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2일

 

일시: 2009년 1월 15일 목요일

◈ 코스: 남체바자르 

  

 

07:15

      잠에서 깨었다. 오늘은 이곳 남체에서 칼라파타르에 올랐던 대원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 짐정리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 옷을 갈아입을 계획을 세웠다. 어제 럭시 한 잔 하고 푹 자서 그런지 속이 많이 편안하다. 콧물은 흐르지만 전보다 심하지는 않다. 고도를 낮추니 고소 증세가 없어진 모양이다. 링마가 따끈한 찌아를 가져다 준다. 8시 30분에 토스트와 달걀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 맛이 좋은 걸 보니 속이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09:30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조재명 대원과 김영진 대원, 이소언 대원은 지난 번에 올랐던 샹보체로 다시 올라가고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서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 먼저 내려온 조재명 대원 말에 의하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 롯지가 있는데 태양열로 가열하기 때문에 12시가 넘어야 운영을 한단다. 롯지 방 창밖을 보니 남체에는 계속 롯지가 세워지고 있었다. 롯지를 계속 짓는 것을 보면 수요가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곳에 롯지를 가진 사람들은 부유층에 속한다고 한다. 12시 34분, 샹보체에 갔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39]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39]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40]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꽁데와 남체의 롯지들 [12:41]

 ▲ 롯지 방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남체의 롯지들 [12:42]

 

13:40

      롯지에서 야크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좋다. 이곳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을 죽일 수 없으니 루크라에서 가져온 것이리라. 네팔이란 나라는 세계 10대 최빈국에 들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네팔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개발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의 트레킹 루트를 모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면 될까? 위험한 발상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네팔에 오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4:25

      점심 후 샤워를 하러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칼라 파타르 롯지에 갔으나 주인이 없다. 소리쳐도 대답도 없다. 다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몇 바퀴 돌다가 다시 가 보았으나 역시 주인은 부재중이었다. 이렇게 가게를 비워놓고 다녀도 되나? 다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헤매다가 다시 갔는데 마침 주인이 있었다. 300루피를 지불하고 롯지 이층에 있는 샤워실에 들어가니, 미지근한 물이 가는 호스를 통해 조금씩 나오는데 물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고 또 양도 작아 간신히 머리만 감았다.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진다. 

 ▲ 남체바자르의 거리 모습 [14:28]

 ▲ 따뜻한 물이 나오는 칼라파타르 롯지 내부의 모습 [14:41]

 ▲ 남체의 상가 안내판 [14:53]

 ▲ 우리가 묵은 남체의 히말라얀 롯지 건물 [15:41]

 

15:42

      머리를 감은 후 히말랴얀 롯지로 돌아오면서 고락셉에서 내려오는 장정모 사장과 김영식 대장을 만났다. 뒤를 이어 대원들이 속속 도착한다. 반갑다. 고소증세 때문인지 최창원 선배님의 얼굴이 많이 부었다. 저녁은 닭백숙이었다. 셀파족의 티벳 불교 영향으로 국립공원지역에서는 살생이 금지되어 있어 루크라에서 잡아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좋은 안주가 나왔는데 술이 없다고 대원들의 불평이 심하다. 술 좀 준비하지.

 

20:00

      저녁을 먹은 후 럭시를 한 잔 하러 선술집을 찾아 나섰다. 야크 고기 퓨전 안주로 럭시를 몇 잔 마셨다. 이 술집은 우리 스탭들의 아지트였는지 속속 스탭들이 모여든다. 정영섭 선배가 술값으로 1150루피를 지불했다. 롯지에 돌아와 신현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오징어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고통이 없는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11시 가까이 되어 기분좋은 잠자리에 들었다.

 ▲ 럭시 집에 모인 탐사대원들 [20:10]

 ▲ 탐사대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를 몰던 여인 [20:14]

 ▲ 손수 요리를 하고 있는 권춘화 대원 [20:17] 

 ▲ 롯지에 돌아와서 신현대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 [21:50]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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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1일

 

일시: 2009년 1월 14일 수요일

◈ 코스: 팡보체 → 데보체 → 텡보체 → 푼기탠가 → 남체바자르 

 

 

06:45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에 달이 걸려 있다. 차를 한 잔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링마가 어제 고락셉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남체에 가 있을 거라고 연락을 했단다. 그렇다면 오늘의 목적지는 남체바자르다. 숙박 경비는 모두 2160루피가 나왔는데 나중에 핀조가 내려오면서 지불할 거라고 링마가 말한다. 이른바 외상이다. 아침을 먹고 남체를 향해서 출발, 정면으로 보이는 남체 방면의 꽁데피크 설능이 아름답다. 올라올 때에는 못 보던 모습이다. 9시 31분에 데보체를 지났다. 우리가 묵었던 롯지 건물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데보체에서 텡보체로 올라가는 길이 또 만만치가 않다. 먼지 투성이의 이 길도 쉬며 쉬며 걸었다.

 ▲ 팡보체에 있는 히말라얀 롯지의 메뉴 [07:47]

 ▲ 명암이 뚜렷하게 나뉘어진 남체 방면 풍광 [08:33]

 ▲ 해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김영진 대원 [08:33]

 ▲ 두드 코스 강을 따라 데보체로 가는 길이 나 있다 [09:04]

 ▲ 남체 방면의 꽁데 피크가 보기에 좋다 [09:16]

 ▲ 하룻밤을 묵었던 데보체의 롯지 건물 [09:31]

 ▲ 텡보체에 오르기 전에 뒤돌아본 풍경 [10:08]

 

10:10

      텡보체에 도착. 넓은 평지에 이 지역의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이 있는 곳이다. 전망이 좋아 눕체와 롯체 능선, 그 뒤로 에베레스트가 보이고 아마다블람도 잘 보인다. 남체 쪽을 보면 꽁데의 설능이 보이는데 옅은 이내가 끼어 마치 그림엽서에 나오는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연은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조물주는 위대하다.

 ▲ 텡보체에 있는 사원 [10:10]

 ▲ 텡보체에서 본 눕체와 로체 능선, 에베레스트, 아마다블람 [10:13]

 ▲ 룽다가 하늘을 가르고 있는 텡보체 [10:14]

 ▲ 텡보체에서 김영진 대원 [10:16]

 ▲ 텡보체에서 [10:17]

 ▲ 텡보체에서 남체 쪽을 배경으로 링마와 함께 [10:25]

 ▲ 텡보체에 있는 불탑 [10:25]

 ▲ 텡보체에서 남체 쪽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과 링마 [10:25] 

 ▲ 남체로 가는 길이 오른쪽 산허리를 타고 나 있다 [10:44]

 ▲ 이내가 퍼지고 있는 남체 방면 하늘 [11:04]

 

11:30

      커다란 구상나무가 인상적인 푼기탠가 롯지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올라갈 때도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김영진 대원은 국수, 나는 오믈릿을 먹었는데 값은 700루피였다. 점심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며 지나가는 트레커들을 구경하는데, 그 중에서 반바지와 반팔 차림의 얼굴에 주름이 많은 여자가 있었다. 그것도 혼자 올라간다. 대단한 사람이다.   

