌아보니 탐세르쿠의 자태가 너무나 아름답다. 벤카(Benkar) 마을을 지났다. 

 ▲ 몬조에 있는 고급스런 롯지 건물 [10:35] 

 ▲ 두드 코시 강 지류 위에 놓여 있는 다리 [10:41]

 ▲ 박종익 부대장과 커피를 마셨던 롯지 주방의 모습 [10:49]

 ▲ 양지의 물이 흐르는 바위벽 옆에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다 [11:23]

 ▲ 아름다운 모습의 탐세르쿠 [11:25]

 ▲ 해발 2630m에 있는 벤카의 롯지 건물 모습 [11:26]

 ▲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탐세르쿠 [11:43] 

 

11:56

      톡톡(Toktok)에 도착, 이제 팍딩도 멀지 않다. 두드 코시 강 오른쪽으로 경사가 완만한 길이 계속 나 있다. 강 건너 왼쪽 평지에 들어서 있는 주택들이 가끔 보인다. 강 건너에 있으니 롯지는 아니고 농사를 지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얼마 안 가서 팍딩의 롯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올 때 하루를 묵었던 스타 롯지가 길 왼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 톡톡에 있는 아마다블람 롯지 건물 [11:56]

 ▲ 팍딩으로 내려가는 길이 강 오른쪽으로 나 있다 [12:07]

 ▲ 강 건너 왼쪽에도 곳곳에 주택들이 있다 [12:08]

 ▲ 열심히 걸어오고 있는 박종익 부대장 [12:10]

 ▲ 두드 코시 강 건너편에 있는 그림 같은 주택 [12:12]

 

12:20

      팍딩의 스타 롯지에 도착해보니 우림 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건가? 알고 보니 제일 먼저 도착을 한 것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롯지 마당에서는 먼저 도착한 교사팀과 부부팀이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대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다. 1시가 넘었는데도 점심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 대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 거의 끝날 즈음인 2시 10분에 마지막 대원들이 도착을 했다. 오면서 점심을 먹었단다. 글쎄 그들은 롯지에서 다른 대원들이 기다릴 거라는 생각은 했을까?

 

       113호 방을 배정받았고 최창원 선배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우리 탐사대와 일정이 비슷했던 한국인 교사들과 부부 트레킹 팀은 내일 루크라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점심후 바로 루크라로 떠났다. 대원들은 그 동안 감지 못한 머리를 찬물에 감느라고 난리 북새통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자리에는 남을 위한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남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단체 생활에서는 자신이 이득을 보면 남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 오늘 하루를 묵을 팍딩의 스타 롯지 [12:20]

 ▲ 올라갈 때도 묵었던 팍딩의 스타 롯지 [12:20]

 ▲ 팍딩의 스타 롯지 마당에 앉아 [14:37]

 ▲ 롯지에 도착한 탐사대의 짐을 정리하고 있는 스탭들 [14:38]

 

14:50

      방에 들어와 잠시 눈을 부쳤다. 최창원 선배는 김태영 대원과 다리 건너 팍딩의 중심지 마을로 럭시를 마시러 갔다. 참 술 좋아하는 분이다. 그렇게 마셔도 끄덕없는 체력이 부러울 뿐이다. 한숨 자고 나서 5시 20분에 잠에서 깨었는데 땅거미가 지고 있는 바깥이 보인다. 최창원 선배는 어디에 계신 건가? 롯지에 돌아오셨나?

 

18:00

      돼지고기 삼겹살로 저녁식사를 했다. 국립공원지역을 벗어났으니 돼지를 잡을 수 있는 모양이다. 럭시도 제공되었다. 오랜만에 먹는 좋은 안주에 술잔이 계속 돌아간다. 임자체 등반을 하러온 서울시립대 산악부 3명이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저녁식사후 벌어진 노래 자랑대회, 노래방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노래가사들을 몰라 노래를 부르기가 쉽지가 않다. 9시, 롯지 방에 들어와 최창원 선배님의 거동을 주시했다. 최 선배님은 술에 많이 취하면 아무데나 헤매는 습관이 있다. 잘못하면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신현대 가수의 주창 아래 롯지 홀에서 벌어진 노래자랑대회 [19:38]

 ▲ 홀에 앉아 있는 임해훈, 최창원, 조형진 대원 [19:39]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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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2일

 

일시: 2009년 1월 15일 목요일

◈ 코스: 남체바자르 

  

 

