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지적 설계론
이규태의 과학 칼럼
▲ 찰스 다윈  ⓒ
생명체는 너무나 복잡해서 원숭이로부터 비롯됐다는 다윈의 진화론으로는 그 뿌리를 설명할 수 없다해서 어떤 지적(知的)인 초월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거라는 창조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이 미지의 지적 초월자가 신이란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기존 생명의 기원과 혼동시키지 않으려 신을 거론하지 않은 것일뿐 창조론과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고 40억년 전에 지구가 형성되었으며 2억년 전쯤 지구에 포유류가 등장하고 6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망한 다음 400만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인류의 흔적이 나타났으며 불과 100만년 전에 현재의 인간이 출현했다는 사실만은 진화론이 입증한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이 첨예하게 발달할수록 생명의 미묘한 형태들에 대해 진화론은 여태까지 해오던 분명한 설명에 궁색한 경우를 당해온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 궁지가 거듭되자 어느 위대한 지적 초월자의 설계로 미루지 않을 수 없는 지적 설계론의 입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드 세 사람을 드는데 이미 마르크스와 프로이드의 사상은 비판받고 해체 전야에 처해 있으며 다윈도 그에 접근해가는 조짐으로 이 지적 설계론의 기승을 보는 이도 있다. 기독교의 믿음이 깊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적 창조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이래 미국의 여러 주(州)를 비롯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진화론과 병행해서 지적 창조론도 가르치기로 한 학교가 늘고 있다. 명문 하버드 대학에서는 100만 달러의 기금으로 진화론의 함정이 뭣이며 지적설계론이 영합되는 근거가 뭣인가를 연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25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의회에서 성서의 천지 창조설에 반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쳐서 안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었다. 한데 스코프스라는 한 생물학 선생이 그와 위배되는 진화론을 가르쳤다해서 벌어진 재판은 신학과 과학싸움의 분수령으로 유명하다. 이 재판은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후보로 세 번이나 지명되었던 브라이언이 검사로,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로 알려진 다로의 변호로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재판이었다.

100달러의 벌금형으로 스코프스가 패소했지만 그 후 꾸준한 투쟁으로 이 주법은 폐기되었고 교황 바오로2세는 1996년 말께 '진화론은 이미 가설의 영역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진화론과는 관계없다'하고 정신과 육체를 갈라 진화론을 복권시켰었다.

찰스 다윈이 만년에 한 친구에게 띄운 편지 속에 자신이 심한 열병으로 죽음 곧 임사체험(臨死體險)한 사실을 적고 있다. 예수교 신도였던 자신은 신 가까이로 가고 있었는데 신은 굳게 닫힌 문밖에 격리시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 추운 공간에서 떨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그 소외공간에는 자신말고도 이단 심판소에서 손톱 발톱을 빼인 백발의 갈릴레오도 그곳에 와있었고 화석 하나를 두고 인류 이전의 원형인 짐승 뼈라 했다 해서 고문 받은 지질학자 파소니도 피골이 상접한 채 그곳에서 떨고 있었다. 다윈이 학문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이지 신앙의 양심이 그 때문에 손상되지 않았음을 신의 품에 안기지 못했던 추웠던 임사체험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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