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식물로 ‘사막화’ 막는다”

고온 건조한 기후 견디는 유전자 연구가 핵심

2009년 05월 08일



황량한 사막에 나무를 심고 있는 시민. 동아일보 자료사진.
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 중국의 사막화가 극심해지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0~2008년 서울의 연평균 황사 발생일수는 11.8일이었다. 80년대 연평균 3.9일이나 90년대 연평균 6.9일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사막화 지역에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조림사업은 한계가 있다.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어 가꾸려면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물을 멀리서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과학자들은 고온 건조한 환경을 잘 견디도록 돕는 유전자를 연구 중이다. 유전자 조작 식물을 만들어 사막화를 막겠다는 것. 조림사업 때처럼 물을 끌어올 필요가 없어 사막화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선인장에서 찾아낸 해답

경상대 환경생명연구센터 이상열 교수팀은 선인장에서 답을 찾았다. 선인장이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이유가 ‘AtTDX’ 유전자 덕임을 알아낸 것. AtTDX는 수소 전자를 식물 내 구석구석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주위 온도가 높아지면 다른 기능을 갖는다.

이 교수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AtTDX는 자기들끼리 뭉친 다음 식물 안을 돌아다니며 단백질 변성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고온으로 단백질 구조가 변하는 상황을 막는다는 것이다. 구조가 변하면 해당 단백질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AtTDX는 일반 식물에도 있지만 양이 적다”며 “식물이 이 유전자를 많이 만들면 사막화 지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는 포플러 나무에 AtTDX 유전자를 적용, 실험 중에 있다.

중금속 배출하고 염분 농도 낮추는 ‘일석이조’ 유전자

염분 농도를 조절하는 ‘PDR8’ 유전자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온 건조한 지역일수록 식물이 수분을 잃기가 쉽다. 이에 발맞춰 식물의 염분 농도는 올라간다. 염분(NaCl)이 많아지면 나트륨(Na)와 염소(Cl) 이온이 세포막과 반응해 세포막의 구성성분을 변화시킨다. 세포막을 통한 물질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이영숙 교수팀은 60~80mmol의 염분 농도에서 3주간 애기장대 식물을 키웠다. 그 결과, PDR8이 많은 식물의 잎과 줄기 무게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3㎎ 더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진준영 연구원은 “PDR8이 염분 배출을 유도하기 때문”이라며 “이 유전자가 많으면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애기장대가 3주간 자랐을 때 줄기와 잎의 무게는 평균 5㎎ 정도다.

PDR8은 이 교수팀이 2007년 발견했다. 당시 이 유전자는 카드뮴 등 중금속 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연구결과 염분 저항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오는 13일 한국분자생물학회에서 위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짐에따라 사막화도 빨라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포 죽이는 활성산소 분해한다

식물이 고온 건조한 지역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활성산소는 다른 물질과 작용하는 힘이 센 산소로 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성산소가 증가할수록 죽는 세포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바이오연구센터 곽상수 박사팀은 “활성산소를 분해하면 스트레스에도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SWPA2’ 프로모터와 ‘NDPK2’ 유전자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로모터는 불을 켤 때 누르는 스위치 같은 작용을 한다. 활성산소를 줄이는 NDPK2 유전자의 발현을 돕는 것. 곽 박사팀은 사막화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에서 이 유전자를 고구마에 도입해 실험 중이다. 곽 박사는 “고구마는 뿌리가 넓게 퍼져 토양유실을 막고 잎은 넓게 벌어진 채로 땅을 뒤덮기 때문에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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