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아킬레스건 찾았다

[표지로 읽는 과학]신경질환 치료길 열어준 주머니 원숭이

2009년 05월 29일

더사이언스’는 한 주간의 세계 주요 학술소식을 모은 ‘표지로 읽는 한 주의 과학’을 연재합니다. 이 코너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 ‘셀’에 발표된 표지 논문을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여 소개합니다. 매주 과학계의 전문가들이 엄선한 저널의 표지는 여러분을 학술적 흥미와 심미적인 과학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영국에서 발행하는 ‘네이처’는 작고 귀여운 주머니 원숭이를 표지 사진에 실었습니다. 이 주머니 원숭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여전히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는 13만7000년 전, 5km 두께로 뒤덮였던 빙하가 삽시간에 녹으면서 해수면이 85m나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표지로 꼽은 셀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표지만큼이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 에디터 주

‘사고’친 유전자 변형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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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약 20㎝. 작은 몸집 탓에 ‘주머니 원숭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마모셋 원숭이. 귀여운 이 원숭이가 ‘사고’를 쳤다. 이번 주 네이처는 이 사고가 특정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앓는 신경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연구진은 어미 원숭이 7마리에 녹생형광단백질(GFP)을 만드는 유전자를 넣었다. GFP는 발광 해파리에 있는 단백질이다.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 형광을 띈다. 관찰이 쉽기 때문에 유전자가 발현됐는지, 안 됐는지 살피기 쉽다.

7마리 어미 원숭이 중 3마리가 유산했다. 나머지 4마리에서 총 5마리 새끼가 태어났다. 분석결과, 새끼 중 2마리가 GFP를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마리 중 한 마리는 이 유전자를 지닌 2세를 낳았다. GFP를 만드는 유전자가 대물림된 것이다. 원숭이에서 이런 일이 나타난 건 처음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쥐를 가지고 실험을 해왔다. 하지만 쥐는 사람과 많이 달라 정확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 연구진은 이번 유전자 변형 원숭이를 이용해 실험하면 사람 에 적용하기에 좀 더 적합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쥐보다 원숭이가 유전적으로 사람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장밋빛 미래’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의 유전자를 바꾼 게 문제로 꼽힌다. 사람의 유전자도 바뀔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양날의 검’인 셈이다.

간빙기가 온실가스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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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처럼 꼬불꼬불 이어진다. 초록색 바탕 덕인지 노란색이 꽤나 잘 어울린다. 물을 주면 곧바로 자랄 것만 같다. 이번 주 사이언스는 표지로 ‘사랑의 섬’이라 불리는 타히티 섬에 사는 산호를 담았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다국적 연구진은 이 섬에서 발견된 산호초 화석에 방사선을 쪼여 우라늄과 토륨의 동위원소 연대를 측정했다. 해수면의 높낮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연구결과 13만7000년 전 당시 해수면은 최대 85m까지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 연구진은 “미국, 캐나다, 태평양을 최소 5km 두께로 뒤덮었던 빙하가 수백 년 만에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옥스퍼드대 알렉스 토마스 박사는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을 수 있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산호초 화석을 다룬 연구가 보도됐다. 미국 뉴욕타임즈 등 여러 외신은 멕시코 국립대 해양과학 연구팀의 말을 빌려 “12만1000년 전 있었던 간빙기 때 해수면은 불과 50년 사이에 3m나 올랐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동부 해안에서 채취한 산호화석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속도를 볼 때 앞으로 1000년 간 해수면이 12m 오를 것”이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구의 기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이 간빙기이기 때문에 빙하가 녹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 변화의 속도다. 서서히 나타나던 일이 이제는 급하게 일어난다. 지구는 자신이 골병을 앓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치병’ 암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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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은 아킬레우스가 외쳤다. 순간 옛 기억이 스쳐간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겐 아들 ‘아킬레우스’가 있었다. 그는 제우스에게 ‘아킬레우스’가 죽지 않는 몸을 갖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아이의 몸을 스티크스 강에 담그면 창에 찔려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발꿈치를 잡고 아이를 강 속에 넣었다 뺐다. 아킬레우스는 ‘강철 몸’이 됐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잡았던 발뒤꿈치가 강물이 닿지 않은 탓에 유일한 약점으로 남았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숨을 거둔다. ‘아킬레스건’에 대한 유명한 일화다.

이번 주 셀은 아킬레스건을 표지로 꼽았다. ‘암의 치명적 약점(아킬레스건) 밝혀져’란 제목이 눈에 띈다. 현재 한해에 암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한국에서만 6만여 명. 이 중 약 30%정도는 KRAS 유전자에 이상이 일어나 암을 앓는다.

그동안 암을 치료하려는 연구 대부분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하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암은 여전히 굳건하다. 일본 연구진은 “암세포는 슈퍼세포가 아니라 오히려 아픈 세포이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 ‘생명끈’을 끊으면 암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PLK1’과 ‘STK33’ 효소가 암 세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PLK1을 억제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STK33 효소를 50~70% 줄이면 암 세포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불치병’ 암을 정복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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