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디지털 흡수하며 미래로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기를 발명하고 후원자 두 사람과 함께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세웠다. 그리고 사무실과 집을 연결하는 전화기 한 쌍을 세트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벨이 만든 전화기의 본체는 길쭉한 나무상자 형태였고, 이 위에 착신을 알리는 황동 종 2개가 붙었으며, 송화기는 두 종 사이에, 수화기는 본체 측면에 귀처럼 걸렸다.

그로부터 130년이 흘렀다. 요즘 휴대전화는 ‘더 작게, 더 얇게’ 진화하고 있다.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이나 타원형 디자인을 벗어나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로본능폰’처럼 가로로 긴 화면이나 독특한 곡선을 가미해 한손에 쏙 잡히는 인간공학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는 두께가 6.9mm인 ‘울트라 슬림폰’에 얼굴선에 꼭 맞게 슬라이드가 휘어지는 '바나나폰'까지 등장했다. 휴대전화 디자인의 끝은 어디일까.

유선전화가 공동의 재산이었다면 휴대전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가 됐다. 유선전화가 가정용, 업무용, 산업용이었다면 요즘 휴대전화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휴대전화 덕분에 물리적인 거리 개념이 사라지고 시공을 초월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개인의 자유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어떤 전자제품보다 휴대전화의 디자인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이 한 몫 했다. ‘시험 사용’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버튼을 아무리 여러 번 잘못 눌러도 모터가 타거나 퓨즈가 녹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 즉 ‘연결하고(Plug) 즐기라(Play)’는 개념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도, 사용설명서를 정독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블랙홀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휴대전화에 꽂아 자신의 건강정보를 병원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특히 최근 휴대전화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GPS 그리고 심지어 혈당 체크 같은 의료진단기까지 웬만한 오디오 비디오 기능은 물론 정보 기록, 저장, 오락 등 컴퓨터 기능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PDA, 게임기, 카메라 등 휴대전화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제품은 하나같이 휴대전화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전화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것은 자유가 부여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몰입할 대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디지털 블랙홀’이 된 것은 통화중이 아닐 때도 빠져들 만한 어떤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그냥 갖고 있는 이는 노인뿐이다.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디지털 콘텐츠가 늘어나고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휴대전화는 일종의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어러블 컴퓨터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영국 레딩대 케빈 워릭 교수가 자신의 몸속에 실리콘 칩을 이식한 것처럼 휴대전화 일부를 신체에 삽입할 수도 있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한 사이보그는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인기몰이를 했던 슬림폰은 얇게 만들어 몸에 착 달라붙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슬림폰이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다면 몸과 하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혹시 우리는 지금 사이보그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채승진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블.랙.홀.’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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