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날씨가 내일오후부터 내린다는 일기예보만 믿고 망설임 없이 출발한 산행이었건만 우리일행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이 몰려오더니 한바탕 비를 뿌리고 지난간다.

제발 한차레 지나가는 비이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비아냥 거리기라도 하듯 비는 시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내리고 기상대에 알아보니 5~20미리 가량 온다고 한다.

이번 산행 계획은 왕관봉 밑 비박지에서 1박을 하고 나머지 희야봉, 범봉까지 산행이 목표었으나 동료들의 비에 젖은 옷가지며 장비 때문에 오늘의 산행은 왕관봉 비박지까지만 하기로 하고 비상대피로를 통해 하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저멀리 보이는 사선 크랙이 오늘의 마지막 피치인데 벌써 시간이 오후 4시

대장(이범훈/빛그림)이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접고 이곳에서부터 비상 탈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로운 루트를 내니 이곳 코스의 이름은 첫 발을 내딛는 우리팀의 이름으로 명명하리라는 동료들의 담소가 오가며, 어려운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앞에는 빛그림, 깍두기 님이 뒤에는 회장님과 병삼씨가 산행경력이 부족한 나는 중간에서, 어느 덧 시간은 자꾸 흘러 어둠이 내리고 있다. 선두를 이끌어 주던 님들은 로프 회수문제로 거꾸로 뒤로 처지고 나머지 5명의 일행은 빛이 조금이라도 하산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하산을 하였다.

이곳에서 부터 탈출을 시작하여 설악골 계곡에 내려오니 벌써 앞이 컴컴하여 하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해드렌턴을 착용하고 캄캄한 숲길을 헤처가며 이리저리 헤메이기도 하며 비선대 산장에 도착하니 8시 무렵이 되었다.

 

 

 

 

 

 

 

 

 

 

대포항에서 떠온 회를 안주삼아 아니 오늘의 산행을 안주 삼아 숙소에 도착하여 담소를 나누며... 

 

빈속에 먹은 탓인지 다른 동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도저히 일어날 기운이 없다.

10시가 되어서야 젓먹던 힘까지 다해 간신히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아침부터 한판 벌어져 있다. 왜 이리 기운이 없는지 있는 힘을 다해 사워를 마치고 다들 출발하려고 하는데 정말로 도저히 일어설 기운이 없다고 하니 일기 선배님이 육상선수들이 순간적으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약물이라며 한봉지 건데 주는데 먹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런 경험은 처음인듯 하다. 아마도 어제의 산행과 음주가 겹쳐져 생긴듯하다. 10시반 속초의 물곰치 해장국(사돈집)집으로 이동하여 해장국을 먹으니 이제 겨우 기력이 조금 회복되는 듯 하다. 아침겸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들 오징어 등 해산물을 사간다고 주문진에 들려가기로 하였다. 주문진에 도착하여도 역시 조금 기력은 회복되었으나 만만찮다 동료들은 장을 보러 가건만 난 차에 잔류하기로 하고 또 단잠에 들었다. 얼마를 잤는지, 동료들이 박스를 하나씩 들고 오더니 오징어회가 8마리에 만원한다고 먹고 가자고 내리라고 한다. 회를 맛나게 먹은 것인지 입안에 통증이 온다. 왜 이런 고통까지 생기는 것인지, 주문진에서 2시 30분에 출발 청주에 도착하니 6시, 아내가 마중을 나왔는데 오늘 산행도 하지 않으면서 속초에서 외박을 하고 온다고 부어있다. 참 힘들고 힘든 산행의 시간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다음 산행에는 좀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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