07:15

      잠에서 깨었다. 오늘은 이곳 남체에서 칼라파타르에 올랐던 대원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 옷을 갈아입을 계획을 세웠다. 어제 럭시 한 잔 하고 푹 자서 그런지 속이 많이 편안하다. 콧물은 흐르지만 전보다 심하지는 않다. 고도를 낮추니 고소 증세가 없어진 모양이다. 링마가 따끈한 찌아를 가져다 준다. 8시 30분에 토스트와 달걀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 맛이 좋은 걸 보니 속이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09:30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조재명 대원과 김영진 대원, 이소언 대원은 지난 번에 올랐던 샹보체로 다시 올라가고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서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 먼저 내려온 조재명 대원 말에 의하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 롯지가 있는데 태양열로 가열하기 때문에 12시가 넘어야 운영을 한단다. 롯지 방 창밖을 보니 남체에는 계속 롯지가 세워지고 있었다. 롯지를 계속 짓는 것을 보면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곳에 롯지를 가진 사람들은 부유층에 속한다고 한다. 12시 34분, 샹보체에 갔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39]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39]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40]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꽁데와 남체의 롯지들 [12:41]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42]

 

13:40

      롯지에서 야크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좋다. 이곳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을 죽일 수 없으니 루크라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네팔이란 나라는 세계 10대 최빈국에 들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네팔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개발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의 트레킹 루트를 모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면 될까? 위험한 발상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네팔에 오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4:25

      점심 후 샤워를 하러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칼라 파타르 롯지에 갔으나 주인이 없다. 소리쳐도 대답도 없다. 다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몇 바퀴 돌다가 다시 가 보았으나 역시 주인은 부재중이었다. 이렇게 가게를 비워놓고 다녀도 되나? 다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헤매다가 다시 갔는데 마침 주인이 있었다. 300루피를 지불하고 롯지 이층에 있는 샤워실에 들어가니, 미지근한 물이 가는 호스를 통해 조금씩 나오는데 물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고 또 양도 작아 간신히 머리만 감았다.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진다. 

 ▲ 남체바자르의 거리 모습 [14:28]

 ▲ 따뜻한 물이 나오는 칼라파타르 롯지 내부의 모습 [14:41]

 ▲ 남체의 상가 안내판 [14:53]

 ▲ 우리가 묵은 남체의 히말라얀 롯지 건물 [15:41]

 

15:42

      머리를 감은 후 히말랴얀 롯지로 돌아오면서 고락셉에서 내려오는 장정모 사장과 김영식 대장을 만났다. 뒤를 이어 대원들이 속속 도착한다. 반갑다. 고소증세 때문인지 최창원 선배님의 얼굴이 많이 부었다. 저녁은 닭백숙이었다. 셀파족의 티벳 불교 영향으로 국립공원지역에서는 살생이 금지되어 있어 루크라에서 잡아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좋은 안주가 나왔는데 술이 없다고 대원들의 불평이 심하다. 술 좀 준비하지.

 

20:00

      저녁을 먹은 후 럭시를 한 잔 하러 선술집을 찾아 나섰다. 야크 고기 퓨전 안주로 럭시를 몇 잔 마셨다. 이 술집은 우리 스탭들의 아지트였는지 속속 스탭들이 모여든다. 정영섭 선배가 술값으로 1150루피를 지불했다. 롯지에 돌아와 신현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오징어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고통이 없는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11시 가까이 되어 기분좋은 잠자리에 들었다.

 ▲ 럭시 집에 모인 탐사대원들 [20:10]

 ▲ 탐사대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를 몰던 여인 [20:14]

 ▲ 손수 요리를 하고 있는 권춘화 대원 [20:17] 

 ▲ 롯지에 돌아와서 신현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 [21:50]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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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1일

 

일시: 2009년 1월 14일 수요일

◈ 코스: 팡보체 → 데보체 → 텡보체 → 푼기탠가 → 남체바자르 

 

 

06:45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에 달이 걸려 있다. 차를 한 잔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링마가 어제 고락셉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남체에 가 있을 거라고 연락을 했단다. 그렇다면 오늘의 목적지는 남체바자르다. 숙박 경비는 모두 2160루피가 나왔는데 나중에 핀조가 내려오면서 지불할 거라고 링마가 말한다. 이른바 외상이다. 아침을 먹고 남체를 향해서 출발, 정면으로 보이는 남체 방면의 꽁데피크 설능이 아름답다. 올라올 때에는 못 보던 모습이다. 9시 31분에 데보체를 지났다. 우리가 묵었던 롯지 건물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데보체에서 텡보체로 올라가는 길이 또 만만치가 않다. 먼지 투성이의 이 길도 쉬며 쉬며 걸었다.

 ▲ 팡보체에 있는 히말라얀 롯지의 메뉴 [07:47]

 ▲ 명암이 뚜렷하게 나뉘어진 남체 방면 풍광 [08:33]

 ▲ 해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김영진 대원 [08:33]

 ▲ 두드 코스 강을 따라 데보체로 가는 길이 나 있다 [09:04]

 ▲ 남체 방면의 꽁데 피크가 보기에 좋다 [09:16]

 ▲ 하룻밤을 묵었던 데보체의 롯지 건물 [09:31]

 ▲ 텡보체에 오르기 전에 뒤돌아본 풍경 [10:08]

 

10:10

      텡보체에 도착. 넓은 평지에 이 지역의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이 있는 곳이다. 전망이 좋아 눕체와 롯체 능선, 그 뒤로 에베레스트가 보이고 아마다블람도 잘 보인다. 남체 쪽을 보면 꽁데의 설능이 보이는데 옅은 이내가 끼어 마치 그림엽서에 나오는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연은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조물주는 위대하다.

