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4일
◈ 일시: 2009년 1월 17일 토요일
◈ 코스: 팍딩 → 가트 → 체플룽 → 루크라
06:30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롯지 주변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 그 구름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제법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오랜만에 아침에 구름을 보았다. 루크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좁교들 옆 마당에서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준비운동을 했다. 루크라에 가면 더 이상 걸을 일이 없으니 준비운동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보다 준비운동을 하는 대원들도 줄고 동작도 많이 흐트러진 모습이 보인다.
▲ 팍딩 하늘에 하얀 구름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07:55]
▲ 팍딩 하늘의 구름 [07:55]
▲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팍딩 하늘의 구름 [08:09]
▲ 루크라로 떠나기 전의 준비운동 [08:27]
▲ 좁교들도 출발 준비를 하고 있네 [08:29]
08:30
롯지 출발, 두드 코시 강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를 건넜다. 루크라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지만 300m 정도 해발 고도를 올려야 한다. 크게 힘이 들지 않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를 도와주는 스탭들은 우리에게 고용이 되어 있지만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대원들은 스탭들을 마치 하인처럼 다루려고 하는 기색이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크게 잘못된 발상이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단지 돈이 조금 더 있다는 것일 것이다. 돈이 사람의 귀천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정말로 유치하다.
▲ 다리 건너 우리가 머물렀던 스타 롯지 건물이 보인다 [08:35]
▲ 다시 하늘에 나타난 구름이 만들어낸 기묘한 모습 [08:35]
▲ 팍딩의 롯지 밀집지역으로 가고 있는 대원들 [08:36]
▲ 롯지 건물이 많이 있는 팍딩의 중심지 [08:39]
▲ 제주도처럼 돌담으로 경계를 지은 곳이 많다 [08:45]
▲ 팍딩 지역을 벗어나고 있는 대원들 [08:50]
08:52
팍딩 마을 이정표를 지났다.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 그런지 파란 채소가 자라는 경작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니석도 많다. 커다란 불탑도 있다. 마니석이나 초르텐이 있으면 왼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운행법인데, 좁교는 그냥 오른쪽으로 올라온다. 좁교가 종교를 알리가 있나? 그걸 안다면 좁교가 아니지. 해발 2592m의 가트(Ghat) 마을을 지났다. 길옆 경작지에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름을 펴고 있다. 낮에는 따뜻하다 보니 겨울에도 채소가 자라는 모양이다.
▲ 고소증세도 없으니 대원들 모두 잘 걷는다 [08:56]
▲ 두드 코시 강 건너 오른쪽에 주택이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09:00]
▲ 로체청소년원정대가 달려서 내려가고 있다 [09:06]
▲ 팍딩에서 루크라로 가는 길에는 오르막 경사진 곳이 많다 [09:12]
▲ 좁교는 종교를 모르니 마니석 오른쪽으로 그냥 돈다 [09:15]
▲ 꽤 큰 불탑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09:16]
▲ 길옆에 마니석이 유난히 많은 지역 [09:17]
▲ 따뜻한 지역이라 그런지 밭에 채소가 자라고 있다 [09:19]
▲ 가트(Ghat)에 있는 롯지 건물 모습 [09:19]
▲ 가트 마을을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오른쪽은 로체청소년원정대 [09:22]
▲ 길옆 밭에서 거름을 뿌리며 농사를 지을 준비가 한창이다 [09:25]
▲ 짐을 진 네팔 아이들이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09:34]
09:39
큰 깃발에 커다란 룽다가 휘날리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얀 구름이 퍼져 있는 파란 하늘에 오색의 룽다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부처님이 넓은 손바닥을 휘저어 중생들에게 恩福을 내려주는 모습처럼 보인다. 산앙은 참 좋은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기댈 수 있는 전지전능한 절대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혹자는 '神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을 한다. 지나친 오만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라고 不可知論을 펴는 사람들은 그래도 겸손한 편이다. 사람은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 룽다가 휘날리는 커다란 장대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09:39]
▲ 구름이 엷게 퍼져 있는 파란 하늘에 오색 룽다가 늠름하다[09:40]
▲ 구름이 흩어지고 있는 하늘 아래 암봉이 양팔을 벌리고 있다 [09:48]
▲ 우리가 묵은 스타 롯지 안내 광고판 [09:50]
▲ 마니석도 꾸미기에 따라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09:53]
▲ 하늘에서 구름이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 [09:56]
▲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10:05]
10:25
체플룽(Chheplung)에 도착. 길 오른쪽에 꽤 넓은 경작지가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파란 채소가 자라는 곳도 있다. 길옆 식당에서 임해훈 대원, 박종익 부대장과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예상과는 달리, 식당 주인장은 남자였는데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 커피를 시킨 나에게 찌아를 한 잔 가득 덤으로 갖다주었다. 루크라로 올라가는 막바지 경사길, 걷는데 힘이 든다.
