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흡혈귀'를 아시나요?

[CBS산업부 권민철 기자]

세계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해 돈을 아끼자는 뜻의 'E·테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각종 'E·테크' 노력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유 모(42, 고양시 마두동) 씨의 집에는 TV와 컴퓨터, 오디오, 홈시어터 등 모두 26개의 전자제품이 있다. 대부분 콘센트에 코드가 꼽혀 있는 채다. 유 씨는 "코드를 꼽아두면 전기가 소모 된다 것을 알고는 있지만 보통은 귀찮아서 내버려 둔다"고 한다.

유 씨의 말대로 이들 제품은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대기전력(standby power)이 흐르고 있다. 전원이 'OFF' 상태라 작동은 하지 않지만 전자제품 안의 각종 부품들이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집의 대기전력은 얼마나 될까?
에너지관리공단의 자료를 참고하면 유 씨 집에서는 홈시어터 18.9w, DVD플레이어 12.2w, 오디오 8.91w, 인터넷모뎀 6.43w, 비디오 5.45w, TV 4.33w, 컴퓨터 3.25w, 프린터 3.07w, 모니터 2.53w, 휴대폰충전기 0.86w 등 모두 66w의 대기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을 실제 사용한 시간을 빼고 순전히 대기전력으로만 사용되는 양은 월간으로 따지면 32.5kwh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 씨는 보통 월간 250kwh 정도를 사용해 3만원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대기전력 사용량 32.5kwh는 누진제를 적용시키면 5469원에 해당하므로 유 씨는 매월 19%의 전기요금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1년 중 두 달치의 전기료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대기전력으로 사용되는 전력양은 국가적으로 보면 매년 4600gwh. 5000억 원어치다. 상시적으로 3억대의 전자제품이 평균 3.66W의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85만kw급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기가 만드는 전력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기 흡혈귀'라는 이 대기전력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월 전기료를 2만원 미만으로 줄인 절전 고수들은 한 결 같이 멀티탭, 그 것도 스위치가 붙어 있는 멀티탭을 사용해 효과를 봤다고 한다.

스위치가 없는 멀티탭은 코드를 일일이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개별 스위치가 있는 멀티탭은 해당 스위치만 꺼주면 플러그를 아예 뽑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안진한 팀장은 "대기전력은 보통은 귀찮아서 생기는 것인데 멀티탭은 귀찮아서 못하는 코드 뽑기를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멀티탭의 스위치 끄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해 주는 '자동절전제어장치'도 사용해볼 만하다.

외국도 이 대기전력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집 현관에 집 안의 모든 전기시설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어서 대기전력 관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현관에서 대기전력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내년까지 모든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1w로 낮춰서 출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대기전력이 0w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공동기획=에너지관리공단]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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