 ▲ 텡보체에 있는 사원 [10:10]

 ▲ 텡보체에서 본 눕체와 로체 능선, 에베레스트, 아마다블람 [10:13]

 ▲ 룽다가 하늘을 가르고 있는 텡보체 [10:14]

 ▲ 텡보체에서 김영진 대원 [10:16]

 ▲ 텡보체에서 [10:17]

 ▲ 텡보체에서 남체 쪽을 배경으로 링마와 함께 [10:25]

 ▲ 텡보체에 있는 불탑 [10:25]

 ▲ 텡보체에서 남체 쪽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과 링마 [10:25] 

 ▲ 남체로 가는 길이 오른쪽 산허리를 타고 나 있다 [10:44]

 ▲ 이내가 퍼지고 있는 남체 방면 하늘 [11:04]

 

11:30

      커다란 구상나무가 인상적인 푼기탠가 롯지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올라갈 때도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김영진 대원은 국수, 나는 오믈릿을 먹었는데 값은 700루피였다. 점심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며 지나가는 트레커들을 구경하는데, 그 중에서 반바지와 반팔 차림의 얼굴에 주름이 많은 여자가 있었다. 그것도 혼자 올라간다. 대단한 사람이다.   

 ▲ 푼기탠가에 있는 수력 마니차들 [11:30]

 ▲ 점심을 먹은 푼기탠가의 롯지 [11:49]

 

12:55

      다리를 건너 30분 동안 구상나무와 소나무 숲길을 올랐다. 계속되는 오름길이라 힘이 든다. 몇 발자국 걷다가 쉬고 다시 몇 발자국 걷는 운행이 계속 반복되었다. 아직 고소증세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급한 오름길이 끝나고 롯지 몇 채를 지나 가벼운 경사길을 오르니 왼쪽 뒤편으로 아마다블람이 잘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 푼기탠가 롯지를 떠나면 바로 건너게 되는 다리 [12:58]

 ▲ 네팔의 구기자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13:53]

 ▲ 롯지의 아이들이 구슬치기를 하며 놀고 있는 모습 [13:55]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 [14:29]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4:29]

 ▲ 쿰중 학교에서 만든 '사향노루를 구하자'라는 벽화 [14:46]

 

14:58

      쿰중과 고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사나사를 지나 컁주마에 도착했다. 이곳 롯지에서는 길옆에 진열대를 펼쳐놓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말 한 마리가 롯지에서 롯지로 왔다갔다 한다. 컁주마에서도 전망이 좋아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잘 보였다. 멀리 왼쪽 산 언덕에 지붕이 빨간 롯지가 하나 보이는데, 하루 숙박비가 150 달러 정도라고 링마가 전해준다. 큰 도시의 특급호텔 값이네. 장사가 되나? 남체가 가까워지자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 사나사에 있는 갈림길 안내판 [14:58]

 ▲ 컁주마에 있는 롯지 [15:07]

 ▲ 컁주마에 있는 기념품 판매대 [15:08]

 ▲ 컁주마에서 바라본 아마다블람 [15:08]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 [15:16]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5:16]

 ▲ 멀리 하루 150 달러 정도하는 롯지가 보인다 [15:30]

 ▲ 구름이 낀 로체와 아마다블람 [15:34]

 ▲ 남체가 가까운데 땅거미가 지고 있다 [16:31]

 

16:41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남체가 보이고 우리가 묵을 히말라얀 롯지도 보였다. 링마가 롯지에 카고백을 갖다 놓고 다시 올라와서 내 배낭을 받아준다.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조재명 대원과 이소언 대원을 만났다. 반갑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럭시제조장 찾다가 실패하고, 일반 식당에서 구운 닭고기를 안주로 럭시를 마셨다. 비용은 모두 1950루피. 남체는 일찍 불을 끄고 철시를 한다. 어두워지면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콧물이 계속 흐르고 속이 쓰리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아무 일 없이 잘 있다고 전해 주었다. 9시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럭시를 마신 탓인지 속이 편안하다. 비교적 잠을 잘 잤다.  

 ▲ 남체 왼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군부대 시설 [16:41]

 ▲ 남체 위에 있는 꽁데의 모습 [16:41]

 ▲ 어둠이 내리고 있는 남체바자르의 롯지들 [16:48]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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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0일

 

일시: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 코스: 로부체 → 페리체 → 팡보체 

  

 

06:30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아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억지로 올라간다고 우기면 김 대장이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탐사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그 또한 작은 일이 아니다. 혼자 내려가는 줄 알았더니 고소증세가 있는 대학산악부원인 김영진 대원이 함께 내려가게 되었다. 나에게는 심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포터는 링마. 몸집은 작지만 힘은 장사다.