 ▲ 푼기탠가에 있는 수력 마니차들 [11:30]

 ▲ 점심을 먹은 푼기탠가의 롯지 [11:49]

 

12:55

      다리를 건너 30분 동안 구상나무와 소나무 숲길을 올랐다. 계속되는 오름길이라 힘이 든다. 몇 발자국 걷다가 쉬고 다시 몇 발자국 걷는 운행이 계속 반복되었다. 아직 고소증세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급한 오름길이 끝나고 롯지 몇 채를 지나 가벼운 경사길을 오르니 왼쪽 뒤편으로 아마다블람이 잘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 푼기탠가 롯지를 떠나면 바로 건너게 되는 다리 [12:58]

 ▲ 네팔의 구기자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13:53]

 ▲ 롯지의 아이들이 구슬치기를 하며 놀고 있는 모습 [13:55]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 [14:29]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4:29]

 ▲ 쿰중 학교에서 만든 '사향노루를 구하자'라는 벽화 [14:46]

 

14:58

      쿰중과 고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사나사를 지나 컁주마에 도착했다. 이곳 롯지에서는 길옆에 진열대를 펼쳐놓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말 한 마리가 롯지에서 롯지로 왔다갔다 한다. 컁주마에서도 전망이 좋아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잘 보였다. 멀리 왼쪽 산 언덕에 지붕이 빨간 롯지가 하나 보이는데, 하루 숙박비가 150 달러 정도라고 링마가 전해준다. 큰 도시의 특급호텔 값이네. 장사가 되나? 남체가 가까워지자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 사나사에 있는 갈림길 안내판 [14:58]

 ▲ 컁주마에 있는 롯지 [15:07]

 ▲ 컁주마에 있는 기념품 판매대 [15:08]

 ▲ 컁주마에서 바라본 아마다블람 [15:08]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김영진 대원 [15:16]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5:16]

 ▲ 멀리 하루 150 달러 정도하는 롯지가 보인다 [15:30]

 ▲ 구름이 낀 로체와 아마다블람 [15:34]

 ▲ 남체가 가까운데 땅거미가 지고 있다 [16:31]

 

16:41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남체가 보이고 우리가 묵을 히말라얀 롯지도 보였다. 링마가 롯지에 카고백을 갖다 놓고 다시 올라와서 내 배낭을 받아준다.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조재명 대원과 이소언 대원을 만났다. 반갑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럭시제조장 찾다가 실패하고, 일반 식당에서 구운 닭고기를 안주로 럭시를 마셨다. 비용은 모두 1950루피. 남체는 일찍 불을 끄고 철시를 한다. 어두워지면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콧물이 계속 흐르고 속이 쓰리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아무 일 없이 잘 있다고 전해 주었다. 9시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럭시를 마신 탓인지 속이 편안하다. 비교적 잠을 잘 잤다.  

 ▲ 남체 왼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군부대 시설 [16:41]

 ▲ 남체 위에 있는 꽁데의 모습 [16:41]

 ▲ 어둠이 내리고 있는 남체바자르의 롯지들 [16:48]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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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10일

 

일시: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 코스: 로부체 → 페리체 → 팡보체 

  

 

06:30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아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억지로 올라간다고 우기면 김 대장이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탐사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그 또한 작은 일이 아니다. 혼자 내려가는 줄 알았더니 고소증세가 있는 대학산악부원인 김영진 대원이 함께 내려가게 되었다. 나에게는 심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포터는 링마. 몸집은 작지만 힘은 장사다.

 

08:20

      로부체 롯지 출발. 날씨는 오늘도 좋다. 일단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큰 짐을 벗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로부체에서 두글라까지는 내리막길이다. 50분 정도 걸어 셀파의 죽음을 기리는 돌탑군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고 멀던 길이 내려올 때는 금방이다. 돌탑군 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셀파들의 명복을 빌었다.

 ▲ 로부체에서 하루 묵은 롯지의 모습 [08:20] 

 ▲ 앞으로 가야할 길 [08:34]

 ▲ 이미 지나온 길 [08:34]

 ▲ 셀파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돌탑이 서 있는 곳 [09:11]

 ▲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영진 대원 [09:11]

 ▲ 우리 두 명의 카고백을 운반하는 링마 [09:11]

 ▲ 멀리 두글라의 롯지가 내려다보인다 [09:20]

 

09:50 

      로부체로 올라올 때 점심을 먹었던 두글라의 롯지에 도착했다. 휴식도 취할 겸 자리에 앉아 찌아 2잔을 시켰다. 값은 100루피. 찌아를 마시고 있는데 페리체 쪽에서 트레커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로체청소년원정대였다. 롯지를 떠나 얼마를 걸은 후 초르텐이 있는 지역에서 다시 페리체를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도중 신부님과 수녀님이 이끄는 인천카톨릭스카우트 학생들을 만났다.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서 찌아 두 잔 마심 [09:50]

 ▲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영진 대원 [09:51] 

 ▲ 두글라에 있는 롯지로 올라오고 있는 로체청소년원정대원들 [10:01]

 ▲ 아름다운 설벽의 모습 [10:26]

 ▲ 촐라체의 모습 [10:27]

 ▲ 촐라체의 모습 [10:34]

 ▲ 휴식을 취하는 김영진 대원: 링마는 어디 갔지? [10:34]

 

10:37

      페리체로 가는 넓은 계곡길에 다시 들어섰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계곡 전체에 물이 차지 않나? 길 양쪽으로 돌담을 쌓아 경작지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 고산지대에서는 어떤 채소를 재배하나? 혹시 롯지를 만들기 위해서 터를 닦아 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넓은 계곡길은 평지와 같아서 걷기에는 좋았다. 왼쪽으로 페리체 롯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페리체로 가는 넓은 계곡길 왼쪽으로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10:37]  

 ▲ 저 봉우리는 높이가 몇 m나 될까? [10:37]

 ▲ 암봉 뒤로 설봉이 보이고 [11:08]

 ▲ 페리체 마을이 가까워지고 있다 [11:08]

 ▲ 페리체의 넓은 하상 [11:23]

 ▲ 페리체 마을이 보이고 그 위로 아마다블람도 보이고 [11:24]

 

11:58

      페리체이 있는 샹그릴라 롯지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계란을 넣은 네팔 라면을 시켰고 라면 값은 820루피였다. 12시 22분에 스탭 겔젤을 만났다. 어제 낮에 조재명 대원, 이소언 대원과 함께 내려간 포터로 그 두 대원은 남체바자르에 묵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남체에서 계란을 사서 고락셉으로 가던 중에 우리와 만난 것이다. 계란을 몇 개 얻어 계란부침을 만들어 먹었다.

