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하나 마음은 둘 운명은 수정란이 결정
‘샴쌍둥이’ 탄생과 심리의 과학
2007년 07월 27일 | 글 | 박근태 기자ㆍkunta@donga.com |
 
영화 ‘샴’의 한 장면.
태어난 날짜는 물론 태어난 시분 초까지 같은 숙명적 존재가 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부터 한순간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이들. 평생 함께 먹고 자고 울고 웃으며 사는 운명 공동체. 몸의 일부분이 붙어 태어난 결합쌍생아(일명 샴쌍둥이)의 삶이다. 얼마 전 샴쌍둥이 자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공포영화 ‘샴’이 개봉되면서 결합쌍생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샴쌍둥이를 소재로 한 공포 코드의 진실과 거짓을 살펴봤다.

일란성보다 안 닮은 경우도 많아


결합쌍생아는 머리나 가슴, 배, 엉덩이, 다리 등이 붙은 채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되려던 수정란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할 때 결합쌍생아가 된다고 보고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뒤 13∼15일째 완전히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채 성장하면 결합쌍생아가 된다는 것이다.

‘샴’의 주인공 자매처럼 배가 붙은 제대결합쌍생아(33%)는 가슴이 붙은 흉결합쌍생아(40%) 다음으로 흔한 사례에 속한다. 2003년 분리 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의 랄레흐 비자니와 라단 비자니 자매는 가장 드문, 두개골이 붙은 경우다.

샴쌍둥이는 일란성 쌍둥이보다 체질과 성격이 더 닮을 가능성이 높다. 태아 때부터 호르몬과 혈액, 산소 등 모든 환경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함께 성장하면서 줄곧 같은 경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자매처럼 한 명은 ‘외향적’인 반면, 다른 한쪽은 ‘내성적’인 사례도 나타난다. 혈액과 영양분이 어느 한 명에게 집중될 경우 일란성 쌍둥이보다 오히려 더 안 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소아 희소질병 전문가인 정풍만 한양대 의대 교수는 “결합쌍생아 중 한 명에게 영양분이 몰려 한쪽 아이만 계속 자라는 기현상이 실제 발견되곤 한다”고 말한다. 분리수술을 받기 전 랄레흐는 사색적이었던 반면 라단은 활달했다고 한다.


1990년 한국서 첫 분리 수술


한국에서 분리 수술은 1990년 정 교수가 가슴과 배가 붙은 형제를 처음 분리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건이 이뤄졌다. 첫 분리 수술을 받은 형제는 지금도 둘 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영화처럼 수술 도중 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이란의 비자니 자매처럼 둘 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대개 심장이 하나거나 뇌의 정맥이 붙어 있는 경우다. 뇌가 붙은 경우의 생존율은 40%, 심장이 하나인 경우 한 명만 살린다고 해도 생존한 예가 없다.

쌍둥이 심리학자들은 “분리 수술에 성공해 둘 다 생존한 경우 보통은 심리적으로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한쪽만 생존했을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심리적 압박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 교수는 “수술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힘든 수술을 받은 경험이 기억에 깊숙이 ‘각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5세 미만 아이에게서도 훗날 수술의 기억이 발견된다”며 “분리 수술은 가급적 태어난 직후 바로 하는 것이 아이 정서에 좋다”고 설명했다. 살아남은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환영’은 어쩌면 의식 깊숙이 각인된 ‘상실’과 ‘고통’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쌍두거북 등 ‘샴’ 동물 성격 - 행동 전혀 달라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머리 둘 달린 붉은귀거북. 흔치 않지만 동물에게서도 몸이 붙어 태어나는 결합쌍생아가 발견된다. 사진 제공 코엑스 아쿠아리움·유니코리아

자연에도 결합쌍생아가 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머리가 둘 달린 붉은귀거북(청거북)을 공개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따르면 쌍두거북은 성격이나 행동이 판이하다. 한 마리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데 반해 다른 쪽은 겁이 많고 내성적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성제경 교수는 “드문 경우지만 소, 돼지, 염소도 종종 배나 등이 붙은 결합쌍생아가 태어난다”고 말한다.

동물 ‘샴쌍둥이’의 운명은 가혹하다. 자궁에서 생존율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태어난다 해도 대부분 ‘살(殺)처분’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나마 쌍두거북은 ‘희소성’의 덕을 톡톡히 본 행운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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