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은 자연계의 마법공식
일정부피 최소면적으로 감싸
2007년 04월 27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누구나 한 번쯤 투명한 비눗방울을 불며 놀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긴 빨대에 비눗물을 묻혀 ‘후’불면 봉곳이 부푸는 비눗방울은 그 자체가 환상적인 세계다. 19세기 영국의 비누회사 ‘A&F 피어스’는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신제품 광고에 비눗방울 그림을 삽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수학의 세계에서도 비눗방울은 놀라운 매력을 떨친다. 단세포 동물에서 올림픽 경기장 지붕까지 세상의 숨은 법칙을 읽는 마법의 렌즈와도 같기 때문이다.

생물-건축-경제학에 널리 활용

세포동물, 외부자극 줄이려 같은 형태로 진화

18세기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은 비눗방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그는 어느 화창한 봄날 비눗방울을 불며 노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그림처럼 한동안 비눗방울은 가볍고 투명한 구슬처럼 여겨졌다.

수학은 구(球)를 같은 부피를 에워싸는 곡면 중 면적이 가장 작은 물체로 해석한다. 일정한 길이의 끈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둘러싸려면 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이런 성질 때문에 비눗방울의 평균곡률은 일정한 값(상수)을 갖는다. 구 외에 다른 형태를 띨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에서 비눗방울과 같은 ‘수학적 성질’을 가진 사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단세포동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세포동물은 외부 자극을 줄이면서 생명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편한 형태를 가지려는 성질이 있다. 과학자들은 “단세포동물이 물리적 힘과 생물학적 필요성이 균형을 이루며 진화한 덕에 비눗방울과 비슷한 수학적 성질을 띠게 됐다”고 추측한다.


이룰 땐 외부각도 120도, 내부 109.5도

비눗방울이 여러 개 모여 만든 구조와 같은 성질을 지닌 사례는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누거품은 낱개의 비눗방울이 서로 만난 부분이 곡면을 이룬다. 이때 곡면을 따라 비눗방울이 서로 만나는 각도는 120도. 내부에 생긴 막은 109.5도를 이룬다(아래 사진 참조).

비눗방울이 모여 120도 구조를 만드는 까닭은 비눗방울처럼 일정 부피를 에워싸는 곡면 중 가장 작은 넓이이기 때문이다.

고등과학원 수학과 최재경 교수는 “자연계는 표면적을 가장 작게 하면서 가장 튼튼한 구조를 가지려는 성향을 가진다”며, “비누거품이 이루는 ‘120도 구조’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비눗방울의 ‘120도 구조’는 벌집, 현무암 기둥, 잠자리 날개, 방산충 뼈대와 같은 자연계는 물론 자동차 핸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송유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된다.


붕에 응용 건축재료 적게 들고 구조안정

비눗물에 둥근 철사를 담갔다 꺼낼 때 생기는 ‘비누막’ 구조는 건축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1972년 완공된 독일의 뮌헨 올림픽 경기장은 비누막을 본뜬 지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 프라이 오토와 군터 베니시는 지붕을 설계할 때 실제 축소된 구조물을 이용해 비누막 실험을 했다.

그들이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비누막을 큰 건물의 지붕 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비누막 역시 경계가 있는 곡면 중에서 가장 작은 표면적을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평균곡률이 0인 비누막은 최소 넓이를 가지려는 성질 때문에 매우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건축학적으로 가장 적은 재료로 가장 안정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성당의 종탑이나 소방서 같은 좁은 공간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회전계단’도 비누막이 확장된 형태다. 최 교수는 “비누막과 비눗방울 구조가 갖는 이런 성질은 자연계나 공학 분야의 해석뿐 아니라 ‘최소 비용에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 분석 등 다른 분야의 해석에도 널리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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