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 2. 아루갓 바자르 - 아르켓 바자르 - 소티콜라

트레킹

출발지

캠핑사이트

고도

소요시간

trek 1

카트만두 - (전세 차량) -  아루갓 바자르

520m

10:20

trek 2

아루갓 바자르

소티 콜라

620m

5:45

trek 3

소티 콜라

마차 콜라

930m

8:10

trek 4

마차 콜라

도반

990m

5

trek 5

도반           

필림

1,550m

7:30

trek 6

필림           

1,895m

4:30

trek 7

뎅               

2,140m

6

trek 8

프록

리히

2,905m

5:45

trek 9

리히

사마가온

3,530m

7

trek 10

사마가온 (휴식일.  빙하호수 방문)

3,680m

5

trek 11

사마가온

삼도

3,850m

3

trek 12

삼도 (고소적응일.  티베트 국경 방문)

4,040m

7

trek 13

삼도

다람살라

4,450m

3:35

trek 14

다람살라 - 라르키아 라(5213m) - 빔탕

3,720m

11

trek 15

빔탕

띨제

2,335m

8:20

trek 16

띨제

자갓

1,314m

9

trek 17

자갓

나디

930m

7

trek 18

나디 - 불불레 - (전세 차량) - 카트만두

1,400m

11


트레킹 시작

 2007. 10. 14(일)

그런대로 잠을 잘 자고 일찍 눈을 떳다. 멋진 롯지도 아니고 포근한 텐트도 아니어서 기분이 좀 찝찝하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아루갓 바자르까지 왔으니 다행이다. 처음부터 일정이 어긋나면 전체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날씨를 보니 흐리다. 저지대의 따뜻한 바람이 분다. 마을은 생각보다 작다. 다운타운은 어제 밤에 올라왔던 아래쪽에 있는 모양이다. 여기는 마을이 거의 끝나는 지점이어서 상점도 별로 없다. 아침에 보명화 보살님의 가방이 도착했다. 어제는 두 개의 가방 중 하나만 도착했다. 다른 사람은 하나씩인데 두 개를 가져온 것은 밑반찬과 간식거리 그리고 네팔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 양말 100컬레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 때 각자 지참품으로 라면 10개, 누룽지 5봉지, 고추장 500g씩 꼭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한 사람이 다 가져오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그 외 필요한 간식은 취행대로 가지고 오면 된다. 라면과 누릉지는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잘 먹었다. 고추장은 3kg 중 반만 먹고 반인 1.5kg은 남았다. 밑반찬으로는 깻잎, 장아찌, 묵은지 등 몇 가지를 가지고 온 분들이 있어 덩달아 호사를 누렸다.

가장 중요한 김치는 카트만두에서 미리 주문해 가지고 갔다. 이젠 한국에서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조금씩 가지고 갔는데 운반에 애를 먹곤 했다. 무겁기도 하고 포장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문득 원정대들은 현지에서 미리 담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삼툭에게 연락하니 담을 수는 없어도 살 수는 있다고 한다.

주 1회 운항으로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많아진 카트만두에는 한국식당이 더 늘었다. 그런 식당 중 삼툭이 잘 아는 <서울아리랑>에서 김치 10kg을 주문해 두었다고 한다. 가격은 1kg에 350루삐(약 5500원)로 네팔 물가로는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한국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가지고 가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김치를 안 먹는다면 더 좋겠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18일 동안의 여행에 김치가 없으면 입맛이 떨어져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8시 45분 출발. 이제 진짜 두 발로 걷는 마나슬루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저지대라 더울 것 같아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다. 출발이 늦은 이유는 어제 전세버스에 놓고 온 텐트, 식량, 등의 장비를 아침에 가지고 온 까닭이다. 주방도구도 없어 아침도 롯지에서 시켜 먹었다. 어제 그곳에서 오는데 거의 1시간 걸렸으니 포터들과 주방팀은 아침부터 바빳을 것이다.

한가한 산골 마을 풍경이다. 마을을 벗어나니 넓은 부리 간다키 강이 보이고 멀리 설산 꼭대기가 조금 보인다. 부리 간타키 계곡 오른쪽에 있으니 아마 가네시 히말(Ganeshi Himal)의 한 봉우리일 것이다. 가네시 히말은 4개의 7천미터급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군으로 그 오른쪽에는 랑탕 히말이 있고 두 산군 사이에는 티베트에서 발원한 트리술리 강이 흐르고 있다. 랑탕 트레킹은 보통 트리술리 강의 상류에 있는 샤브루베시에서 시작한다.

