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과 없고, 동해에 물고기 없다?
한반도를 뒤흔드는 지구 온난화
2007년 02월 27일 | 글 | 편집부ㆍ |
 
대구에는 사과가 없다

‘사과는 대구 사과지예~.’ 이제 이 말도 듣기 어렵게 됐다. 사과 산지의 본고장이었던 대구는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대구보다 북쪽에 있는 충주나 원주가 새로운 사과 산지로 떠올랐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서형호 박사는 “사과의 경우 수확기 때 12℃ 정도의 서늘한 기후가 유지돼야 착색이 잘 된다”며 “수확기인 가을, 겨울철 온도가 상승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재배지가 북상했다”고 설명했다.

과실의 품질은 일차적으로 유전적인 요인과 재배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나머지가 기후다. 기후는 과실의 착색 시기를 앞당기거나 당도를 높이는 등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 장마가 길면 수분 함량이 높고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 복숭아가 덜 달다. 사과처럼 착색이 중요한 경우에는 기온이 올라가면 착색이 불리해진다. 때깔 좋은 붉은색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붉은색을 띠게 되는 것.

서형호 박사는 “도시화의 영향으로 경작지가 없어진 것이 큰 이유지만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과의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기온이 낮은 곳을 찾아 재배지가 북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에 적응한 종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이 사과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

아예 시원한 곳을 찾아 평지를 버리고 산에서 사과를 재배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경북 의성군 인근에는 해발 250~400m 높이에 사과 과수원이 들어서고 있다. 30℃ 이상 고온이 수십일 지속되면 사과는 성장을 멈추고 이 때부터는 옆으로만 뚱뚱해져서 못생긴 사과가 되기 일쑤라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해 150년 뒤엔 물고기 사라진다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서식하는 어류의 종류도 바뀌고 있다. 실제 동해에서 오징어, 멸치, 고등어 3개 어종은 어획량이 50만t 이상으로 연근해 어업생산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명태, 정어리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제주도 해역에서만 볼 수 있던 아열대성 어종인 만새기, 은행게, 노랑가오리류, 붉은 바다거북이, 보라문어류 등이 포항이나 울진, 심지어 주문진에까지 출현하고 있다. 2003년 9월에는 미(未)기록 어종인 무게 300㎏짜리 초대형 가오리 30여 마리가 동해안 양양 근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연구팀 서영상 연구관은 “어류는 수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데 수온이 1도만 바뀌더라도 이는 어류에게 사람의 체온이 섭씨 36.5도에서 1도 올라가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수온뿐 아니라 바닷물의 산소 함유량도 문제다. 2003년 한국환경과학회지에 따르면 1968년에서 2000년까지 33년간 해수면에서 수심 500m까지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가 바닷물 1L당 1000분의 0.46L가 줄었다.

서 연구관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1급수의 동해가 150년 후면 2급수로 전락할 수 있다”며 “현재 방어나 참돔을 양식하기에 적합한 바다가 어류가 피하는 바다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동해의 해양환경과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자 세계 해양학자들의 관심도 동해로 집중되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문우일 교수는 “동해는 대양의 거의 모든 현상이 일어나 학계에서는 ‘작은 대양’으로 불리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이 인공위성에 초단파를 이용한 레이더(SAR)를 탑재해 동해 해류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현경의 '기상이변을 넘었다'기사, 이충환의 '동해 150년 뒤엔 물고기 사라진다'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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