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순의 과학산책]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는 19세기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제안한 이래로 원소를 구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는 원자번호가 1이며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은 원자번호가 92번이다. 원소의 발견은 과학자들 사이에 아주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되어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 원소 주가율표와 이를 만든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
처음에 멘델레예프는 원자량에 따라 원소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1902년 러더퍼드와 소디가 원소 변환을 발견하고 새로운 방사성 물질이 출현하면서 과학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 다행히도 1913년 방사성 원소와 그의 주기율 법칙과의 관계를 연구하던 소디가 핵의 전하량은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동위원소’ 개념을 제기하고, 뒤이어 헨리 모즐리가 X-선 분광학을 이용하여 원자번호를 원자량이 아닌 핵의 전하량에 의해 재정의하면서 논란은 점차 해소되었다.

우라늄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도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는 원자탄 개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1940년 5월 버클리대학의 에드윈 맥밀런과 필립 에이블슨은 원자번호 93번인 넵튜늄을 발견했으며, 이어 1941년 2월 버클리의 젊은 화학자 글렌 시보그는 세그레와 함께 원자번호 94번인 플루토늄을 발견했다. 플루토늄은 우라늄과 함께 현재 중요한 핵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자번호가 94번 이상인 초우라늄도 계속 발견되어 미국, 퀴리, 버클리, 캘리포니아, 아인슈타인, 페르미의 이름이 붙은 새로운 원소들이 주기율표를 채워나갔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 독일, 구소련의 과학자들은 101번 멘델레븀(Md), 102번 노벨륨(No), 103번 로렌슘(Lr), 104번 러더퍼듐(Rf), 105번 더브늄(Db), 106번 시보규ㅁ(Sg) 107번 보어륨(Bh), 108번 하슘(Hs), 109번 마이트너륨(Mt) 등 원자번호 100번 이상의 원소들을 계속 합성해 내었다.

초우라늄 원소들은 그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야기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관례에 따르면 새로운 원소의 발견자가 그 원소의 이름을 정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1994년 국제 순수 및 응용 화학연맹(IUPAC: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이 원자번호 106번의 명칭을 시보규ㅁ으로 정하는 것을 거부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미국화학회와 IUPAC는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다가 1997년 중반에야 논란이 해소되었다.

과학자들은 110번이 넘는 새로운 원소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1994년 다름슈타트 중이온연구소의 연구팀이 원자번호 110번과 111번 원소를 발견한 것이다. 이어 1996년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납과 아연을 충돌시켜 원자번호 112번의 원소도 합성해냈다.

다른 초우라늄 원소와 마찬가지로 원자번호 112번 원소도 생성 즉시 순식간에 붕괴하지만, 이것이 발견됨으로써 과학자들은 원자번호 114번의 새로운 원소도 합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론상 원자번호 114번부터 이어지는 주기율표상의 원소들은 ‘안정된 원소군’에 해당된다. 즉 이 부분의 원소들은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지녀서 과학자들이 물질의 조성과 성질을 연구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9년 러시아의 듀브나 핵연구소 연구원들은 플루토늄과 칼슘 이온을 충돌시켜 양성자가 114개인 원자번호 114번의 원자를 만들어냈다. 이보다 한달 앞서서 미국 로렌스 버클리연구소의 연구팀들은 납과 크립톤 이온을 충돌시켜 원자번호 116번과 118번의 물질의 존재도 확인했다. 아직 원자번호 113번, 115번, 117번의 존재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최고 150번까지 원소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미래의 주기율표는 서울의 지하철 노선만큼이나 복잡해질 것 같다.

(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