샨티 바자르(Shanti Bazar)에 9시 30분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 큰 반얀나무 주변에 초우따라와 작은 가게가 몇 개 있다. 이미 그곳에는  우리 포터들이 쉬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같이 온 포터들의 나이는 19세에서 25세 사이다. 짐이 많아 어제 아루갓 바자르에서도 포터 서너 명 더 구했다는데 어린 친구도 있고 40세가 넘는 노장도 있다.

포터들은 아침에 짐을 꾸려 그날 캠핑사이트까지 나르는 일을 한다. 식량을 가지고 와서 중간에 자기들끼리 밥을 지어 먹는다. 포터에게 맡기는 짐은 하루의 운행이 끝나야만 만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장비는 개인용 배낭에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물통과 휴대용 방석은 꺼내기 쉽게 배낭 좌우 주머니에 넣는다. 간단한 세면도구, 휴지, 물티슈, 비옷, 보온용자켓, 헤드랜턴, 간식, 입술크림, 손톱깎기, 작은 칼, 화장품(여자) 등은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배낭을 보호하기 위한 배낭커버도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나는 아침에 한 번 바르는 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에 카고백에 넣었다.

샨티바자르를 지나 이제 여물고 있는 녹색의 벼논 사이를 걸었다. 주변 집에는 '바나나 나무'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곧 강바닥으로 내려섰다.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즐기며 강을 따라 걷다가 맑은 지류 개울을 하나 건넜다. 다리가 없어 신발을 벗어야했다. 물이 맑아 한국의 산골 계곡을 건너는 기분이다.

곧 점심 먹을 마을인 아르켓 바자르(Arkhet Bazar)에 도착했다. 10시 45분이니 아루갓 바자르에서 2시간 걸렸다. 날이 무척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한 식당에 안내되어 점심을 기다렸다. 주방팀은 이미 식당 뒷마당에서 음식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비스킷과 뜨거운 레몬티를 빠상이 가지고 왔다. 빠상은 수석 주방보조원이다. 수석 주방보조요원이 맡은 일은 아침마다 모닝티와 세숫물을 텐트 앞으로 갖다주고 식사 전 차와 과자를 내오며 식사 시간에는 테이블을 세팅한다.

바자르란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뒤에 바자르가 붙은 마을은 모두 시장의 기능이 있는 마을이다. 아르켓 바자르는 이 지역에서 제일 위쪽에 있는 시장이다. 그 위로는 시장 기능이 있는 마을은 없다. 시장은커녕 마을다운 마을은 한참 올라가야 하는 남룽, 사마가온, 삼도 정도밖에 없다. 위쪽 마을 사람들은 3-4일 씩 걸어 내려와 이곳이나 아루갓 바자르에서 장을 보고 다시 그만큼 걸어 올라가곤 한다.

시장 마을답게 생필품을 갖춘 가게들이 많이 있다. 원정대와 트레커들을 겨냥한 로프도 보인다. 백산 스님은 이곳에서 반 바지를 하나 샀다. . 더사인 축제 대목장을 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바글거리는데 한쪽에서는 주사위 노름을 하고 있다. 그런 곳은 특별한 구경거리가 없는 산골 아이들에게 신나는 구경거리다.

주방팀이 만들어 온 첫 점심이 나왔다. 이미 작년 무스탕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음식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캠핑트레킹은 서구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정이나 음식 등이 정립되어 있다. 그래서 네팔에서의 캠핑트레킹은 어떤 여행사를 택하더라도 대동소이하다.

저널리스트이자 트레킹 전문가인 레이놀즈(Kev Reynolds)의 책에는 그 일정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마나슬루가 개방된 1992년 처음 마나슬루를 방문했고 1996년 마나슬루 트레킹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다시 방문한 후 라는 안내서를 썼다. 마나슬루 트레킹 구간별 설명이 되어 있는 가이드북은 현재 그의 책이 유일하다.

그가 쓴 책으로 마나슬루 외에도 그는 캉첸중가,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랑탕 헬라부 & 고사인꾼드 트레킹에 관한 'A Trekker's Guide' 시리즈가 있고, 등 유럽의 여러 산을 트레킹 하는 안내서도 썼다. 그의 책에 나와 있는 캠핑트레킹의 일과는 다음과 같고 우리 역시 대체로 그 일과를 따를 것이다.

6:00 트레커의 텐트로 한 잔의 차가 배달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6:15 텐트 입구로 따뜻한 물이 담긴 세숫대가 도착한다.
7:00 아침식사. 구릉지역에서는 보통 식당텐트가 이미 철수되기 때문에 야외 에서 먹고 추운 고산지대에서는 식당텐트에서 바쁘게 먹을 것이다. 아침식사는 보통 뽀리지 또는 시리얼, 계란과 짜파티, 홍차, 커피 또는 핫초코릿 티로 구성된다.