 ▲ 우리가 점심을 먹은 페리체의 롯지 [12:00]

 ▲ 롯지 내부에 있는 상품진열대 [12:05]

 

13:05

      점심 후 출발. 5분 정도 걸어 뒤를 돌아보니 페리체 마을이 평화롭다. 내 생애에 언제 또 저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다리를 건너 길은 계속된다. 파란 하늘에 로체 능선과 아마다블람이 흰빛을 발하며 하늘을 가르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구름들이 하늘을 적당히 수 놓고 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더욱 아름답다. 칼라파타르로 올라간 대원들은 지금 어디 쯤 가고 있을까?

 ▲ 페리체 마을을 떠난 다음 뒤돌아보며 [13:11]

 ▲ 페리체의 넓은 계곡 [13:11]

 ▲ 페리체 마을을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다리 [13:19]

 ▲ 로체 능선 뒤로 구름이 퍼지고 있다 [13:35]

 ▲ 아마다블람 [13:35]

 ▲ 로체와 구름 [13:40]

 ▲ 아마다블람과 구름 [13:40]

 ▲ 로체 쪽 하늘을 바라보며 [13:41]

 

13:54

      아마다블람이 보이는 곳. 올라오면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둘이 걸어가니 여러 가지로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또 쉬고 싶을 때 아무 데서나 쉴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주변 풍경을 여유있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롯지를 짓기 위한 목재를 운반하는 포터들이 보인다. 그냥 보아도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 포터들은 잘도 올라간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더 좋은 집안에 태어났다면 저러지 않아도 될 텐데......

 ▲ 아마다블람 아래의 산사태 흔적 [13:54]  

 ▲ 로체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14:10]

 ▲ 파란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아마다블람 [14:26]

 ▲ 구름이 피어나는 눕체와 로체 능선을 배경으로 [14:27]

 ▲ 롯지를 지을 목재를 운반하고 있는 포터들 [14:31]

 ▲ 눕체와 로체와 구름 [14:31]

 ▲ 아마다블람과 구름 [14:31]

 

14:56

      쇼마레 마을에 도착.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인데 내려다보니 두드 코시 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이 평행선을 이루며 뻗어 있다. 이 구간에서는 팡보체로 내려가는 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오후가 되면 하얀 구름들이 향연을 벌이는데, 로체와 아마다블람 주변에 아름다운 구름이 떠다니고 있다. 올라갈 때는 못 보던 광경이다. 3시 47분, 탐사대원들이 방문했던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 앞에 있는 이정표를 지났다. 곧 오늘 하루를 묵을 팡보체 롯지에 도착을 했다. 

 ▲ 쇼마레 마을을 내려가고 있는 김영진 대원 [14:56]  

 ▲ 구름이 퍼지고 있는 아마다블람 [14:57]

 ▲ 쇼마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링마 [15:00]

 ▲ 마차푸차레, 마터호른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에 속하는 아마다블람 [15:46]

 ▲ 계곡은 깊고 산은 높고 구름은 한가하다 [15:46]

 ▲ 로체와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5:47]

 ▲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이정표 [15:47]

 ▲ 팡보체 롯지 오른쪽 설봉 위로 구름이 날리고 있다 [16:00]

 

16:06

      팡보체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데보체에서 올라올 때 하루 묵었던 곳이다. 방에 들어가 잠시 자리에 누웠다가 6시 20분에 저녁을 먹었다. 현지식인 달밧을 시켰는데 야크고기에 김치도 나왔다. 그러나 속이 안 좋아 조금밖에는 먹지 못했다. 해발고도 1000m 정도를 내려왔지만 고소증세가 말끔히 가시지는 않은 모양이다. 난로 옆에서 4명이 잡담을 하면서 나이 알아 맞추기를 했는데, 롯지 주인이 내 나이를 마흔 살로 본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탐사대원들이 묵을 때는 이 롯지가 꽤 북적거렸지만 오늘은 너무나 조용하다. 개짖는 소리만 가끔씩 들릴 뿐이다. 7시 2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밤에도 온갖 잡다한 꿈만 계속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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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팡보체로 내려오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고락셉을 거쳐 칼라 파타르에 올랐습니다. 칼라 파타르에 오른 대원들 사진은 김영식 대장이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비록 자리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5545m의 정상에 오른 대원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 빙하지대를 지나고 있는 대원들

 ▲ 다시 고락셉을 향해서

 ▲ 고락셉을 향해서 오르고 있는 대원들

 ▲ 칼라파타르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칼라파타르 정상에 오른 대원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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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9일

 

일시: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 코스: 페리체 → 두글라 → 로부체 

 

  

06:30

      기상. 오늘은 해발 4910m의 로부체까지 가야하니 해발 고도를 700m 가까이 올려야 한다. 이번 트레킹에서 최대의 난관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발 4000m 이상에서의 트레킹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은 북어국이다. 밥맛이 별로 좋지 않았으나 걷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도 나에게는 이번 트레킹에서의 하나의 문제다.   

 ▲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롯지에서 최창원 선배님 [07:52] 

 

08:00

      출발. 페리체 마을 왼쪽으로 넓은 계곡 바닥을 따라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해가 들지 않았으나 30분 정도 걷자 햇살이 내려쬐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오늘도 날씨는 더할 나위없이 화창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까마귀 소리가 애절하다.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계곡 바닥길은 의외로 길어, 구릉에 올라서기 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좌우로 보이는 설봉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 페리체에 있는 롯지를 출발하고 있는 대원들 [08:00] 

 ▲ 롯지를 떠나면서 바라본 탐세르쿠 방향 [08:00]

 ▲ 해가 비치는 곳과 비치지 않는 곳의 명암이 뚜렷하다 [08:01]

 ▲ 어둠을 뚫고 밝은 곳을 향하여 [08:25]

 ▲ 어둡던 곳이 갑자기 밝아졌다 [08:26]

 ▲ 넓은 계곡에 트레킹 루트가 나 있다 [08:32]

 ▲ 넓은 평지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08:48]

 ▲ 돌담으로 둘러쌓인 경작지들 [09:12]

 

09:55

      강 바닥에서 구릉으로 올라섰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바위와 관목 사이로 여러 갈레 길이 나 있다. 황량하기가 그지 없다. 2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때에는, 파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과 아름다운 색의 꽃을 보았고 오렌지와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았는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것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하얀 눈이 덮인 멋진 바위벽을 볼 수 있다. 그 하얀 설산들이 황량한 풍경을 상쇄시키고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이 그것을 보완하기 마련이다. 1시간 25분 정도 걸어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을 했다. 다리 건너 있는 롯지는 뒤로 거대한 설벽을 이고 있었다.

