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 블루스 Ⅴ] 문서 완성하기

컨셉과 원칙정하기



본문 내용을 작성하기 전에 분명히 해두어야 할 일이 있다. 앞서 얘기한 바 있지만 이 보고서의 타깃이 누구인지에 따라 본문의 밀도와 어휘의 사용, 말투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작성하고 있는 이번 예제의 경우 나는 주타깃을 부장급이상의 고급간부들과 임원에 촛점을 맞추려고 한다. 따라서 본문의 글씨는 대폭 커지게 될것이고 전문용어는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며, 나온다하더라도 친절한 설명이 따라붙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 본문 기본폰트 : 산돌고딕M 14 point (한/영모두)
* 본문중 강조체 : 산돌고딕B 16 point (한/영모두)
* 각주나 설명 : 굴림 10 point (한글), Tahoma/Trebuchet MS 10 point (영문)
* 본문 레이아웃 : 2단구성 위주
* 버전 : 총 3개버전 구성- 1장짜리 완전요약본, 6장짜리 요약본, 23장짜리 완본
* 컬러 : 흑백 그레이 컬러위주, 그라디에이션
* 문체 : ~슴. ~함 등 명사형 마무리


본문의 기본폰트가 14point일 경우 문서 작성의 관건은 얼마나 함축적인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글씨가 커서 작성이 용이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많은 내용을 버리기가 더 어렵고 단어 하나하나가 더 신경이 쓰인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약 3가지 정도의 컨셉과 그에 따른 원칙들이 있는데 위에 소개한 것이 그중 하나이고, 본문폰트가 10point로 작아지는 정말 깨알같은 크기의 보고서와 거의 텍스트가 등장하지 않는 스티브잡스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가 나머지 두가지이다.

'버전'의 경우 필자는 웬만하면 3가지 이상을 고수하는데 보고받는 분들의 지위와 보고회의 성격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이 될수도, 한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통 즉흥적으로 제시된다. 30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앞의 보고가 길어져서 5분 이내로 하라고 요구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럴때 당황하지 말고 5장짜리 요약본을 꺼내드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본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기존의 슬라이드중 Key-Slide 다섯장을 구성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전체 문서를 작성하기 전에 이를 분명히 염두해 두기 바란다.


[그림1] 본문의 2단 레이아웃의 여러형태


세번째 연재에서 잠깐 소개한 레이아웃을 기억해보자. 필자는 대부분의 본문을 2단으로 구성하였는데 이는 구조를 좀더 간단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만약 폰트가 더 작아지고 본문의 글자가 많아졌더라면 3단구성이나 더 현란한 레이아웃도 나왔을 테지만 경영진들이 보기에는 저 정도의 2단 구성이 알맞다.

Type1의 경우 왼쪽의 그림이나 현상에 대해 오른쪽에 주석과 설명을 달아 놓는 형태로서 [그림 5]나 [그림 8]이 이에 해당된다. 뭔가를 해설할때 제격인 레이아웃이다

Type2는 왼쪽과 오른쪽의 인과관계를 나타낸다. 왼쪽에서 이렇게 했으므로 오른쪽으로 넘어가서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식이다. [그림 4]와 [그림 6]이 이에 해당한다.

Type 3는 뭔가 결론적인 것을 유도하는 레이아웃이다. 오른쪽이 결론이라면 왼쪽의 여러항목들은 그 결론이 나오는 이유들이 되겠다. [그림9]의 세번째 허들슬라이드가 그러한 방식이다.

이들 세가지의 2단 구성방법은 보는 사람이 매우 익숙한 레이아웃이다. 즉, 설명을 간단하게 마칠 수 있다.

