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란 없다
소비량 따라 매장량도 증가해
2008년 01월 08일 | 글 | 편집부ㆍ |
 
석유는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원료로 사용돼 현대산업사회의 ‘혈액’과 같은 요소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간에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이런 석유자원은 과연 40년 후에 고갈될까.

우리는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많은 경우에 숫자로 주어진 매장량 가채연수에 의존한다. 매장량이란 ‘현재 확립된 기술을 바탕으로 불확실성 없이 상업적으로 생산가능한 양’이다. 현재 석유 가채연수는 40년으로 이는 확정매장량을 연간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고 계속 생산만 할 때 앞으로 40년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40년 전에 예상한 가채연수도 40년이라는 점이다. 석유업계가 회사를 유지하고 원활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40~50년간의 매장량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매장량은 2005년말 1조 2000억 배럴로 20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석유매장량 40년’이라는 가채연수는 변함없지만 연간생산량이 증가해 계속적인 소비에도 불구하고 매장량도 함께 증가한 셈이다.

매장량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 유가와 개발비 같은 경제조건의 변화, 정부와 환경규제의 변화 또는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값이다. 석유가 앞으로 40년 뒤 고갈되지 않고 또 가채연수 40년을 유지할 근거는 확실하다. 현재 원유 회수율이 평균 55~60% 안팎에 머물러 있고, 수심 2000m 이상에서는 그 존재를 확인했지만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아직 많이 생산하지 못한 원유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1%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현재 매장량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158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 확보된다.

4차원 탐사로 석유 찾는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주로 약 2~3km의 수직유정을 시추했다. 요즘엔 방향성 시추기술이 발달해 자연 장애물이 있는 지역, 인구밀집 지역, 환경에 민감한 지역, 시추비용이 높은 지역에서도 시추가 가능하다.

석유탐사에 쓰이는 대표적인 물리탐사 방법은 탄성파탐사다. 폭발물의 폭발이나 해머 타격처럼 인위적으로 생성된 파동은 방사형으로 전파되면서 새로운 매질을 만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굴절돼 계속 전파된다. 반사되는 파동의 도착시간을 이용해 지층경계면을 역으로 알아내 석유가 존재할 만한 구조를 찾아낸다.

예전에는 지표에서 얻은 1차원 자료를 활용해 2차원 수직단면도를 작성하고 시추 위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리탐사 기술과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지표에서 얻은 2차원 자료를 이용해 지하구조를 3차원으로 영상화할 수 있게 됐다.

탄성파탐사로 얻은 3차원 영상을 이용해 시추작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으로 시추비용을 줄이고 민감한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4차원 탐사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법이 도입됐다. 현재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층에서 3차원 탐사를 실시해 구한 자료값과 과거에 얻은 3차원 자료값의 차를 구한다. 이는 석유생산으로 변화된 석유분포를 보여준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최적의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유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을 파악할 수 있다.

에너지자원의 중요성과 정보기술의 발달 덕분에 석유공학 분야는 ‘디지털 유전관리’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유전관리는 유정과 지상에 센서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해 최적의 생산관리를 돕고 있다. 특히 수치모델을 이용해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과 회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지구에 숨어있는 석유자원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자원의 탐사와 개발에 앞장선 석유공학 엔지니어의 활약으로 석유 매장량은 계속 늘고 있다.

<최종근 교수의 ‘에너지 기술의 산실’에서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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