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날다
자연을 모방한 500년 전의 이카루스
2007년 04월 06일 | 글 | 편집부ㆍ |
 
“새는 수학 법칙을 통해 작동하는 기구(器具)이다. 새가 하는 일을 인간이 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있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발명품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행 장치다. 그는 지느러미를 날개삼아 물을 차고 오르는 날치와, 근육의 힘만으로 날개를 움직이는 박쥐를 비행 모델로 삼았다. 그밖에도 잠자리, 파리, 비둘기, 매, 수리 등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날짐승의 비행방식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의 노트는 직접 고안한 ‘오니솝터’(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날던 초기 비행기)를 묘사한 정교한 드로잉으로 채워졌다.

박쥐처럼 훨훨 날고 싶었던 천재

다 빈치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재현한 박쥐 모양 날개.
다 빈치는 박쥐의 날개 형태가 사람의 비행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사람 손을 닮은 물갈퀴 모양의 날개를 고안했다. 판지에 그물을 엮어 날개를 단단하게 만들고, 골조에는 속이 빈 관을 이용했다. 날갯죽지에는 지레가 설치돼 있어, 지레를 움직이면 날개가 펄럭거리도록 만들어졌다. 그는 박쥐 모양의 날개를 단 자신의 비행기를 ‘우첼로(거대한 새)’라고 이름 붙였다.

다 빈치는 날갯짓을 통해서 인간의 몸뚱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고 믿었다. 지렛대를 이용한 비행 날개 실험에서 “200파운드(약 91kg)의 중량을 들어 올리려면 날개 길이가 20m가 돼야 한다”고 적은 기록에서 그의 확신이 엿보인다.

1496년 1월 3일경. 그는 피렌체 근처 체체리 산에서 ‘우첼로’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다 빈치의 비행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실패의 원인은 양력의 원리에 무지했던 탓이었다. 다 빈치는 박쥐가 날아오를 때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날개를 펼쳐 아래로 후려치는 순간 날개 아래에 고여 있던 공기가 아래로 이동한다. 이때 날개를 다시 위로 올리면 순간적으로 날개 밑에 진공 상태가 발생하는데, 비어 있는 곳을 메우기 위해 주변의 공기가 밀려들어오면 그 힘에 의해서 박쥐의 몸통이 둥실 떠오른다.”

그는 날개를 아래로 쳐 공기를 밀어내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날개 위를 지나는 공기 흐름이 아래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보다 빨라서 기압차가 생겨야 위로 뜨는 힘, 즉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인류가 양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비행기를 처음 발명한 것은 무려 400년 후의 일이니 다 빈치의 순진한 오류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실패한 비행, 과학의 시대를 열다

다 빈치는 비행에 실패한 뒤 나선형 날개를 디자인했다.
비행에 실패한 다 빈치는 곧 활강으로 관심을 돌린다. 다 빈치의 설계 중 무동력 활강 글라이더는 인체 동력을 이용한 일체형, 관절형 비행장치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으로 보는 것이 옳다. 또 그는 대안으로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키는 ‘헬리콥터’와 ‘낙하산’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다 빈치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태생의 항공기술자 이고리 시코르스키는 다빈치의 나선형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1930년대에 최초로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비행기와 낙하산 등도 500여 년 뒤에 상용화됐다. 다 빈치의 꿈이 20세기 하늘을 과학으로 수놓은 것이다.

<전승훈의 ‘1496년 다 빈치 비행 실험’, 노성두의 ‘디지털... 노마드... 아이콘 다 빈치’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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