 ▲ 계곡 바닥에서 구릉길로 올라선 대원들 [09:55]  

 ▲ 트레킹 도중에 뒤돌아본 페리체 방면 [10:02]

 ▲ 자태가 아주 빼어난 설산 [10:02]

 ▲ 이런 모양의 설산도 있고 [10:24]

 ▲ 요런 모양의 설산도 있다 [10:48]

 ▲ 탐사대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들 [11:00]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한 탐사대원들 [11:18]

 

11:20

      해발 4530m의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 도착. 점심은 흑미국수였다. 그래도 국수는 밥보다는 먹기에 좋다. 영양학적으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고소증세로 힘들어 하던 조재명 대원과 이소언 대원이 팡보체로 하산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물론 본인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겠지만. 나도 마음 같아서는 따라 가고 싶었지만, 얄팍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일단 로부체까지는 올라가보기로 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힘들어 하는 대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탐사대원들이 점심을 먹은 두글라의 롯지 [11:29]

 ▲ 두글라의 롯지 뒤로 설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12:04]

 ▲ 롯지에서 바라본 페리체 방면의 걸어온 길 [12:05]

 ▲ 두글라에 있는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12:05]

 

12:30

      롯지 출발. 아직도 해발 고도를 400m 정도 올려야 한다. 너덜지대를 오르고 셀파들을 기리기 위한 돌탑들이 널려 있는 곳을 지났다. 한참을 걷다보니 내가 맨 마지막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은데 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 헛딛는 느낌이다. 나는 정상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뒤에서 보면 비틀거리는 모양이다. 함께 가던 대원들이 스탭에게 내 배낭을 맡겨주었다. 얼마 안 가서 한 스탭이 나를 업고 롯지에 도착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등에 업혀서도 계속 괜찮다고 말했다. 걸을 수 있는데....

 ▲ 롯지를 출발하면서 바라본 오른쪽 암릉 [12:31]

 ▲ 로부체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2:39]

 ▲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12:44]

 ▲ 너덜지대에서 휴식중인 대원들 [13:30]

 ▲ 룽다가 휘날리는 초르텐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 [14:18]

 ▲ 셀파들의 죽음을 기리는 돌탑이 있는 곳에서 [14:18]

 ▲ 셀파들을 기리는 돌탑이 줄을 지어 서 있다 [14:18]

 ▲ 포터도 쉬고 대원들도 쉬고 [14:26]

 ▲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14:38]

 ▲ 고소증세로 힘이 들어 쉬고 있는 모습 [14:54]

 ▲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14:58]

 ▲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원들 [14:58]

 ▲ 계곡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15:37]

 ▲ 물 건너 산 넘어에 설산이 우뚝하다 [15:37]

 

16:30

      롯지에 도착, 김영식 대장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이아막스와 비아그라, 아스피린을 먹었다. 일단 내일 아침에 상황을 보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팡보체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여자대원들이 내 손가락 10개를 모두 땄는데 시커먼 피가 계속 나온다. 몸 상태가 아주 나쁘다는 증거다. 저녁은 무우국인데 밥맛이 없다. 한 술 뜨고 집에 전화를 걸어 아내, 그리고 딸 선영이와 통화를 했다. 고소증세 때문에 여기서 아래로 내려갈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격려해준다.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그래서 가족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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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8일

 

일시: 2009년 1월 11일 일요일

◈ 코스: 팡보체 → 쇼마레 → 페리체 

 

  

06:30

      기상,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짐을 꾸렸다. 오늘은 페리체까지 트레킹을 하는 날로 고도를 약 300m 정도 올려야 한다.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니 롯지 위로 설봉들이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주변은 아직 어두운 편인데 신기하게도 설산만 하얗다. 롯지 왼쪽 공터에서 출발전 체조를 한 다음 스틱을 높이 올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오늘도 역시 날씨는 좋다. 

 ▲ 팡보체의 롯지 위에서 설봉이 내려다보고 있다 [07:47]

 ▲ 롯지 지붕 위로 보이는 아마다블람 [07:47]

 ▲ 롯지 앞 마당에 모여 출발 전 준비운동 [08:01]

 ▲ 오늘도 어김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 [08:05]

 

08:07

      팡보체 롯지를 출발. 계곡 왼쪽으로 나 있는 산허리길을 따라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15분 정도 걸었더니 팡보체 사원과 팡보체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 있다. 걷는데 힘이 든다. 해가 비치지 않는 음지는 얼음이 그대로 얼어 있고 춥다. 몸이 으스스하게 떨려 아스피린을 3알 먹었다. 쇼마레를 통과했다. 오른쪽으로 아마다블람이 계속 보인다. 'Welcome to Chejungma'라는 글씨가 롯지 지붕 아래 벽에 적혀 있다. 

 ▲ 작은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 대원들 [08:10]

 ▲ 팡보체 사원과 팡보체 초등학교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 [08:24]

 ▲ 설산 아래 오른쪽으로 팡보체 롯지가 보인다 [08:24]

 ▲ 고도가 높아 온도가 낮은 탓에 길에 얼음이 얼어 있다 [08:51]

 ▲ 계곡 오른쪽에 솟아 있는 아마다블람 [09:00]

 ▲ 쇼마레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09:09]

 ▲ 산악가이드 라주의 멋진 모습 [09:16]

 ▲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09:33]

 ▲ 앞으로 가야할 길을 바라보며 [09:33]

 ▲ Chejungma에 있는 롯지 [09:37]

 

09:48

      사방으로 설산이 보이는 곳에서 휴식. 산이 높아지다 보니 주변에 큰 나무들은 없고 관목만 보인다.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이니 수목한계선을 넘은 모양이다. 황량한 산등성이에 트레킹 루트가 계속 나 있다. 오른쪽으로 아마다블람이 가깝게 보이는데, 그 아래로 U자를 거꾸로 엎어 놓은 형태의 산사태 흔적이 보인다. 나무가 없다 보니 여러 군데서 산사태가 난 흔적을 볼 수 있다.

 ▲ 트레킹 루트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그림같은 롯지 [09:48] 

 ▲ 황량한 트레킹 루트 위로 설산이 보인다 [09:49]

 ▲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은 놓은 계단식 밭 [10:06]

 ▲ 눕체와 로체가 이어지는 능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다 [10:15]

 ▲ 파란 하늘에 좋은 대조를 이루고있는 하얀 설산 [10:29]

 ▲ 아마다블람 아래로 산사태가 난 흔적이 역력하다 [10:37]

 ▲ 돌담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설산능선 [10:48]

 ▲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청소년 탐사대원들 [10:48]

 

11:12

      휴식을 취했다. 힘이 드니 자주 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돌탑처럼 잔돌을 쌓아 초르텐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이윽고 멀리 언덕 왼쪽으로 페리체 마을의 롯지들이 보였다. 강물이 흐르는 계곡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강물이 불어나면 침수를 당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계곡 물 위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언덕을 내려가니 페리체 마을이다. 