 

08:20

      로부체 롯지 출발. 날씨는 오늘도 좋다. 일단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큰 짐을 벗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로부체에서 두글라까지는 내리막길이다. 50분 정도 걸어 셀파의 죽음을 기리는 돌탑군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고 멀던 길이 내려올 때는 금방이다. 돌탑군 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셀파들의 명복을 빌었다.

 ▲ 로부체에서 하루 묵은 롯지의 모습 [08:20] 

 ▲ 앞으로 가야할 길 [08:34]

 ▲ 이미 지나온 길 [08:34]

 ▲ 셀파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돌탑이 서 있는 곳 [09:11]

 ▲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영진 대원 [09:11]

 ▲ 우리 두 명의 카고백을 운반하는 링마 [09:11]

 ▲ 멀리 두글라의 롯지가 내려다보인다 [09:20]

 

09:50 

      로부체로 올라올 때 점심을 먹었던 두글라의 롯지에 도착했다. 휴식도 취할 겸 자리에 앉아 찌아 2잔을 시켰다. 값은 100루피. 찌아를 마시고 있는데 페리체 쪽에서 트레커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로체청소년원정대였다. 롯지를 떠나 얼마를 걸은 후 초르텐이 있는 지역에서 다시 페리체를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중 신부님과 수녀님이 이끄는 인천카톨릭스카우트 학생들을 만났다.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서 찌아 두 잔 마심 [09:50]

 ▲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영진 대원 [09:51] 

 ▲ 두글라에 있는 롯지로 올라오고 있는 로체청소년원정대원들 [10:01]

 ▲ 아름다운 설벽의 모습 [10:26]

 ▲ 촐라체의 모습 [10:27]

 ▲ 촐라체의 모습 [10:34]

 ▲ 휴식을 취하는 김영진 대원: 링마는 어디 갔지? [10:34]

 

10:37

      페리체로 가는 넓은 계곡길에 다시 들어섰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계곡 전체에 물이 차지 않나? 길 양쪽으로 돌담을 쌓아 경작지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 고산지대에서는 어떤 채소를 재배하나? 혹시 롯지를 만들기 위해서 터를 닦아 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넓은 계곡길은 평지와 같아서 걷기에는 좋았다. 왼쪽으로 페리체 롯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페리체로 가는 넓은 계곡길 왼쪽으로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10:37]  

 ▲ 저 봉우리는 높이가 몇 m나 될까? [10:37]

 ▲ 암봉 뒤로 설봉이 보이고 [11:08]

 ▲ 페리체 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다 [11:08]

 ▲ 페리체의 넓은 하상 [11:23]

 ▲ 페리체 마을이 보이고 그 위로 아마다블람도 보이고 [11:24]

 

11:58

      페리체이 있는 샹그릴라 롯지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계란을 넣은 네팔 라면을 시켰고 라면 값은 820루피였다. 12시 22분에 스탭 겔젤을 만났다. 어제 낮에 조재명 대원, 이소언 대원과 함께 내려간 포터로 그 두 대원은 남체바자르에 묵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남체에서 계란을 사서 고락셉으로 가던 중에 우리와 만난 것이다. 계란을 몇 개 얻어 계란부침을 만들어 먹었다.

 ▲ 우리가 점심을 먹은 페리체의 롯지 [12:00]

 ▲ 롯지 내부에 있는 상품진열대 [12:05]

 

13:05

      점심 후 출발. 5분 정도 걸어 뒤를 돌아보니 페리체 마을이 평화롭다. 내 생애에 언제 또 저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다리를 건너 길은 계속된다. 파란 하늘에 로체 능선과 아마다블람이 흰빛을 발하며 하늘을 가르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구름들이 하늘을 적당히 수 놓고 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더욱 아름답다. 칼라파타르로 올라간 대원들은 지금 어디 쯤 가고 있을까?

 ▲ 페리체 마을을 떠난 다음 뒤돌아보며 [13:11]

 ▲ 페리체의 넓은 계곡 [13:11]

 ▲ 페리체 마을을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다리 [13:19]

 ▲ 로체 능선 뒤로 구름이 퍼지고 있다 [13:35]

 ▲ 아마다블람 [13:35]

 ▲ 로체와 구름 [13:40]

 ▲ 아마다블람과 구름 [13:40]

 ▲ 로체 쪽 하늘을 바라보며 [13:41]

 

13:54

      아마다블람이 보이는 곳. 올라오면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둘이 걸어가니 여러 가지로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또 쉬고 싶을 때 아무 데서나 쉴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주변 풍경을 여유있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롯지를 짓기 위한 목재를 운반하는 포터들이 보인다. 그냥 보아도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 포터들은 잘도 올라간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더 좋은 집안에 태어났다면 저러지 않아도 될 텐데......

