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으며 남겨준 선물
간빙기 때 서해안 갯벌 형성돼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발이 푹푹 빠지고 옷이고 얼굴이고 진흙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서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 캐나다, 중국, 북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해안 갯벌의 총면적은 2천390㎢로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의 2.4%에 해당한다. 서해 갯벌은 또한 생명체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5대 갯벌 가운데서도 생물 다양성 측면을 고려해볼 때 우리 서해가 단연 돋보인다.

이처럼 좋은 갯벌이 한반도의 서해에 넓게 형성된 까닭은 무엇일까? 서해의 형성 시기는 동해보다 빠르다고 할 수도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서해를 이루는 땅은 동해보다 훨씬 역사가 깊지만 오늘날과 같은 서해바다는 동해보다 늦게 지금의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몸이 푹푹 빠지는 서해안 갯벌
서해 밑바닥의 땅을 파보면 최소한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부터 암석이 나온다. 현재 당시는 바다가 아닌 호수가 있는 육지였다. 이후 서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다만 밝혀진 점은 2천만년 전쯤에도 서해에 바닷물이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해지역은 대체로 평평한 육지였으며 때때로 바다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과 같은 서해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만5천년 전으로, 땅의 역사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당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점점 기후가 따뜻해졌다. 그러면서 넓은 벌판이었던 지역에 태평양의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만도 해수면은 지금보다 1백m 낮았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걸어서 중국으로 오갈 수 있었다. 이후 해수면은 급격히 상승했고 바다는 점점 넓어져갔다.

다양한 갯벌 혼재로 생물 살기 좋아

갯벌은 약 5천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해수면은 오늘날보다 4m 정도 낮았다.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매우 더뎌지면서 갯벌이 형성됐다.

모래 갯벌
갯벌은 펄이나 모래로 이뤄져 있다. 펄과 모래는 육지의 강을 따라 흘러온 퇴적물이다. 따라서 갯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내륙으로부터 퇴적물이 바닷가로 공급돼야 한다. 그런데 이 퇴적물은 바닷물에 의해 물 속으로 쓸려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해수면이 높아지면 물로 쓸려 들어가는 퇴적물의 양은 늘어난다. 더 많은 양의 모래나 펄이 바닷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수면의 상승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5천년 전이 돼서야 갯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해에 왜 이토록 넓은 갯벌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넓은 갯벌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갯벌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나는 바닷가의 습지지역을 말한다. 따라서 넓은 갯벌이 형성되려면 해안가는 넓은 폭으로 바닷물이 잠겼다가 빠져야 한다. 이를 만족하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야하고, 해안가의 경사가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의 독특한 지형적 특성은 바로 이 두조건을 만족시켜준다. 서해는 그 자체가 만이다. 즉 한반도와 중국의 두 육지 사이로 바다가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서해는 대양의 물이 들어오는 입구가 넓은 반면 안쪽은 폭이 좁은 만 구조라서 넓은 입구로 많은 양의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간다. 또한 최대 수심이 90m밖에 안된다. 그래서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3-9m 정도로 크다. 이와 함께 서해안이 경사가 완만하다는 것도 넓은 갯벌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조수간만의 차가 같더라도 해안가의 지형이 완만하면 바닷물이 잠겼다 빠지는 폭이 넓기 때문이다.

갯벌은 쌓여있는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펄갯벌, 모래갯벌, 펄과 모래의 혼합 갯벌로 나뉜다. 다양한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한 해안가에서 이들 다양한 갯벌이 혼재돼 나타나야 한다. 환경이 다양한 만큼 서식하는 생물종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해 갯벌은 같은 지역에서도 다양한 갯벌이 혼재돼서 나타난다. 서해로 유입되는 퇴적물의 양이 여러 형태의 갯벌을 만드는데 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몬순계절풍으로 파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갯벌에 파도가 치면 가벼운 펄이 바다에 뜨게 돼 갯벌에 있는 펄의 양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한 지역에 펄, 모래, 이들의 혼재된 갯벌이 나타나기 쉽다.

<전승수의 ‘간빙기가 베풀어준 천혜의 갯벌’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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