디테일업 (Detail-Up)


[그림 2] 디테일업(Detail-Up)과정


예전에 밀리터리 피규어 만드는 취미가 있었는데 제대로 인형을 칠하기 위해 자료를 사모아 가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위의 [그림 2]가 바로 인형의 제대로 된 디테일업 과정이었는데 나는 성격이 급한 나머지 한꺼번에 얼굴을 다 그리고나서 몸통을 그리고 하체로 내려가곤 해서 작업을 망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도 마찬가지의 디테일업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이미 우리가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방식이 위의 인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지난 4회의 걸친 연재에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초안을 기초로 해서 디테일업을 해보자. [그림 3]을 참조하라


[그림 3] 4단계 디테일업 과정


1단계에서는 그야말로 기초적인 뼈대와 개념밖에 없었지만, 2단계에서는 그동안 모은 자료를 슬라이드내에 모두 쏟아부었고 3단계에서는 이 내용을 함축하여 내용을 완성시켰다. 3단계까지의 작업만으로도 이미 보고할 준비는 된 셈이다. 좀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시각화 작업을 통해 슬라이드 전체의 미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내용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마지막 4단계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작업이다. 보통 필자가 같은 팀내에서 가르치는 후배들의 경우 텍스트로 빽빽하게 채워진 슬라이드를 3단계 작업결과로 가져오곤 한다. 그들이 보기에는 버리기 아까운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버릴 수 있는 만큼 다 버려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조차도 항상 임원들에게 글자가 많다고 핀잔을 듣곤 한다.

2단계에서 정 버릴내용이 없다면 슬라이드를 한장 더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4단계 이후의 디테일업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아주 중요한 문서들은 보통 4단계 이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모든 텍스트와 개념도를 그려낸다(세번째 연재 당시의 MS의 슬라이드들을 떠올려보라).

완성본 리뷰

4회 연재 당시 초안을 전개할때 첫번째 단원의 4개 슬라이드를 예로 제시했었는데 이제 4단계까지 디테일업된 그 완성본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4] 현상


[그림 4]는 장애 발생에 따른 피해규모를 2단으로 구성했다. 각 단의 상단에 중요사항을 요약해서 적었고 아래편에는 구체적인 상황요약과 피해규모 추산공식이 들어가있다.
왼쪽에서 회색 화살표로 넓게 표시된 구역은 시스템다운타임내에 벌어진 상황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림 5] 원인


[그림 5]는 디테일업 4단계 과정의 [그림 5]에서 예로 제시된 최종 결과물을 확대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을 시각화하기 위해 국기를 클립아트에서 찾아 넣었고 이들의 공격이 대부분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점유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굵은 블록화살표를 사용했다.
반면 시스템 접근이 힘들었던 본사 직원과 일반고객의 화살표는 얇고 점선이다.

DDOS 공격의 의미에 대해서는 작은글씨로 표시하여 원하면 선택적으로 읽어볼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텍스트 박스를 구성하는 사각형의 네귀퉁이는 라운드 처리되어 전체 이미지가 부드러워 보이며 반투명 그라디에이션으로 칠하여 약간 고급스럽게 보이고자 했다.

네트워크 도면은 알록달록한 색상과 클립아트들이 들어있지만 전체를 주도하는 색상이 회식계통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림 6] 조치사항


[그림 6]의 조치사항은 초안에서 가장 많이 변화된 슬라이드이다. 원래 초안의 아이디어가 많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원래 초안의 의도대로 자료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작성하다보니 앞뒤의 내용연결이 중복되어서일 수도 있다.

적당한 클립아트 없이 텍스트로만 작성되었다면 상당히 딱딱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윤활유차원에서 비슷한 개념의 클립아트들을 삽입했다. 클립아트들의 색감이 모두 비슷해서 이질감이 적은 것에 유의하자. 그리고 여전히 모든 도형은 회식계통인데다가 반투명이다.


[그림 7] 문제점 및 시사점 - 첫번째 허들


[그림 7]은 첫번째 허들이자 첫단원의 결론 부분이다. 전달하려고 하는 세가지 메시지에 촛점을 맞추었다. 여기에서 경영진이 세가지의 메시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우리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내친김에 중요한 슬라이드 두장을 더 보도록 하겠다. 바로 두번째 세번째 허들 슬라이드이다.