 ▲ 아마다블람 아래의 산사태 흔적 [13:54]  

 ▲ 로체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14:10]

 ▲ 파란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아마다블람 [14:26]

 ▲ 구름이 피어나는 눕체와 로체 능선을 배경으로 [14:27]

 ▲ 롯지를 지을 목재를 운반하고 있는 포터들 [14:31]

 ▲ 눕체와 로체와 구름 [14:31]

 ▲ 아마다블람과 구름 [14:31]

 

14:56

      쇼마레 마을에 도착.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인데 내려다보니 두드 코시 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이 평행선을 이루며 뻗어 있다. 이 구간에서는 팡보체로 내려가는 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오후가 되면 하얀 구름들이 향연을 벌이는데, 로체와 아마다블람 주변에 아름다운 구름이 떠다니고 있다. 올라갈 때는 못 보던 광경이다. 3시 47분, 탐사대원들이 방문했던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 앞에 있는 이정표를 지났다. 곧 오늘 하루를 묵을 팡보체 롯지에 도착을 했다. 

 ▲ 쇼마레 마을을 내려가고 있는 김영진 대원 [14:56]  

 ▲ 구름이 퍼지고 있는 아마다블람 [14:57]

 ▲ 쇼마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링마 [15:00]

 ▲ 마차푸차레, 마터호른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에 속하는 아마다블람 [15:46]

 ▲ 계곡은 깊고 산은 높고 구름은 한가하다 [15:46]

 ▲ 로체와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5:47]

 ▲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이정표 [15:47]

 ▲ 팡보체 롯지 오른쪽 설봉 위로 구름이 날리고 있다 [16:00]

 

16:06

      팡보체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데보체에서 올라올 때 하루 묵었던 곳이다. 방에 들어가 잠시 자리에 누웠다가 6시 20분에 저녁을 먹었다. 현지식인 달밧을 시켰는데 야크고기에 김치도 나왔다. 그러나 속이 안 좋아 조금밖에는 먹지 못했다. 해발고도 1000m 정도를 내려왔지만 고소증세가 말끔히 가시지는 않은 모양이다. 난로 옆에서 4명이 잡담을 하면서 나이 알아 맞추기를 했는데, 롯지 주인이 내 나이를 마흔 살로 본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탐사대원들이 묵을 때는 이 롯지가 꽤 북적거렸지만 오늘은 너무나 조용하다. 개짖는 소리만 가끔씩 들릴 뿐이다. 7시 2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밤에도 온갖 잡다한 꿈만 계속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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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팡보체로 내려오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고락셉을 거쳐 칼라 파타르에 올랐습니다. 칼라 파타르에 오른 대원들 사진은 김영식 대장이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비록 자리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5545m의 정상에 오른 대원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 빙하지대를 지나고 있는 대원들

 ▲ 다시 고락셉을 향해서

 ▲ 고락셉을 향해서 오르고 있는 대원들

 ▲ 칼라파타르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칼라파타르 정상에 오른 대원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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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9일

 

일시: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 코스: 페리체 → 두글라 → 로부체 

 

  

06:30

      기상. 오늘은 해발 4910m의 로부체까지 가야하니 해발 고도를 700m 가까이 올려야 한다. 이번 트레킹에서 최대의 난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발 4000m 이상에서의 트레킹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은 북어국이다. 밥맛이 별로 좋지 않았으나 걷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도 나에게는 이번 트레킹에서의 하나의 문제다.   

 ▲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롯지에서 최창원 선배님 [07:52] 

 

08:00

      출발. 페리체 마을 왼쪽으로 넓은 계곡 바닥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해가 들지 않았으나 30분 정도 걷자 햇살이 내려쬐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오늘도 날씨는 더할 나위없이 화창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까마귀 소리가 애절하다.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계곡 바닥길은 의외로 길어, 구릉에 올라서기 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좌우로 보이는 설봉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 페리체에 있는 롯지를 출발하고 있는 대원들 [08:00] 

 ▲ 롯지를 떠나면서 바라본 탐세르쿠 방향 [08:00]

 ▲ 해가 비치는 곳과 비치지 않는 곳의 명암이 뚜렷하다 [08:01]

 ▲ 어둠을 뚫고 밝은 곳을 향하여 [08:25]

 ▲ 어둡던 곳이 갑자기 밝아졌다 [08:26]

 ▲ 넓은 계곡에 트레킹 루트가 나 있다 [08:32]

 ▲ 넓은 평지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08:48]

 ▲ 돌담으로 둘러쌓인 경작지들 [09:12]

 

09:55

      강 바닥에서 구릉으로 올라섰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바위와 관목 사이로 여러 갈레 길이 나 있다. 황량하기가 그지 없다. 2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에는, 파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과 아름다운 색의 꽃을 보았고 오렌지와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았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것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하얀 눈이 덮인 멋진 바위벽을 볼 수 있다. 그 하얀 설산들이 황량한 풍경을 상쇄시키고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이 그것을 보완하기 마련이다. 1시간 25분 정도 걸어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을 했다. 다리 건너 있는 롯지는 뒤로 거대한 설벽을 이고 있었다.

