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석유 대란 막는다
플라스틱, 모래, 늪에서 석유 뽑아내
2008년 01월 08일 | 글 | 편집부ㆍ |
 
폐플라스틱은 결코 혐오스러운 폐기물이 아니라 버리기 아까운 유용한 자원이다. 주원료가 석유인 대표적 고분자물질 플라스틱은 원료인 석유로 되돌릴 수 있다. 보통 폐플라스틱 100톤을 재활용시킬 경우 경유와 휘발유가 약 80톤 정도 생산된다. 그동안 쓰레기로만 인식됐던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석유로 탈바꿈하는지 알아보자.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원리는 간단하다. 가정과 공장에서 버린 각종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반응로에서 녹인 뒤 냉각하면 검은 빛깔의 혼합유와 가연성가스(LPG)가 나온다. 이 혼합유를 정제하면 휘발유와 경유가 된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율적이고 안전한 기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열에 녹은 플라스틱이 반응로 벽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공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플라스틱이 녹을 때 생긴 탄소 찌꺼기가 관을 틀어막기 일쑤다. 그래서 공장을 하루 이틀 돌린 뒤에는 사흘씩 쉬면서 설비를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

또 열분해 공정은 반응로에서 발생되는 오일증기를 응축시키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플라스틱에 있는 PVC는 가열되면 유독한 염산가스를 만든다.

플라스틱은 반응로에 들어가기 전 금속이나 모래 같은 무기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공정을 거쳐야 한다.
PVC는 300°C 전후에서 녹는다. 자동화 공정에서는 이 점을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두단계로 나눠 녹인다. 반응기를 먼저 300°C 정도로 가열시켜 이때 발생되는 유독한 염산가스를 일차적으로 제거한다. 다음은 400~450°C에서 나머지 원료를 완전히 녹인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잔류물의 생성량이 증가하고 이때 생성된 잔류물은 반응기 내벽에 달라붙어 운전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의 유화 기술은 국내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기술개발은 과학기술부의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 상용플랜트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상용플랜트의 개발이 원만히 진행돼 국내 재활용업체인 (주)한국로코코는 PVC, 비닐, 스티로품 등이 섞인 플라스틱 혼합쓰레기를 녹여 휘발유와 경유 등 재생연료를 매일 5톤 정도 생산하게 됐다.

고유가 시대용 석유가 따로 있다?

지구에는 고체 상태의 석유 같은 ‘석유 이후의 석유’가 묻혀 있다. 저유가 시대에는 경제성이 낮았지만 고유가 시대에는 쓸만한 연료가 된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오일샌드’다. 석유가 모래와 섞여 있는 형태인 오일샌드는 세계적으로 석유보다 많은 2조5000억 배럴이 묻혀 있다. 캐나다 앨버터 유전이 가장 큰 오일샌드 산지다. 이곳에서만 세계가 15년 동안 쓸 수 있는 석유가 묻혀 있다. 캐나다가 쓰는 석유의 4분의1이 오일샌드에서 나온다. 타르석유라고도 한다.

최근 국내 일부 회사들이 쓰기 시작한 오리멀전도 새로운 화석연료다. 오리멀전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늪지대 지하에 묻혀 있는 아스팔트처럼 생긴 물질이다. 유화제를 넣으면 중유와 비슷하게 바뀌는데 톤당 발열량이 벙커시유의 70%지만 값은 절반이어서 20~25%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삼성정밀화학과 한국남부발전이 오리멀전을 쓰고 있다.


<신대현 연구원의 ‘산유국의 꿈 폐기물에서 일군다’, 김상연 기자의 ‘10년내 진짜 석유대란 온다’에서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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