7:30 트레킹 출발. 이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멋진 때이다. 공기는 시원하고 빛은 순수하고 새들은 지저귄다. 사진 찍기 아주 좋다. 오전 중 당신은 짐을 내려놓고 길가에서 쉬거나 차를 마시는 포터들을 추월한다. 주방팀은 당신을 추월한다. 만일 그들이 당신을 추월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너무 빨리 걸은 것이다. 당신은 점심을 굶을지 모른다!

11:00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다. 스태프들은 보통 물이 가까이 있고 경치가 좋은 곳을 선택한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뜨거운 과일음료가 담긴 찻잔을 받는다. 쉬는 동안 책을 읽거나 여행기록을 쓰고 경치를 감상한다. 점심은 종종 두 코스의 음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들면, 참치, 감자볶음, 양배추샐러드와 짜파티, 그리고 디저트로 통조림 과일과 각종 차가 따른다.

13:00 다시 트레킹을 한다. 다시 길가에 쉬고 있는 포터들을 추월하고 주방팀과 셰르파들에게 추월당한다. 만일 그러지 않다면 당신은 길을 잘못 들었거나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캠프를 지나친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서다는 셰르파 한 사람을 당신 앞에 보내 갈림길에서 기다린다.

16:00 캠프에 도착. 몸을 씻고 빨래하고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쉰다. 포터들이 마침내 당신의 가방과 침낭과 텐트를 지고 나타난다. 밤에 텐트 안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헤드랜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두라.

18:00 저녁식사를 하며 내일의 일정을 설명하고 의논한다. 저녁은 고정된 세 코스의 음식으로 수프, 닭, 밥과 야채, 과일, 홍차, 커피 또는 핫초콜릿 차가 나온다.

20:00 이를 닦고 잠 자러 간다.

12시 45분, 점심을 먹고 다시 기운을 얻어 출발했다. 강 하류에 위치한 마을이라 계단식 논이 많이 보인다. 아직은 계곡의 경사가 완만하다. 부리 간다키 강도 깔리 간카키 강 못지 않게 검다. 이 강은 얼마 후 트리술리 강과 만나 서쪽 무글링으로 흐르다가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어 치트완 지역을 거쳐 갠지스 강과 합류한다.

길이 넓다. 현지인들과 함께 짐을 실어 나르는 조랑말 무리도 지나간다. 말이 지나갈 때는 쉬는 때이기도 하다. 이미 길은 산기슭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말들이 지나갈 때는 벽쪽으로 붙어야 한다. 강쪽에 있으면  자칫 말에 실은 짐에 밀려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슬슬 협곡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앞 산꼭대기에서 폭포가 내려와 작은 지류를 만들고 있다. 마나슬루 지역은 '폭포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폭포가 많다. 마지막 폭포는 트레킹 6일째 날, 필림에서 뎅 가는 길에서 본 것인데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포답게 엄청나게 길었다.

오후 2시 30분, 오늘의 목적지 소티콜라(Soti khola)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워밍업을 하는 의미로 오늘 일정은 비교적 짧게 잡았다. 긴 여정이니 처음부터 무리할 것은 없다. 콜라는 네팔어로 '계곡'이란 뜻이니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계곡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반, 데우랄리, 자갓 등 네팔의 마을 이름은 이렇게 지형이나 기능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그래서 같은 이름이 여러 군데 있다.

롯지 뒤 캠프장이 있는 곳에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 근처 마을 아이들은 다 모인 것 같다. 여기가 이 지역 축구 전용구장일 것이다. 2000년 마나슬루를 방문한 칼스텐 네밸은 이곳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고 쓰고 있다.

캠프 동쪽은 부리 간다키 강이고 서쪽은 거대한 절벽이다. 캠프장은 그 절벽 아래에 있다. 그런데 절벽 뒤에서 거센 물소리가 들려왔다. 혹 절벽 뒤쪽에 폭포가 있는가 해서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지만 모두 막혀 있다. 결국 그 소리는 부리 간다키 강을 거세게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절벽에 부딪쳐 반사된 메아리로 판명되었다.

곧 텐트가 도착했다. 캠프를 차릴 동안 우리는 빠상이 내 온 비스킷과 뜨거운 차를 마셨다. 이번에는 뜨거운 밀크에 코코아와 설탕을 듬뿍 타서 많이 마셨다(이것을 영어로는 '핫초코릿'이라 한다). 에너지 축적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도 아주 좋다. 평소 코코아차를 거의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뜨거운 밀크에 홍차 티백을 넣어 먹어도 맛있는 찌아가 된다.