 ▲ 계곡 바닥에서 구릉길로 올라선 대원들 [09:55]  

 ▲ 트레킹 도중에 뒤돌아본 페리체 방면 [10:02]

 ▲ 자태가 아주 빼어난 설산 [10:02]

 ▲ 이런 모양의 설산도 있고 [10:24]

 ▲ 요런 모양의 설산도 있다 [10:48]

 ▲ 탐사대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들 [11:00]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한 탐사대원들 [11:18]

 

11:20

      해발 4530m의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 점심은 흑미국수였다. 그래도 국수는 밥보다는 먹기에 좋다. 영양학적으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고소증세로 힘들어 하던 조재명 대원과 이소언 대원이 팡보체로 하산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물론 본인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겠지만. 나도 마음 같아서는 따라 가고 싶었지만, 얄팍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일단 로부체까지는 올라가보기로 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힘들어 하는 대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탐사대원들이 점심을 먹은 두글라의 롯지 [11:29]

 ▲ 두글라의 롯지 뒤로 설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12:04]

 ▲ 롯지에서 바라본 페리체 방면의 걸어온 길 [12:05]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12:05]

 

12:30

      롯지 출발. 아직도 해발 고도를 400m 정도 올려야 한다. 너덜지대를 오르고 셀파들을 기리기 위한 돌탑들이 널려 있는 곳을 지났다. 한참을 걷다보니 내가 맨 마지막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은데 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 헛딛는 느낌이다. 나는 정상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뒤에서 보면 비틀거리는 모양이다. 함께 가던 대원들이 스탭에게 내 배낭을 맡겨주었다. 얼마 안 가서 한 스탭이 나를 업고 롯지에 도착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등에 업혀서도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걸을 수 있는데....

 ▲ 롯지를 출발하면서 바라본 오른쪽 암릉 [12:31]

 ▲ 로부체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2:39]

 ▲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12:44]

 ▲ 너덜지대에서 휴식중인 대원들 [13:30]

 ▲ 룽다가 휘날리는 초르텐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 [14:18]

 ▲ 셀파들의 죽음을 기리는 돌탑이 있는 곳에서 [14:18]

 ▲ 셀파들을 기리는 돌탑이 줄을 지어 서 있다 [14:18]

 ▲ 포터도 쉬고 대원들도 쉬고 [14:26]

 ▲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4:38]

 ▲ 고소증세로 힘이 들어 쉬고 있는 모습 [14:54]

 ▲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14:58]

 ▲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원들 [14:58]

 ▲ 계곡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15:37]

 ▲ 물 건너 산 넘어에 설산이 우뚝하다 [15:37]

 

16:30

      롯지에 도착, 김영식 대장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이아막스와 비아그라, 아스피린을 먹었다. 일단 내일 아침에 상황을 보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팡보체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여자대원들이 내 손가락 10개를 모두 땄는데 시커먼 피가 계속 나온다. 몸 상태가 아주 나쁘다는 증거다. 저녁은 무우국인데 밥맛이 없다. 한 술 뜨고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 그리고 딸 선영이와 통화를 했다. 고소증세 때문에 여기서 아래로 내려갈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그래서 가족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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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8일

 

일시: 2009년 1월 11일 일요일

◈ 코스: 팡보체 → 쇼마레 → 페리체 

 

  

06:30

      기상,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짐을 꾸렸다. 오늘은 페리체까지 트레킹을 하는 날로 고도를 약 300m 정도 올려야 한다.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니 롯지 위로 설봉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주변은 아직 어두운 편인데 신기하게도 설산만 하얗다. 롯지 왼쪽 공터에서 출발전 체조를 한 다음 스틱을 높이 올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오늘도 역시 날씨는 좋다. 

 ▲ 팡보체의 롯지 위에서 설봉이 내려다보고 있다 [07:47]

 ▲ 롯지 지붕 위로 보이는 아마다블람 [07:47]

 ▲ 롯지 앞 마당에 모여 출발 전 준비운동 [08:01]

 ▲ 오늘도 어김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 [08:05]

 

08:07

      팡보체 롯지를 출발. 계곡 왼쪽으로 나 있는 산허리길을 따라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15분 정도 걸었더니 팡보체 사원과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 걷는데 힘이 든다. 해가 비치지 않는 음지는 얼음이 그대로 얼어 있고 춥다. 몸이 으스스하게 떨려 아스피린을 3알 먹었다. 쇼마레를 통과했다. 오른쪽으로 아마다블람이 계속 보인다. 'Welcome to Chejungma'라는 글씨가 롯지 지붕 아래 벽에 적혀 있다. 

