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그 남자, 알고보니 ‘마른 비만’
‘170㎝ 65㎏’ 정상체중 안심하다간 낭패
2008년 05월 19일 | 글 |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ㆍcorekim@donga.com |
 
운동부족으로 복부에 지방 쌓여

몸무게 적어도 배 불룩 땐 의심

당뇨병 - 심장질환 유발 가능성

저지방식 식단에 꾸준한 운동을


직장생활 15년 차인 김형석(43) 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키 170cm, 몸무게 65kg으로 체질량지수(BMI)가 22.5밖에 되지 않는데도 ‘체지방 과다로 인한 비만’ 진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이 비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의사는 “내장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고,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의 위험이 있는 ‘마른 비만’이다”며 “평소 운동을 정기적으로 해야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중 정상이어도 비만일 수 있다”


최근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BMI가 18.5∼25인 성인 남녀 2217명을 대상으로 비만 여부를 조사했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BMI가 이 범주에 해당하면 ‘정상’으로 간주한다.

연구팀은 이들의 체성분과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남녀가 각각 25%와 30% 이상의 체지방률을 보였고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았다. 이들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수치도 높았다. 뚱뚱하지 않은데도 비만일 때의 몸 상태와 비슷한 것.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체중만으로 비만을 판정하면 실제 비만의 위험이 있는 ‘정상체중 비만 환자’들이 누락되므로 이제는 체지방률을 기준으로 비만을 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문규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과체중이 아니어도 근육량이 부족하거나 체지방량이 많으면 일반적인 비만 환자와 다를 바 없이 당뇨병과 심장질환 등의 발병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체질량보다 체지방률이 비만 결정”


비만의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BMI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체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 즉 체지방률로 비만을 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남성은 15∼18%, 여성은 20∼25%를 정상으로 본다.

가령 키 180cm에 몸무게 100kg인 근육질 운동선수의 BMI는 30.9로 종전의 기준대로라면 고도비만에 가깝다. 그러나 체지방률을 측정했을 때 14%라면 이 선수는 비만과는 거리가 멀다. 이 경우 근육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격투기 선수인 최홍만 씨는 BMI가 32.6이지만 체지방률은 15%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반대로 정상 체중과 비슷하거나 이하인데도 비만으로 판정된다면 대부분 근육이 적고 지방이 많아 체중이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정상체중 비만’ 또는 ‘마른 비만’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날씬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럴 때는 마른 비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체지방측정기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체지방률을 알 수 있다.

마른 비만은 보통 배 주변에 지방이 쌓이는 복부 비만으로 주로 나타난다. 따라서 허리둘레를 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가 넘으면 마른 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 알려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면 된다.


식사량 줄여 감량해도 체지방은 그대로


마른 비만의 경우 상당수가 배만 볼록 튀어나와 있다. 지방이 배 주변의 장기들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내장 비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마른 비만=복부 비만=내장 비만’으로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이런 비만은 당뇨병,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이다. 마른 비만인 환자일수록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게다가 마른 비만인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비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배가 좀 나왔을 뿐이라고 무시한다. 이 때문에 마른 비만은 ‘살찐 비만’보다 더 위험하다.

마른 비만의 경우 식사량을 급격하게 줄이는 것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그렇게 해 봤자 체지방은 그대로인 채 체중만 줄어든다. 오히려 근육이 줄어들고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체지방률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자칫 뼈엉성증(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마른 비만인 사람은 식단을 저지방식 위주로 바꾸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지방을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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