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수능 과탐 1과목 축소…문과 수학 미적분 포함

교과부, 당초 계획안에서 최소 개편 택해

2008년 12월 15일
 

현재 중3년생이 응시하는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과학탐구(문과생은 사회탐구) 영역 응시과목이 한 과목 축소된다. 또 문과 학생이 응시하는 ‘수리 나형’은 미적분 영역을 새로 추가해 지금보다 출제범위가 확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2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 시안을 16일부터 8일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번 개편에 대해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대입 3단계 자율화방안’ 중 수능 응시과목 축소안을 구체화하고, 지난해 2월 개정 고시된 수학 교육과정(7차 개정 교육과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과학탐구 최대 3과목 선택

개편안에 따르면 과학탐구에서 최대로 응시 가능한 과목 수가 현행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어든다. 또 제2외국어‧한문은 현행대로 1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당초 인수위는 수험생의 입시부담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과학탐구와 제2외국어‧한문을 통틀어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하는 파격적인 축소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국‧영‧수 비중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과학‧사회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많아 교과부는 결국 현행 수능 과목수에서 한 과목만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실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9월 24일 열었던 공청회에서는 인수위의 수능 과목 축소안에 대해 “선택되지 않은 과목은 수업에서 외면받고 고교 과학 교육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이공계 진학자가 필수로 배워야 할 물리Ⅱ 선택율(현재 10% 수준)이 더욱 낮아질 것이다”, “국영수 비중이 올라가 입시와 사교육 부담이 오히려 가중된다” 등 관련 전문가와 교육단체들의 반대 의견이 거세게 일었었다.

이에 교과부는 수능 과목 축소에 따른 갖가지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탐구영역에서 한 과목만 줄이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이과 수학 ‘수리 가형’ 출제범위 거의 그대로 유지

수리영역은 이과생이 응시하는 ‘수리 가형’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출제범위로 한다.

현재 수리 가형이 수학Ⅰ과 수학Ⅱ가 필수이고, 미분과적분‧확률과통계‧이산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출제범위의 변화가 거의 없다.

현행 수학Ⅱ 과목 안에 들어있는 기하‧벡터에 관한 내용이 2012학년도 수능에 반영되는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하와 벡터’라는 별도 과목으로 신설되고, 현재 대다수 수험생(가형 응시자의 96% 이상)이 가형 선택과목에서 ‘미분과적분’을 응시하기 때문이다.

단원별로 비교해봐도 현행 수리 가형 범위에서 ‘일차변환과 행렬’이라는 단원만 새로 추가되는 등 거의 그대로다.

이 역시 당초 계획안에서 개편의 폭을 최소화한 조치다.

지난 9월 18일에 있었던 공청회 때만 해도 평가원은 ‘적분과 통계’와 ‘기하와 벡터’에 대해 ‘두 과목 모두를 출제범위’로 하는 안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자칫 입시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교과부는 두 과목 모두를 필수로 지정해 결과적으로 현행 출제범위와 거의 대등하게 맞추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 문과생도 미적분 공부해야

반면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은 평가원이 지난 9월 발표한 바대로 ‘미적분과 통계 기본’ 과목을 추가해 출제범위가 확대된다.

당시 평가원은 “문과생의 수학 실력을 올리고, 수학에 자신이 없는 이과생이 나형을 보고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수리 나형은 2005학년도 수능부터 미적분이 빠진 수학Ⅰ과목만 출제하고 있어 수학Ⅰ‧수학Ⅱ‧미분과적분 등을 범위로 하는 가형보다 학습량은 절반에 못 미치고 내용도 쉽다. 수험생 입장에서 가형 대신 나형을 선택하면, 수험 부담도 줄이고 성적도 몇 등급은 올릴 수 있다.

이에 상당수 이과생이 나형을 응시하고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적지 않은 대학이 가형 선택자에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나형을 선택해 상승한 점수가 가산점을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도 전국 77개 4년제 대학의 공대 정시 합격자 중 60% 이상이 수리 나형을 응시하고 입학한 학생이었다.

평가원이 9월 발표한 올 수능 원서접수 결과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고스란히 반영돼 전체 58만 8000여 명 응시자 중 12만 6000여 명(21.5%)이 가형을 선택한 반면 나형 선택율은 71.4%로 가형의 3배가 넘었다.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이 19만 60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7만 명의 이과생이 가형 대신 나형을 선택한 것이다.

교과부 대학자율화팀 관계자는 “나형에 포함될 미적분 내용은 이과생이 공부하는 미적분보다 기초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며 “미적분이 새로 추가된 대신 기존 수학Ⅰ 과목에 포함된 ‘순열과 조합’ 단원은 빠진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행정예고 결과를 바탕으로 ‘수능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수능 개편 최종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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