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두뇌 트레이닝 중
단순하게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2007년 04월 17일 | 글 | 편집부ㆍ |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과 처리를 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한다. 1971년 인텔이 최초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개발했을 때 여기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었다. 2000년 개발된 펜티엄4에는 약 4000만개가 들어있었다. 집적도가 무려 1만 7000배 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집적도 증가는 동작 속도와 관계가 있다. 4004는 동작 주파수가 약 0.1MHz(메가헤르쯔)였던 반면 펜티엄4는 3GHz(기가헤르쯔) 이상으로 3만 배 증가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크기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늘어난 덕분에 컴퓨터도 작고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구조도 매우 복잡했다. 메모리가 비싸고 용량에도 제약이 심해 프로그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복잡한 명령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차츰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내리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프로그램의 크기보다 동작 속도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C언어처럼 상위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 프로그래밍이 대중화됐다.

여기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도 개발돼 연산 속도가 동작 주파수의 수배나 되는 것까지 등장했다. 결국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요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얼마나 빠를까? FM 라디오의 최대 주파수는 108MHz다. 동작 주파수가 3GHz인 펜티엄4는 FM 주파수보다 30배 빠르다. 이 속도라면 1초에 열자리 십진수 덧셈을 30억 번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환산하면 빛이 10cm 가는 동안 덧셈을 한번 하는 꼴이다. 최근에 집적도를 늘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보다 더 빨라졌다.

머리는 단순해지고 몸은 더 민첩해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과거 3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앞으로도 성능이 계속 좋아질 것이다. 조만간 10GHz로 동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수십 개의 원자 층으로 이뤄진 수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의 박막과, 머리카락을 1만 개로 쪼갠 두께 정도의 아주 작은 패턴을 가공한다. 가공이 가능한 박막의 두께와 패턴의 크기가 점차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집적하는 방법이다.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집적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산 단위를 늘려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연산에서는 지금의 32비트보다 큰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가 유리하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앞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킨다면 언젠가는 ‘슈퍼 울트라 하이퍼’ 초고속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도처에 깔린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다. 진보는 계속 되는 것이니까.

<박인철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겨라’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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