 ▲ 작은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 대원들 [08:10]

 ▲ 팡보체 사원과 팡보체 초등학교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8:24]

 ▲ 설산 아래 오른쪽으로 팡보체 롯지가 보인다 [08:24]

 ▲ 고도가 높아 온도가 낮은 탓에 길에 얼음이 얼어 있다 [08:51]

 ▲ 계곡 오른쪽에 솟아 있는 아마다블람 [09:00]

 ▲ 쇼마레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09:09]

 ▲ 산악가이드 라주의 멋진 모습 [09:16]

 ▲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09:33]

 ▲ 앞으로 가야할 길을 바라보며 [09:33]

 ▲ Chejungma에 있는 롯지 [09:37]

 

09:48

      사방으로 설산이 보이는 곳에서 휴식. 산이 높아지다 보니 주변에 큰 나무들은 없고 관목만 보인다.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이니 수목한계선을 넘은 모양이다. 황량한 산등성이에 트레킹 루트가 계속 나 있다. 오른쪽으로 아마다블람이 가깝게 보이는데, 그 아래로 U자를 거꾸로 엎어 놓은 형태의 산사태 흔적이 보인다. 나무가 없다 보니 여러 군데서 산사태가 난 흔적을 볼 수 있다.

 ▲ 트레킹 루트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그림같은 롯지 [09:48] 

 ▲ 황량한 트레킹 루트 위로 설산이 보인다 [09:49]

 ▲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은 놓은 계단식 밭 [10:06]

 ▲ 눕체와 로체가 이어지는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10:15]

 ▲ 파란 하늘에 좋은 대조를 이루고있는 하얀 설산 [10:29]

 ▲ 아마다블람 아래로 산사태가 난 흔적이 역력하다 [10:37]

 ▲ 돌담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설산능선 [10:48]

 ▲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청소년 탐사대원들 [10:48]

 

11:12

      휴식을 취했다. 힘이 드니 자주 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돌탑처럼 잔돌을 쌓아 초르텐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이윽고 멀리 언덕 왼쪽으로 페리체 마을의 롯지들이 보였다. 강물이 흐르는 계곡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강물이 불어나면 침수를 당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계곡 물 위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언덕을 내려가니 페리체 마을이다. 

 ▲ 우리나라의 돌탑처럼 돌이 쌓여 있는 곳 뒤로 눕체와 로체 설벽이 보인다 [11:12] 

 ▲ 언덕 아래 멀리 보이는 페리체 마을 롯지들 [11:18]

 ▲ 페리체 마을이 있는 계곡 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설산 [11:18]

 ▲ 페리체 마을로 갈 때 건너야 하는 다리 [11:33]

 ▲ 다리를 건너 페리체 마을로 내려가는 대원들 [11:33]

 ▲ 계곡에 흐르는 물이 군데군데 얼어 있다 [11:34]

 ▲ 페리체 마을은 강 오른쪽 계곡에 있다 [11:42]

 

11:53

      해발 4240m의 페리체에 있는 Everest Pumolie Pheriche 롯지에 도착. 페리체 마을은 꽤 넓은 계곡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카레가 점심으로 나왔는데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지만 3분의 2 정도 억지로 먹었다. 방에 들어오니 최창원 선배가 영양제라면서 스쿠알렌 비슷한 것을 주신다. 고맙다. 하나 받아 먹고 먹고 침낭에 들어가 누웠다. 최창원 선배는 오후에 다른 몇 명과 4500m 정도 되는 뒷산을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나가셨다. 대단하신 분이다.

 ▲ 하루를 묵은 페리체의 롯지 건물 모습

 

17:40

      저녁식사로 김칫국과 잡채가 나왔는데 속이 괜찮아 다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소증세 탓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잠시 누워 있다가 따뜻한 물을 가지러 롯지 홀에 나가보니 대원들 사이에 포카판이 벌어졌다. 옆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롯지의 태양열 에너지가 다 소멸되었는지 서서히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취침. 별로 춥지는 않은데 평소에 꿈을 꾸지 않는 내가 계속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내용의 꿈을 계속 반복해서 꾸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가?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메모 :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7일

 

일시: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 코스: 데보체 → 밀링고 → 팡보체 

 

  

06:20

      기상.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다시 비아그라를 한 알 먹었다. 그런데 이 놈의 비아그라는 가짜인지 영 효력이 없다. 짐을 꾸린 다음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해가 비치지 않은 언덕 위에서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반겨준다. 늘 그러하듯이, 아침 운동을 하고 화이팅을 외치며서 오늘 하루의 트레킹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바로 이웃에 있는 팡보체의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에 트레킹 거리가 짧아 2시간 정도만 걸으면 된다.