텐트가 다 설치되자 가져온 꼬리표를 달았다. 텐트가 여섯 동이어서 표시를 하지 않으면 매일 바뀌게 된다. 노란 리본에 1부터 6까지 쓰고 그 아래 각자의 이니셜인 DW, JJ, NH, ME, AA, BS를 써서 가지고 왔다. 그것을 세 개씩 만들어 텐트와 카고백 그리고 침낭집에 달아놓으니 항상 같은 텐트를 쓸 수 있었다. 또한 카고백과 침낭을 배달하는데도 매일 누구네 집으로 가야할 짐인지 몰라 우왕좌왕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에코 무스탕>에서 텐트 세 동을 새로 구입했다. 새 텐트는 여성동포들에게 양보하고 남자들은 예전 무스탕에서 쓰던 텐트를 사용했는데 약간 허름한 것 외엔 지내기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 침낭도 새로 두꺼운 것으로 구입하여 모두에게 지급되었다. 그래서 4660m의 추운 다람살라에서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침낭을 가져온 사람도 있어 남는 침낭 중 하나를 베개 대용으로 사용하니 머리가 편했다.

저녁 먹으러 식당텐트에 모였을 때 복습과 예습으로 오늘 보낸 일정과 내일 일정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이란 미리 가지고 간 프린트물을 읽는 일이다. 당일과 다음날의 칼스텐, 밥, 톰 & 루이사 부부의 기록을 읽으며 오늘 우리가 왔던 코스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운행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칼스텐의 글은 마나슬루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고 톰 & 루이사 부부의 글은 실용적이다(이 친구들은 특히 음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저녁은 식당텐트에서 토마토 수프와 양배투 샐러드에 김치를 곁들인 볶음밥과 수제비로 잘 먹었다. 타시는 밤에 잘 때 물건을 잘 보관하라는 주의를 준다. 다른 여행기에서 장비의 분실에 관한 글을 본 터라 등산화와 스틱을 모두 텐트 안에다 넣으라고 말했다. 무스탕에서는 텐트 플라이 안쪽에 두었다.

도둑질은 나쁜 일이고 순박한 산골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곳은 저지대로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살며 왕래가 잦은 곳이다. 아이들도 많다. 도둑질을 부추킨 것은 결국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곳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의상과 장비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으니 부러움과 욕심이 함께 생겨나는 것은 인지상정의 일.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우리가 조심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스태프들에게 보명화 보살님이 가지고 와 내게 맡긴 양말을 한 컬레씩 나누어 주었다. 오지의 아이들에게 주려고 한 것이지만 나누어 주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인원수도 문제가 된다. 여유분이 있으니 우리를 위해 수고하는 스태프들에게 먼저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무심코 벗어 둔 등산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둘 다 밑창 중간이 부식된 것처럼 헤어져 있다. 하루 걸은 상태가 이렇다면 얼마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당연히 다른 등산화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참인데 등산화가 고장났으니 어찌할 것인가. 궁여지책으로 우선 등산화는 정말 필요할 때를 대비해 '모셔두고' 가지고 온 샌들을 신기로 했다. 포터들은 슬리퍼를 신고 짐을 나르니 샌들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러나 걱정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나슬루 트레킹은 초반부터 그렇게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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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갓 바자르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다. 날씨는 처음엔 흐렸으나 출발할 때는 청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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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간다키 강 저 넘어로 보이는 가네시 히말. 갈 길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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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벼논 사이로 상쾌하게 걷다. 저지대 더운 지방이라 '바나나 나무'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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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바닥으로 내려가다. 예전 어릴 때 놀던 여름철 강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물살은 항상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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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계류를 발 벗고 건넌 후 다시 신발을 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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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켓 바자르에서 점심 먹기 위해 운행을 멈추었다. 시장답게 물건이 많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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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점심 먹을 장소로 빌린 식당 주인의 아들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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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에서 주사위 노름을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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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식 논과 부리 간다키 강. 강변 주위가 완만한 경사라 경작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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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항상 계곡 옆으로 나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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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길고 긴 폭포.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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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오늘의 목적지인 소티콜라가 나타났다. 마을이라 하지만 집은 두 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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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 대부분 맨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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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를 설치하는 스태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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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가 설치되는 동안 우리는 차와 간식을 먹었다. 트레킹 내내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핫초코릿을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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