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처럼 뜨고 비행기처럼 난다

차세대 헬기개발의 현주소 살펴보니…

2009년 03월 20일
 



세계적으로 차세대 헬기 개발 경쟁이 뜨겁다. 군용을 비롯해 인명 구조와 관측, 산불 진화까지 용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최근 부유층을 중심으로 개인용 헬기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헬기의 대세는 ‘틸트로터’ 헬기다. 틸트로터 헬기는 기존 헬기처럼 로터(회전날개)를 지면과 수평으로 회전시켜 이륙한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회전날개를 90도 접어 수직으로 만든 뒤 비행기처럼 난다.

헬기의 가장 큰 장점인 수직 이착륙과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며 단점인 비행기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와 낮은 연료소비효율, 짧은 비행시간을 극복할 수 있다.

진동과 소음도 크게 줄일 수 있어 편안한 비행이 가능하다.

200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틸트로터 헬기는 아직까지는 군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하이브리드 헬기,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적용한 헬기, 인공지능 헬기 등 틸트로터 헬기를 다양하게 변주한 차세대 헬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 비행시간 늘어난 하이브리드 헬기

영국 팔스에어는 지난달 하이브리드 헬기 ‘팔스100’의 시험비행을 시작했다. 이 헬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헬기의 동력을 엔진이 아니라 전기모터에서 얻는다.

헬기 내부에는 엔진 외에 발전기와 전기모터, 그리고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전기모터를 가동해 회전날개를 움직인다.

엔진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사용될 뿐 헬기의 모든 동력은 전기모터가 제공한다. 모터를 돌리는 데 쓰고 남은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돼 이착륙할 때처럼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경우에 사용한다.

덕분에 연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하이브리드 헬기가 1시간 비행하는 데 필요한 연료는 불과 10L. 기존 헬기는 시간당 170L를 사용한다. L당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팔스에어는 올해 말 시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지난달 말 헬기의 진동과 소음을 반으로 확 줄인 회전날개 ‘스마트’를 개발했다. 스마트는 날개 일부를 15도 정도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날개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공기 흐름을 조절할 수 있어 소음이나 진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신상준 교수는 “적진 정찰이나 자가용으로 헬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일이 필수”라고 말했다.

○ UFO 닮은 미래형 헬기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로콥터는 1월 동체에 대형 링이 달린 차세대 헬기의 디자인을 발표했다.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연상시키는 외형이 눈길을 끈다.

‘사루스’라는 이름의 이 헬기는 대형 링을 수평으로 회전시켜 이륙한 뒤 고도 300m에 이르면 링을 수직으로 세우고 동체 뒤편의 프로펠러를 돌려 비행한다.

이 헬기는 자기부상열차가 이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자기부상열차는 먼저 열차와 선로를 자석의 같은 극으로 만들어 서로 밀어내는 힘을 발생시켜 열차를 선로 위에 띄운다. 열차가 뜬 상태에서 바로 열차 앞에 있는 선로를 반대 극으로 바꾸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발생해 열차가 앞으로 달리게 된다.

에어로콥터는 이 원리를 헬기의 대형 링을 돌리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디자인을 고안한 회사 대표 시아막 야시니 씨는 NASA에서 25년간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사루스 헬기를 군 정찰용 무인기 형태로 개조한 ‘케스트렐’도 함께 선보였다.

○ 한국 스마트 무인기도 다음 달 시험비행

한국도 차세대 인공지능 헬기인 ‘스마트 무인기’ 2단계 사업을 19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3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똑똑한 헬기’인 스마트 무인기는 이륙부터 비행까지 스스로 알아서 진행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장치의 도움을 받아 항로를 결정하며, 레이더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한다.

특히 회전날개를 돌려 이륙한 뒤 앞으로 비행하기 위해 날개를 수직 방향으로 바꾸는 과정을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변환 기술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팀은 스마트 무인기를 40% 축소한 모델을 만들어 2007년, 2008년 각각 수동비행과 자동비행에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실제 스마트 무인기가 자동비행에 성공하는 것이다. 비행에 앞서 실시하는 지상시험 종류만 4000가지에 달하는데 현재 90%의 시험을 마쳤다.

항우연 김재무 비행체계팀장은 “4월 중순 전남 고흥군 항공센터에서 지상시험을 마무리하는 대로 9월경 스마트 무인기 시험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무인기는 정찰은 물론 기상관측이나 산불감시, 재난 구조 활동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어 이탈리아를 비롯해 외국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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