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밀물에 ‘조력 발전 프로젝트’ 다시 돈다
2008년 06월 30일 | 글 | 생말로(프랑스)·서산=차지완 동아일보 기자 ㆍcha@donga.com |
 
충남 가로림만에서 추진되는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의 벤치마크 대상인 프랑스의 랑스조력발전소. 휴양도시인 생말로(오른쪽)와 디나르를 연결하는 댐 모양의 다리와 수면 밑의 발전용 터빈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로림조력발전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한국서부발전
52만kW 규모 ‘가로림 발전소’ 28년만에 본격 추진

시화호 발전소와 함께 세계최대 ‘조력발전 벨트’로


# 프랑스 랑스발전소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랑스조력발전소. 브르타뉴 지방의 세계적인 휴양도시인 생말로와 디나르를 잇는 댐 모양의 친(親)환경 발전소다. 오후 4시가 되자 가족 단위 관광객을 실은 요트와 어선들이 줄지어 발전소 끝부분에 있는 통선문으로 몰려들었다. 1시간 간격으로 열리는 통선문을 통해 바다로 나가기 위한 배들이었다. 발전소 인근 노네 마을의 자치단체장인 미셸 르페브르 씨는 “발전소가 지어졌던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활기를 잃어 가던 곳이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은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당시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 서산 가로림만에선…

27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항아리 모양의 가로림만이 시작되는 지역으로 바다 건너편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를 마주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최대 낙차가 8m에 이르는 덕분에 조력발전소 건설의 최적의 후보지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로 한국서부발전을 주축으로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공동으로 오지리와 내리의 2km 구간을 잇는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림 어촌계장이면서 발전소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인 한광천 씨는 “처음에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서해안이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 벨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시화호에 이어 충남 가로림만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인 랑스조력발전소를 능가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가로림, 랑스를 넘어서라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구상은 제2차 오일쇼크가 한국 경제를 강타한 1980년 경제장관협의회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오일쇼크가 진정된 이후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으면서 조력발전소 건설 필요성도 점점 잊혀져 갔다.

그러나 최근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 4개 회사가 랑스조력발전소를 벤치마크 대상으로 정한 뒤 지난해 8월 1조22억 원을 투자해 왕복 4차로 대교를 겸한 조력발전소를 짓고 인근에는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키로 한 것. 현재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가로림조력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52만 kW로 현재 랑스조력발전소(24만 kW)의 2배가 넘는다”며 “연간 전력생산량도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의 4배, 태양광발전의 30배에 이르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력발전의 시간당 전력 생산비용이 90.5원으로 태양광(677원)에 비해 저렴한 데다 건설 뒤 갯벌 면적이 일부 줄기는 하지만 그나마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이라는 것도 고려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해안 ‘조력발전 벨트’로 부상


내년 완공 예정인 시화호조력발전소(25만4000kW)에 이어 가로림조력발전소가 2012년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서해안은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 벨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까지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던 서산시와 태안군의 어민들도 최근 찬성 쪽으로 잇따라 돌아서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조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국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덕분에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시화호와 가로림만 외에도 인천만 등 국내 조력자원 우수 후보지에 대한 조사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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