 ▲ 우리나라의 돌탑처럼 돌이 쌓여 있는 곳 뒤로 눕체와 로체 설벽이 보인다 [11:12] 

 ▲ 언덕 아래 멀리 보이는 페리체 마을 롯지들 [11:18]

 ▲ 페리체 마을이 있는 계곡 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설산 [11:18]

 ▲ 페리체 마을로 갈 때 건너야 하는 다리 [11:33]

 ▲ 다리를 건너 페리체 마을로 내려가는 대원들 [11:33]

 ▲ 계곡에 흐르는 물이 군데군데 얼어 있다 [11:34]

 ▲ 페리체 마을은 강 오른쪽 계곡에 있다 [11:42]

 

11:53

      해발 4240m의 페리체에 있는 Everest Pumolie Pheriche 롯지에 도착. 페리체 마을은 꽤 넓은 계곡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카레가 점심으로 나왔는데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지만 3분의 2 정도 억지로 먹었다. 방에 들어오니 최창원 선배가 영양제라면서 스쿠알렌 비슷한 것을 주신다. 고맙다. 하나 받아 먹고 먹고 침낭에 들어가 누웠다. 최창원 선배는 오후에 다른 몇 명과 4500m 정도 되는 뒷산을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나가셨다. 대단하신 분이다.

 ▲ 하루를 묵은 페리체의 롯지 건물 모습

 

17:40

      저녁식사로 김칫국과 잡채가 나왔는데 속이 괜찮아 다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소증세 탓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잠시 누워 있다가 따뜻한 물을 가지러 롯지 홀에 나가보니 대원들 사이에 포카판이 벌어졌다. 옆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롯지의 태양열 에너지가 다 소멸되었는지 서서히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취침. 별로 춥지는 않은데 평소에 꿈을 꾸지 않는 내가 계속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내용의 꿈을 계속 반복해서 꾸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가?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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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7일

 

일시: 2009년 1월 10일 토요일

◈ 코스: 데보체 → 밀링고 → 팡보체 

 

  

06:20

      기상.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다시 비아그라를 한 알 먹었다. 그런데 이 놈의 비아그라는 가짜인지 영 효력이 없다. 짐을 꾸린 다음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해가 비치지 않은 언덕 위에서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반겨준다. 늘 그러하듯이, 아침 운동을 하고 화이팅을 외치며서 오늘 하루의 트레킹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바로 이웃에 있는 팡보체의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에 트레킹 거리가 짧아 2시간 정도만 걸으면 된다.

 ▲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아침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07:55]

 ▲ 팡보체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07:55]

 ▲ 트레킹 전 준비운동은 필수적인 하루 일과 중 하나다 [07:58]

 ▲ 안전산행을 다짐하는 탐사대원들의 화이팅 [08:02]

 

08:05

      팡보체를 향해 트레킹 시작. 경사가 별로 없는 걷기에 좋은 길이다.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정면으로 번갈아 보인다. 루크라에 도착한 이후로 날씨는 계속 좋다. 오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계속 되다가, 오후가 되면 조금 구름이 끼는 그런 날씨의 연속이다. 날씨는 트레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탐사대원들은 히말랴야 신이 도와주는 모양이다. 그래나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춥다. 워낙 고산지대라 보니 기본적으로 기온이 낮은 것이다. 그래도 해만 나면 따뜻하다.

 ▲ 팡보체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대원들 [08:38]

 ▲ 명암의 대비가 분명한 뒷편으로 로체가 보인다 [08:40]

 ▲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08:46]

 

08:51

      튼튼하게 새로 놓은 철다리를 건넜다. 철다리 아래로 예전에 놓여 있던 출렁다리가 보인다. 장정모 사장이 이 다리에서 유명한 셀파가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8천 미터급을 자주 오르는 유명한 셀파들은 고소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혈액의 상태가 변하고, 따라서 정신적 질환을 많이 앓아 불행하게 인생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 정상적인 상태의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니겠는가? 환경이 바뀌면 적응을 하는데 그 만큼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내가 겪고 있는 고소증세도 그러한 고통 중의 하나일 것이다. 팡보체 마을에 가까워지자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한꺼번에 잘 보였다.

 ▲ 새로 놓은 철다리를 건너고 있는 대원들 [08:51] 

 ▲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정동벽 부단장과 함께 [09:00]

 ▲ 멀리 뒷쪽으로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09:01]

 ▲ 편편한 바위는 모두 마니석으로 변해 '옴마니 반메흠'을 품고 있다 [09:02]

 ▲ 세계 3대 미봉에 속하는 아마다블람 [09:21]

 ▲ 초르텐 뒤로 꽁데피크가 보인다 [09:26]

 ▲ 산허리를 따라 길이 나 있고 롯지도 보인다 [09:40]

 ▲ 로체와 아마다블람이 잘 보이는 팡보체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09:48]

 

10:07

      해발 3930m의 팡보체에 있는 히말라얀 롯지에 도착. 고지라서 그런지 무척 춥다. 해가 비치는 곳은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이 불어 춥다. 1호실을 배정받고 우모복을 꺼내 입었다. 으슬으슬 춥다. 졸리다. 머리가 아프다. 고소증세가 복합적으로 밀려오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이런 상태로 과연 칼라 파타르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 팡보체의 히말랴얀 롯지 건물 [10:07]

 ▲ 히말라얀 롯지 안내판 [10:08]

 ▲ 오늘의 숙박지인 팡보체의 히말라얀 롯지 건물 [10:20]

 

12:00

      점심은 볶음밥이었다. 대충 점심을 먹고 12시 30분에 방에 들어와 짐정리를 한 다음 침낭 속에 누웠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파 아스피린을 찾았으나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몸이 떨리고 머리가 아파서 다시 짐을 샅샅이 뒤져 아스피린을 찾아 350mg 짜리 3개를 먹었다. 학교 방문 행사에 참가해야 하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냥 침낭 속에 누워 쉬었다. 심호흡을 하고 물을 마시니 머리가 조금 맑아지고 속도 편해졌다. 아스피린 탓인지 열도 내렸다. 학교 방문 행사는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4시가 되자 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원들의 소리가 들린다. 무사히 잘 마친 모양이다. 아래에 나오는 학교 방문 행사 사진은 박종익 부대장이 찍은 것은 올린 것이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로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로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운동장에 모여 있는 대원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에서의 방문 기념행사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에서의 방문 기념행사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의 오락과 게임: 아마다블람이 내려다 보고 있다 

 ▲ 팡보체에 있는 오지학교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

  

18:00

      저녁식사는 배추를 넣은 된장국이었는데 밥맛이 있는 것을 보니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 같기도 하다. 롯지 아래층 주방에서 네팔 고추 볶는 냄새가 마루 틈새를 타고 올라오는데 무지하게 맵다. 네팔에서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네팔 고추를 빻아서 눈에 바른다나.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늘에 쟁반만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오늘이 보름인가? 저 달이 다 닳아 없어질 때 쯤 집에 돌아가겠지.