 ▲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아침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07:55]

 ▲ 팡보체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07:55]

 ▲ 트레킹 전 준비운동은 필수적인 하루 일과 중 하나다 [07:58]

 ▲ 안전산행을 다짐하는 탐사대원들의 화이팅 [08:02]

 

08:05

      팡보체를 향해 트레킹 시작. 경사가 별로 없는 걷기에 좋은 길이다.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정면으로 번갈아 보인다. 루크라에 도착한 이후로 날씨는 계속 좋다.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계속 되다가, 오후가 되면 조금 구름이 끼는 그런 날씨의 연속이다. 날씨는 트레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탐사대원들은 히말랴야 신이 도와주는 모양이다. 그래나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춥다. 워낙 고산지대라 보니 기본적으로 기온이 낮은 것이다. 그래도 해만 나면 따뜻하다.

 ▲ 팡보체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대원들 [08:38]

 ▲ 명암의 대비가 분명한 뒷편으로 로체가 보인다 [08:40]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08:46]

 

08:51

      튼튼하게 새로 놓은 철다리를 건넜다. 철다리 아래로 예전에 놓여 있던 출렁다리가 보인다. 장정모 사장이 이 다리에서 유명한 셀파가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8천 미터급을 자주 오르는 유명한 셀파들은 고소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혈액의 상태가 변하고, 따라서 정신적 질환을 많이 앓아 불행하게 인생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 정상적인 상태의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니겠는가? 환경이 바뀌면 적응을 하는데 그 만큼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내가 겪고 있는 고소증세도 그러한 고통 중의 하나일 것이다. 팡보체 마을에 가까워지자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한꺼번에 잘 보였다.

 ▲ 새로 놓은 철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08:51]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정동벽 부단장과 함께 [09:00]

 ▲ 멀리 뒷쪽으로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09:01]

 ▲ 편편한 바위는 모두 마니석으로 변해 '옴마니 반메흠'을 품고 있다 [09:02]

 ▲ 세계 3대 미봉에 속하는 아마다블람 [09:21]

 ▲ 초르텐 뒤로 꽁데피크가 보인다 [09:26]

 ▲ 산허리를 따라 길이 나 있고 롯지도 보인다 [09:40]

 ▲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잘 보이는 팡보체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09:48]

 

10:07

      해발 3930m의 팡보체에 있는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고지라서 그런지 무척 춥다. 해가 비치는 곳은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이 불어 춥다. 1호실을 배정받고 우모복을 꺼내 입었다. 으슬으슬 춥다. 졸리다. 머리가 아프다. 고소증세가 복합적으로 밀려오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이런 상태로 과연 칼라 파타르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 팡보체의 히말랴얀 롯지 건물 [10:07]

 ▲ 히말라얀 롯지 안내판 [10:08]

 ▲ 오늘의 숙박지인 팡보체의 히말라얀 롯지 건물 [10:20]

 

12:00

      점심은 볶음밥이었다. 대충 점심을 먹고 12시 30분에 방에 들어와 짐정리를 한 다음 침낭 속에 누웠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파 아스피린을 찾았으나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몸이 떨리고 머리가 아파서 다시 짐을 샅샅이 뒤져 아스피린을 찾아 350mg 짜리 3개를 먹었다. 학교 방문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냥 침낭 속에 누워 쉬었다. 심호흡을 하고 물을 마시니 머리가 조금 맑아지고 속도 편해졌다. 아스피린 탓인지 열도 내렸다. 학교 방문 행사는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4시가 되자 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원들의 소리가 들린다. 무사히 잘 마친 모양이다. 아래에 나오는 학교 방문 행사 사진은 박종익 부대장이 찍은 것은 올린 것이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로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로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에서의 방문 기념행사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에서의 방문 기념행사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아마다블람이 내려다 보고 있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

  

18:00

      저녁식사는 배추를 넣은 된장국이었는데 밥맛이 있는 것을 보니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 같기도 하다. 롯지 아래층 주방에서 네팔 고추 볶는 냄새가 마루 틈새를 타고 올라오는데 무지하게 맵다. 네팔에서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네팔 고추를 빻아서 눈에 바른다나.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늘에 쟁반만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오늘이 보름인가? 저 달이 다 닳아 없어질 때 쯤 집에 돌아가겠지.

 

      동네 인근 주민들이 롯지 홀에 모여 셀파족의 전통춤을 보여 주는 행사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과의 어울림 마당이 벌어진 것이다. 남녀가 등 뒤로 손을 잡고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가 한 번 끝나면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같은 창을 마신다. 가락은 간단하지만 가사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탐사대원들도 함께 어울려 춤을 추었다. 아리랑, 레삼 삐리리로 막을 내린 시간은 8시 30분 경. 대장이 건네 준 회원들의 격려금은 학교 뒤에 있는 사원에 부처님을 모시는데 보태겠다고 동네 이장이 발표를 한다. 부러울 정도로 신앙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 롯지 홀에서 지역 주민들이 셀파족의 전통춤을 추고 있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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