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기는 아인슈타인의 작품?
생활 속에서 만나는 아인슈타인
2007년 03월 13일 | 글 | 편집부ㆍ |
 
GPS에 이용된 상대성이론

차량항법장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것이다. 이 시스템에 이용되는 GPS 인공위성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이용된다. GPS 정보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24개의 GPS위성이 알려준다. 위성 안에는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시계가 있는데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이 시계가 지구 위에 있는 시계와 정확히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위성이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문제다.

위성은 시속 1만4000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위성은 다르다. 미국 워싱턴대 클리포드 윌 교수에 따르면 위성에서는 하루에 7밀리초(1ms=1000분의 1초)씩 시간이 느려진다.

더 큰 문제는 중력이다. 위성은 지표면에서 2만km 높이에 있기 때문에 중력이 표면의 1/4에 불과하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가므로 - 실제로는 외부 관찰자가 볼 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인다 - 이번에는 위성 시계가 지표면보다 더 빨리 가서 하루에 45ms나 더 빨라진다. 2가지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위성에 있는 원자시계는 지표면보다 38ms나 빨리 가게 된다.

따라서 GPS 위성은 매일매일 이 정도의 오차를 보정해야 지구 위에 있는 시계와 똑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상생활과는 상관없을 듯한 상대성이론이 사실은 매우 가까이 있는 셈이다.

광전 효과 이용한 디지털 카메라

아인슈타인은 빛을 받은 금속판이 전하를 튕겨내는 ‘광전효과’를 발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원리는 디지털 카메라에 이용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 효과’를 발견해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광전 효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광전 효과는 빛 알갱이 즉 광자가 금속판을 때리면 전자가 튕겨 나가는 현상이다. 디지털 카메라 안에는 전하결합소자(CCD)라는 부품이 들어 있다. 이 부품은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종의 광(光)센서다. CCD는 네모난 판처럼 되어 있고, 그 위에 수많은 광센서가 화소 수만큼 붙어 있다. 400만 화소라면 400만 개의 광센서가 CCD에 붙어 있다.

각각의 광센서 앞에는 컬러 필터가 붙어 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녹색, 파랑 필터다. 빨강 필터는 빨간 색 빛만 통과시키고, 이 빛이 광센서에 전달된다. 이때 광센서가 빛 알갱이를 전자로, 즉 전기 신호로 바꾼다. CCD에서는 광센서가 보낸 모든 전기 신호를 모아 사진 파일을 만든다.

음주측정기에도 광전 효과가 숨어 있다. 음주측정기에는 알코올과 만나면 푸른 가스가 되는 특별한 가스가 들어있다. 푸른 가스는 빛을 비출 때 더 높은 에너지의 전자를 내보낸다. 이 신호를 감지해 운전자가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만일 연말연시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면 한번쯤 아인슈타인이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레이저의 아버지

홀로그래피 영상을 이용한 연극 장면. 홀로그래피는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레이저 원리를 이용해 개발됐다.
CD에 담긴 음악을 재생해주는 레이저가 아인슈타인의 작품이다. 레이저는 할인점에서 바코드를 읽을 때뿐만 아니라 DVD플레이어 등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 들이는 곳에서 널리 쓰인다. 광통신과 홀로그래피도 레이저를 이용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듬해인 1917년 ‘방사(Radiation)의 양자역학 이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광자가 높은 에너지의 원자를 자극하면 원자는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내놓아 광자는 결국 2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으로, 이 이론은 1924년 실험으로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 빛을 엄청나게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레이저의 원리다.

1971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를 이용한 홀로그래피의 발명에 돌아간다. 홀로그래피도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홀로그래피는 입체영상이라 위조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용카드에 쓰인다. 비자카드는 새 그림, 마스터스카드는 세계지도 그림이 홀로그래피로 새겨져 있다.

E=mc2을 이용한 원자력발전

한국에서 쓰이는 전기의 약 40%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원자력발전은 아인슈타인이 만든 공식 바로 ‘E=mc2’을 이용한 것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핵분열을 해서 물질이 분해되면 질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질량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세계2차대전 도중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핵분열을 이용해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으며 독일보다 미국이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쟁은 미국이 원자폭탄을 일본에 떨어뜨리면서 끝났다. 광복절이 8월 15일로 정해진 것도 아인슈타인의 영향이랄까.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도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이용한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원자 4개를 융합해 헬륨 원자 1개를 만들면서 사라진 질량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수소폭탄이 바로 핵융합을 이용한 핵폭탄이다.

핵융합 발전은 원자력발전과 달리 해로운 방사능이 만들어지지 않고 연료도 무한하지만 1억℃의 높은 온도가 필요해 아직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이 바로 자연에 존재하는 핵융합 발전소다. 만일 핵융합 발전이 성공하면 아인슈타인의 영향력은 인류가 문명을 마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김상연의 ‘디지털 카메라에 숨어 있는 아인슈타인’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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