 

      동네 인근 주민들이 롯지 홀에 모여 셀파족의 전통춤을 보여 주는 행사가 열렸다. 지역 주민들과의 어울림 마당이 벌어진 것이다. 남녀가 등 뒤로 손을 잡고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가 한 번 끝나면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같은 창을 마신다. 가락은 간단하지만 가사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탐사대원들도 함께 어울려 춤을 추었다. 아리랑, 레삼 삐리리로 막을 내린 시간은 8시 30분 경. 대장이 건네 준 회원들의 격려금은 학교 뒤에 있는 사원에 부처님을 모시는데 보태겠다고 동네 이장이 발표를 한다. 부러울 정도로 신앙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 롯지 홀에서 지역 주민들이 셀파족의 전통춤을 추고 있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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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트레킹 제6일

 

일시: 2009년 1월 9일 금요일

◈ 코스: 남체바자르 → 컁주마 → 사나사 → 푼기탠가 → 텡보체 → 데보체 

  

  

05:30

      잠에서 깨어 일어나 카고백을 꾸렸다. 오늘은 데보체(Doboche)로 가는 날이기 때문에 짐을 옮겨야 한다. 바람은 조금 불지만 일단 날씨는 좋다. 유리창에 두껍게 얼어 붙은 성애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밤 사이에 나온 우리 입김이 얼어 붙은 것이다. 위를 보니 천장에도 온통 성애다. 대단하다. 7시 10분에 무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트레킹을 출발하기 전 롯지 옆에 있는 공터에서 준비 운동을 한 다음 파이팅을 외치며 오늘 하루의 안전산행을 다짐했다.

 

08:10

      롯지 출발. 어제 김 대장이 말한 대로 내가 선두를 섰다. 샹보체 올라갈 때 간 길로 올라가 초르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텡보체로 가게 된다. 사실 남체에서 텡보체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어제 올랐던 샹보체와 쿰중을 거치지 않고, 오른쪽의 산허리를 가로질러 난 길을 따라 가기로 했다. 길 오른쪽으로 Dudh Koshi가 흘러가는 계곡이 보이고, 남체를 오르기 전에 건넜던 Larja Bridge도 멀리 보인다. 오른쪽 하늘에는 탐세르쿠가 계속 보인다.

 

      8시 51분, 멀리 산허리를 가로 지른 길 위에 하얀 초르텐이 하나 보였다. 그 뒤로 히말라야의 설릉이 전개되는데, 눕체와 로체, 로체샤르로 이어지는 능선 뒤로 에베레스트 암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아마다블람 보인다. 멋있다. 아름답다. 사람들이 힘들여 트레킹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저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다. 뒤를 돌아보니 남체 뒤의 꽁데가 보이는데 멀리서보니 그 역시 아름답다. 자연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 히말라얀 롯지에서 바라본 꽁데의 모습 [07:58]

 ▲ 운행전 정동벽 부단장님이 격려의 말씀을 하고 있다 [08:03]

 ▲ 롯지 오른쪽으로 나 있는 돌계단길을 올라오고 있는 대원들 [08:20]

 ▲ 일사불란하게 걷고 있는 대원들 뒤로 꽁데가 보인다 [08:47]

 ▲ Dudh Koshi 강이 흐르는 계곡: 멀리 Larja Bridge가 보인다 [08:50]

 ▲ 산허리를 가로 지른 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08:50]

 ▲ 눕체와 로체 뒤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 [08:51]

 ▲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으로 [08:53]

 ▲ 줄을 지어 올라오고 있는 대원들 [09:07]

 ▲ 초르텐 뒤로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이 보인다 [09:11]

 ▲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가로지른 산행로 위로 꽁데가 웅장하게 솟아 있다 [09:19]

 

09:22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람이 잘 보이는 초르텐에서 휴식.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셀파 텐징 노르계와 다른 셀파들을 위해서 세운 초르텐으로,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인 2003년에 세웠다고 적혀 있다. 휴식을 마친 후 산허리를 가로 지른 길을 따라 다시 우리의 트레킹은 계속 되었다. 해발 3550m의 컁주마(Kyangjuma)를 지났다. 길 오른쪽은 두드 코시 강이 흐르는 계곡으로의 낭떠러지라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특히 야크 떼가 올 때에는 반드시 산쪽으로 붙어야 한다.

 ▲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셀파 텐징 노르계(Tenzing Norgye) 기념 스투파(초르텐) [09:25]

 ▲ 초르텐을 출발 다시 트레킹 시작 [09:42]

 ▲ 야크가 올라오나, 모두 산쪽으로 피했네 [09:48]

 ▲ 걸어온 길 끝에 초르텐이 보이고 그 위로 꽁데가 하늘금을 긋고 있다 [09:53]

 ▲ 앞으로 가야할 길 끝에 아마다블람이 머리를 내밀었다 [10:09]

 ▲ 히밀라야의 설산들: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 [10:21]

 ▲ 이곳에서는 운송수단으로 야크가 주로 사용된다 [10:37]

 ▲ 아주 잘 생긴 우리 탐사대의 산악가이드 라주 [10:39]

 ▲ 우리 대원들의 짐을 운반하는 야크들의 행렬 [10:45]

 ▲ 로체와 아마다블람 [10:55]

 

11:03

      사나사(Sanasa)에 도착. 이곳은 쿰중(Khumjung)으로 가는 길과 고쿄(Gokyo)로 가는 길, 텡보체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남체에서 쿰중을 경유해서 이곳으로 올 수도 있다. 길 오른쪽으로는 두드 코시 강이 흐르는 협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푼기탠가는 해발이 3250m이기 때문에 300m 정도를 내려가야 한다. 구상나무와 소나무 숲 사이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길 옆 나무에는 기생식물인지 이끼류 비슷한 것들이 잔뜩 붙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두드 코시 강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 사나사(Sanasa)에 있는 이정표 [11:03]

 ▲ 길 오른쪽은 두드 코시 강이 흐르는 협곡으로 낭떠러지다 [11:16]

 ▲ 세계 3대 미봉 중의 하나인 아마다블람이 머리를 내밀었다 [11:20]

 ▲ 푼기탠가로 내려오고 있는 청소년 대원들 [11:45]

 ▲ 푼기탠가로 내려오고 있는 대원들 [11:47]

 ▲ 길 옆 나무에 기생식물인지 이끼류가 잔뜩 자라고 있다 [11:49]

 ▲ 푼기탠가의 두드 코시 강에 놓여 있는 다리 [11:58]

 

12:11

      커다란 구상나무가 있는 푼기탠가의 한 롯지 마당에서 라면, 밥, 감자로 점심을 먹었다. 그 중에서 라면 맛은 일품이었다. 남체에서 텡보체까지 가는 경우 이 푼기탠가에 이르면 대충 점심 시간이 되고, 또 이 롯지가 마지막 롯지이면서 자리가 명당이라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 푼기탠가에서 점심을 먹은 롯지 전경 [12:11]

 ▲ 스탭들이 대원들에게 줄 차를 준비하고 있다 [12:12]

 ▲ 점심을 기다리는 대원들 [12:23]

 ▲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13:08]

 

13:15

      푼기탠가 출발. 푼기탠가에서 텡보체로 오르는 길 힘이 든다. 해발 고도 600m 정도를 올려야 한다. 서울에서 왔다는 선생님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다. 정면으로 날카로운 암봉과 설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에 좋다. 저런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걷는다. 뒤를 돌아보니 두드 코시 강이 흐르는 협곡이 아득하고 하늘에는 꽁데가 희미하게 걸려 있다. 그 또한 아름답다.