▲ 체플룽에 있는 롯지 건물 [10:25]
▲ 강 건어 오른쪽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주택들 [10:25]
▲ 다양한 형태와 색깔의 마니석 [10:28]
▲ 길옆에 있는 거대한 마니차와 마니석들 [10:39]
▲ 지리(Jiri)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이정표 [10:40]
▲ 이곳의 롯지들은 새로 지은 것이라 비교적 깨끗하다 [10:41]
▲ 길 오른쪽의 계단식 경작지에 채소가 자라고 있다 [10:49]
▲ 꽤 넓은 밭도 보이고 [10:49]
▲ 우리나라의 다랭이논과 비슷한 경작지 모습 [10:51]
▲ 임해훈 대원, 박종익 부대장과 커피를 마셨던 곳: 남자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11:01]
▲ 길 오른쪽으로 비교적 넓은 터에 경작지와 마을이 들어서 있다 [11:22]
11:36
오늘의 목적지 루크라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롯지가 양쪽에 도열해 있는 마을 도로를 지나 공항에 도착해보니, 우리를 앞질러 뛰어갔던 로체청소년원정대원들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지만 날씨는 괜찮은데 비행기는 왔었나? 히말라얀 롯지에 들어가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배정받은 방이 바로 길옆이라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 루크라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 안내도 [11:36]
▲ 루크라 마을 입구에 있는 게이트: 위에 있는 여성상은 누구일까? [11:37]
▲ 게임을 하고 있는 루크라 마을 청년들 [11:39]
▲ 나무등짐을 지고 내려오는 여자아이들 [11:39]
▲ 루크라 마을의 롯지들 [11:40]
▲ 루크라 공항: 공식명칭은 힐러리-텐징 공항이다 [11:52]
▲ 우리가 묵었던, 그리고 오늘 묵을 히말라얀 롯지가 보인다 [11:52]
12:35
점심은 라면이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매일 점심에 밀가루 음식만 먹고도 열흘 이상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깨달았다. 점심 먹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밖을 돌아다녀 보았자, 그 풍경이 그 풍경이고 그 거리가 그 거리다. 그런데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녁은 카레라이스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다. 또 그냥 먹는 수밖에 없다.
▲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든 루크라의 하늘 [17:42]
19:00
저녁 후 몇몇 대원들 또 술을 먹으러 나간다. 나도 어느 정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매일 먹을까?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술은 함께 마실 대상자와 또 술자리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술을 먹기 위해서 무작정 나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술이라도 마셔야지 뭘 하겠나? 나는 그냥 침낭 속에 몸을 눕혔다. 별의 별 상념이 다 떠오른다. 지나간 일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가족 생각 등등. 정리되지 않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머리 속을 온통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부분의 롯지가 그렇듯이, 이 롯지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한 사람만 움직여도 전체가 흔들린다. 쿵쾅거리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 등산화 발자국 소리, 밖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오가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온다.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가? 최창원 선배님이 잠시 후 돌아오셨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셨네. 그나저나 내일 비행기가 뜨려면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이제 롯지에서 자는 것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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