[그림 8] 피해규모 예측 - 두번째 허들


[그림 8]은 해킹재발시 피해가 더 커질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슬라이드이다. 작성해 놓고 보니 크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저 그림만으로도 뭔가 쇼킹한 메시지를 만들어 냈어야 했는데 좀 약한 느낌이다. 기존 해킹 시간대는 그나마 손님이 없는 시간이어서 피해가 덜했고 만약 피크타임때 공격당한다면 피해규모가 5배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만약 그림을 저 상태에서 수정한다면 기존 해킹시간대와 피크타임간을 비교하는 양쪽 블럭화살표를 그리고 "5배 피해 예상"이라고 크게 문구를 써넣는것도 선정적이지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9] 당사 향후 대응방향 - 세번째 허들


[그림 9]은 세번째 허들로 '결국 시스템적인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라는 선언적인 슬라이드이다. 이 슬라이드를 프리젠테이션할 때 가장 좋은 반응은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경영진이 미리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낫겠구먼'하고 나에게 되묻는것이다.

아마도 필자는 이 슬라이드로 넘어오고나서 '다음은 당사의 향후 대응반향입니다'라고 말한다음 약 3-4초간 경영진의 반응 기다렸다가 설명하기 시작할것 같다. 이 슬라이드에 의하면 침입탐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이번 허들에서 경영진이 O.K 사인을 낸다면 다음 나올 보안솔루션 대안비교와 일정 등은 일사천리로 발표하고 끝낼수 있게 된다.

요약슬라이드

서두에 말했지만 이번 완성본은 3개 버전을 가지고 있다. 23페이지짜리 문서는 최종완본이고 6페이지짜리 요약본과 1페이지짜리 요약본을 기존 문서에 내장하고 있다.

아 래 보이는 [그림 10]이 문서의 서두에 따라붙는 한장짜리 요약본이다. 전체문서가 10~20장 내외로 복잡하지 않으면 사실 작성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용이 조금 복잡해 지기 시작하면 한두장 정도로 아래와 같이 따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그림 10> 한페이지 짜리 Executive Summary


그러나 6장짜리 요약본 (문서의 양이 많다면 10장, 20장, 30장이 될수도 있다)을 따로 만드는 것은 좀 낭비같다. 차라리 요약본을 염두해두고 문서를 설계해서 기존 슬라이드를 차출해 오는 것으로 요약본 작성이 끝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기존 슬라이드 중에서 다음 6장을 차출하여 요약본을 작성하도록 설계했다.

* [그림 4] 현상 : 사건의 개요와 피해상황설명
* [그림 7] 문제점 및 시사점 : 재발 가능성과 우리의 현실
* [그림 8] 피해규모예측 : 재발시 피해예상
* [그림 9] 당사의 대응방향 : 솔루션 도입원칙
* 3개 솔루션 비교검토, 선정 슬라이드
* 도입일정 및 예산 슬라이드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몇번씩 문서를 고쳐 작성한 경험들이 아마 여러분들에게 있을 것이다. 방향이 바뀌어서 재작성한 거야 어쩔수 없지만 요약본을 만들고 요약의 요약본을 만드는 경험은 썩 내키지 않는 것이다.

마치면서

그동안 총 5회에 걸쳐 문서의 기획단계와 작성의 전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체적인 윤곽은 잡았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을 하나하나 다루는데는 많지 않은 시간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하나 풀어가고자 한다.
다른 파워포인트 참고서적과는 접근방법이 약간 달라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셨겠고, 필자 또한 그에 대해 부담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었는데 블로그와 메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격려의 말을 해주셔서 시리즈 중반부터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게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 역시 여러 책들에서 익히 보아왔던 내용들보다는 약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더 세부적이고 실전적인 기법을 전하는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사항이나 정보를 바라는 분들은 필자의 블로그(Sonar & Radar : http://www.demitrio.com:8088)나 e-mail(demitrio@demitrio.com)을 이용해주기 바란다.

[저자] 김용석 CJ시스템즈 정보기술연구소소장

[안철수연구소 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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