 ▲ 푼기탠가에서 텡보체를 향해 오르고 있는 대원들 [13:29]

 ▲ 아름다운 암봉과 설봉이 보인다 [13:50]

 ▲ 트레킹에는 인내심이 가장 필요하다 [13:51]

 ▲ 열을 지어 올라오고 있는 대원들 [13:52]

 ▲ 남체를 바라본 모습: 꽁데가 흐릿하게 보인다 [13:52]

 

14:04

      휴식을 취했다. 고소에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자주 쉬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금발의 잘 생긴 남자 아이가 몸집이 큰 아버지와 함께 올라가고 있다. 그리스가 국적인 그 아이는 13살인데 아버지가 극기심을 기르기 위해 데려온 모양이다. 대견하다. 아버지도 대단하다.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낸다면 일상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텡보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 만은.....

 ▲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14:04]

 ▲ 아름다운 설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14:04]

 ▲ 설봉은 점점 가까워지고 14:27]

 ▲ 텡보체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14:29]

 ▲ 완전한 자태를 드러낸 설봉 [14:50]

 ▲ 아버지와 함께 트레킹을 온 13세의 그리스 소년 [14:56]

 ▲ 탐사대원들의 휴식: 자주 쉬는 것이 좋다 [15:14]

 

15:30

      해발 3860m의 텡보체(Tengboche)에 도착. 이 지방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곰파가 있는 곳이다. 텡보체에서는 전망이 좋아 눕체, 에베레스트, 로체와 아마다블람을 모두 볼 수 있다. 룽다가 가로 지른 코발트색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설산들은 그림엽서나 달력에 나옴직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저렇게 멋있는 광경을 보았는데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곰파로 들어가니 스님이 문을 열어준다. 곰파 안에 주의사항을 적은 안내문이 걸려 있는데 맨 마지막 내용이 이채롭다. Not To Kiss Please.(제발 키스를 하지 마세요.) 곰파 안에서도 키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구경을 마치고 100루피를 헌금함에 넣었다. 이름은 다르더라도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하나가 아닌가? 단체사진을 찍고 숙박지인 데보체로 향했다. 경사가 조금 급한 내리막길인데 건기라 가물어서 그런지 온통 먼지투성이다. 

 ▲ 텡보체로 들어가는 입구의 게이트 [15:30]

 ▲ 텡보체에 있는 롯지 [15:31]

 ▲ 텡보체에 있는 초르텐과 설산 [15:37]

 ▲ 히말라야의 설산을 룽다가 가로지르고 있다 [15:37]

 ▲ 텡보체에서 최창원 선배님 [15:39]

 ▲ 텡보체에서 에베레스트, 로체,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15:40]

 ▲ 텡보체에 있는 사원의 게이트 [15:44]

 ▲ 텡보체 사원 안에 있는 주의사항 안내문 [15:50]

 ▲ 텡보체에 있는 베이커리 건물 [15:59]

 ▲ 텡보체에서 데보체로 내려가는 길은 온통 먼지 투성이다 [16:15]

 

16:26

      해발 3820m의 데보체(Deboche)에 있는 롯지에 도착. 새로 지은 것이라 매우 깨끗하다. 찌아를 한 잔 먹고 117호 방을 배정받았다. 방에 들어가보니 나무벽인데 벽지를 발랐다. 잠시 시간이 있어 최창원 선배님 방에서 조형진교수 부부와 함께 산삼주와 매실주를 먹었는데, 나는 술이 받지 않아 산삼주만 한 잔 마셨다. 조형진 교수와 최창원 선배, 두 분 다 대단한 분들이다.

 ▲ 데보체에서 하루를 묵은 리벤델 롯지(Rivendell Rodge) [16:26]

 ▲ 리벤델 롯지 모습 [16:28]

 

18: 30

      꽁치국으로 저녁을 먹었다. 새로 지은 롯지라 아직 불이 없다. 그래도 꽤 현대식 롯지다. 낮에 만났던 그리스 부자를 이 롯지에서 다시 만났다. 저녁을 먹고 나서 학교에 가서 부를 노래 연습을 했다. 스탭들이 흥이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8시에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이층에서는 계속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술을 한 잔 먹은 것이 안 좋은가? 오늘 선두에서 너무 힘을 썼나? 머리는 계속 아프고 보통 문제가 아니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메모 :

에베레스트 트레킹 제5일

 

일시: 2009년 1월 8일 목요일

◈ 코스: 남체바자르 → 샹보체 → 남체바자르  

 

 

06:20

      잠에서 깨어 일어나 차를 한 잔 마셨다. 두통 기운이 있어 비아그라를 또 한 알 먹었다. 비아그라가 고소에 효과가 있다는데 나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가짜인가? 롯지 방 창문에 온통 성애가 끼었다. 밤 사이 호흡을 통해 입에서 나온 수증기가 얼어 붙은 것이다.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왼쪽으로 꽁데의 멋진 암봉이 보인다. 꽁데는 셀파들만의 힘으로 오른 최초의 산이다. 오늘은 고소 적응을 하기 위해 해발 3440m의 이 남체 바자르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남체는 셀파족의 대표적인 산악마을로 토요일마다 장이 서는데, 남체 뒤에 붙은 바자르(Bazar)라는 명칭은 '시장'을 의미한다.

 ▲ 롯지 룸에서 창을 통해 내다본 꽁데에 아침 해가 비치고 있다 [06:59]

 ▲ 롯지 룸에서 내다본 맞은 편의 롯지들 [06:59]

 ▲ 해가 완전히 든 꽁데의 암봉들 [07:25]

 

09:00

      고소적응도 할 겸 남체 마을 바로 뒤에 있는 봉우리인 샹보체를 다녀오기로 했다. 해발이 3720m로 남체보다 300m 정도가 더 높은 곳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느즈막히 9시에 출발했다. 희말랴얀 롯지 오른쪽으로 샹보체로 오르는 돌계단길이 나 있는데, 길 오른쪽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붙어 있다: Altitudes Kill. Go Slowly. Avoid Altitude Sickness.(고도가 사람을 죽게 한다. 천천히 걸어라. 고소병에 걸리지 않게 하라.) 옳은 말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사람마다 적응력도 다르다.

