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사이언스]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
2008년 03월 31일 | 글 | 김상연 기자ㆍdream@donga.com |
 
케이블TV에서 최근 ‘바이오닉우먼 소머즈’라는 이름의 미드(미국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1976년 미국에서 처음 방송을 탔던 ‘소머즈’를 현대에 맞춰 재탄생시킨 거지요.
과학동아는 마침 4월호에 ‘2030 바이오닉맨’이라는 주제로 특집기사를 썼습니다. 천리를 내다보는 눈,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귀, 철근을 솜털처럼 들어 올리는 팔과 다리 등 의공학자들이 앞으로 20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이지요.

제가 재미있게 본 건 뇌입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 주는 기관인 해마를 인공해마로 대체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면 뇌의 기억용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네요.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어서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으로…^^.

다시 코너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 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976년 소머즈를 만든 비용은 600만 달러(60억 원)입니다(쉽게 말하면 600만불의 사나이에 이은 600만불의 아가씨겠죠). 그런데 2008년 소머즈는 5000만 달러(500억 원)입니다. 아니 이런. 시간 좀 흘렀다고 가난한 소머즈에게 10배나 되는 바가지를 씌우다니….

과연 소머즈는 바가지를 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72년에서 32년이 흘렀는데 그새 물가가 그만큼 오른 거지요. 아니 물가가 이렇게 오를 수 있냐고요?
만일 물가 인상율이 3%라면 올해 100원 하는 물건은 내년에는 103원이 됩니다. 이듬해에는 106.09원이 됩니다. 그 이듬해에는 109.27원이 됩니다. 소수점 이하로 이상하게 따라붙는 녀석들이 있죠? 그게 바로 복리에 의한 효과입니다.

이자만 복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실 물가는 가장 대표적으로 복리로 늘어나는 돈입니다. 처음에는 별게 아닌데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8대 불가사의라고 불렀지요.

소머즈를 만든 비용을 물가를 고려해 계산해 봅시다.
소머즈는 두 다리, 팔 하나, 귀 하나, 눈 하나를 인공장기로 바꿉니다. 원작에 비해 눈이 늘어났습니다. 600만 달러일 때 장기 하나를 150만 달러라고 한다면 2008년 소머즈는 1976년 기준으로 7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입니다(눈 하나 추가…어째 으스스)

1976년 이후 평균 물가 인상율은 아쉽게도 잘 모릅니다. 올해 정부 목표가 3% 대인데요, 여기에 맞추면 <750만 달러 * 1.0332 = 1931만 달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역사적으로 저물가 시대입니다. 만일 5%라고 하면 3574만 달러가 나옵니다. 6%라고 하면 4840만 달러입니다. 실제 들어간 돈과 거의 비슷합니다(물가가 복리가 아닌 단리로 오르면 2190만 달러가 됩니다). 7%라고 하면 소머즈는 횡재했습니다.

게다가 소머즈에는 나노기술 등 현대의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됩니다. 원작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머즈가 바가지를 쓴 건 아니지요. 물론 돈은 소머즈 뒤에 있는 비밀단체에서 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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