 

      샹보체를 향해서 오르는 길에서는 꽁데와 탐세르쿠가 잘 보였다. 그런데 오르막 경사는 장난이 아니다. 고도가 높다 보니 숨이 턱턱 막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티 하나 없이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이 탐세르쿠 쪽으로 떠간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체 마을의 롯지들이 말발굽 형태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걷는데 힘은 들지만 이런 아름다운 주변 경치가 다리에 힘을 실어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개 한 마리가 우리와 동행을 한다. 티벳 개들은 자태가 늠름하다.

 ▲ 롯지 오른쪽으로 난 계단길을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09:06]

 ▲ 남체의 롯지는 크고 깨끗한 편이다 [09:07]

 ▲ Yeti Mountain Home chian resorts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대원들 [09:15]

 ▲ 샹보체로 오르는 길을 걷고 있는 대원들 [09:30]

 ▲ 대원들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다 [09:30]

 ▲ 탐세르쿠 왼쪽 하늘에 구름이 날고 있다 [09:32]

 ▲ 샹보체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한 편이다 [09:32]

 ▲ 샹보체를 오르는 도중 내려다본 남체 마을 [09:43]

 ▲ 휴식 후 다시 샹보체를 향해서 [09:47] 

 ▲ 거의 정상부에 오른 대원들 [09:50]

 ▲ 샹보체 정상을 위하여 마지막 힘을 [09:58]

 

10:03

      해발 3720m의 샹보체에 올랐다. 꽤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사방으로의 전망이 좋아 볼거리가 많다. 일단 우리 팀은 이곳에서 하산을 하기로 했는데 대원 6명은 더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 앞에 보이는 언덕에 있는 롯지로 올라갔다. 대단한 분들이다. 평지를 따라 왼쪽으로 걸어가니 지금은 폐쇄가 된 샹보체 비행장의 비포장 활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활주로를 가로질러 능선 길을 계속 가면 에베레스트 뷰 호텔(Everest View Hotel)이 나온다.


      이 호텔은 일본인이 경영하는데 쿰부지역 내에서는 가장 시설이 좋은 호텔이다. 비수기에는 비어있으나 성수기에는 여행사의 프로그램에 포함된 단체 손님으로 꽉 차기도 한다. 주로 일본인 트래커들이다. 별 4개 등급의 호텔인데 비상시를 위한 산소봄베가 준비되어 있다. 요금은 하루에 미화 약 200 달러 정도이다. 만약 문이 열려있다면 이 호텔의 테라스에서 티 한 잔을 하며 에베레스트의 파노라마를 즐기면 좋다. 

 ▲ 샹보체에 오른 대원들: 개는 어디서 나타났지?

 ▲ 이름을 알 수 없는 눈 덮인 암봉의 꼭대기가 보인다 [10:16]

 ▲ 샹보체 평원을 걷고 있는 대원들 [10:19]

 ▲ 샹보체에서 꽁데를 배경으로 김영식 대장과 함께 [10:27]

 ▲ 샹보체에서 바라본 루크라 쪽 하늘 [10:29]

 ▲ 샹보체에서 꽁데를 배경으로 최창원 선배와 함께 [10:30]

 ▲ 샹보체에서 바라본 탐세르쿠 [10:33]

 ▲ 샹보체 언덕에 있는 롯지가 보인다 [10:36]

 ▲ 예전에 활주로가 있었던 샹보체 비행장 [10:43]

 

10:55

      샹보체에서 다시 남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꽁데 바위 봉우리 옆으로 롯지가 보인다. 저기는 어떻게 올라가나? 어떤 사람들이 저 롯지에 머무는 걸까? 말발굽 모양의 남체가 다시 눈 아래로 보인다.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는 히말라야 등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남체는 세르파족의 가장 큰 마을이자 쿰부지역의 행정중심지요, 쿰부지역의 대표적 트레킹 루트인 에베레스트와 고쿄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에베레스트, 로체, 로체샤르, 푸모리, 아마다블람, 아일랜드 피크, 촐라체, 초오유, 고줌바캉, 갸충캉 등 수 없이 많은 산들이 쿰부지역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런 곳을 가기 위해서는 이곳 남체를 반드시 통과하여야 한다.

 ▲ 샹보체 하산길에서 바라본 탐세르쿠 [10:58]

 ▲ 샹보체에서 하산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대원들: 왼쪽으로 꽁데가 보인다 [11:08]

 ▲ 하산길에 내려다본 남체 바자르의 롯지들 [11:22]

 ▲ 하산길에 바라본 탐세르쿠와 설봉들 [11:22]

 

11:52

      롯지에 도착해서 비빔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맛이 좋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원들 중에서 원영미 팀장의 고소증세가 어제부터 심각했는데, 결국 김종민 대원과 함께 오후에 루크라로 돌아가고 말았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에서는 이 남체에서의 고소적응이 첫 번째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남체에는 현재 수많은 롯지와 경찰서, 우체국, 보건소 등이 있다. 과거에 주로 세르파의 거주지였던 집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롯지들을 많이 지었다. 우체국과 롯지에서는 국제전화와 팩스도 가능하다. 물론 인터넷 통신도 가능하다. 롯지의 식당 이외에 빵집과 술을 포함한 각종 음료수를 파는 가게도 있다. 세탁 서비스가 가능한 롯지도 여러 곳 있다.

 ▲ 다시 돌아온 히말랴얀 롯지: 홀에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13:02

      밖에 바람이 많이 분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에 들어와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안 오고 애절한 까마귀 울음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무슨 까마귀가 저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은 그냥 내버려두어도 서로 잘 어울린다. 침대에서 뒤척거리다가 4시쯤 홀에 내려오니 대원들이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럭시원정대팀, 포카팀, 대화팀 등. 롯지 홀에서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요금은 1분에 150루피였는데 200루피를 지불했다. 배터리 충전도 했는데 200루피를 지불했다. 시간 당 요금은 90루피.

 

18:35

      짜장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미팅이 있었다. 우리 탐사대가 운행을 할 때 선두와 후미의 거리 차이가 너무 심해서 대열을 일사불란하게 운행할 필요가 있다는 김 대장의 전달사항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일은 나보고 선두를 맡으라고 공표를 했다. 컨디션도 별로 안 좋은데 선두가 가능할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오지학교를 방문해서 부를 '설악가, 레쌈 삐리리, 아리랑'의 노래 연습이 있었다. 가수 신현대 씨가 다른 노래를 3곡이나 불러주었다. 들을 때마다 애절하면서도 감미롭다. 방으로 돌아와 양말 갈아 신고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출처 : Where There Is A Mountain
글쓴이 : 이효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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