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을 이은 생명의 파노라마
화보로 보는 갯벌 생물들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바닷가에 가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만 눈길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변 곳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색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민물 때는 바다, 썰물이면 육지가 되는 기묘한 땅 갯벌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에 태어난 온갖 생명체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생명의 파노라마를 소개한다.

목도리참갯지렁이
몸통 주위에 옷깃같은 돌기물이 올라와 넓은 목도리를 두른 것 같은 모양이다. 고둥 껍질 속에서 대형 집게류와 공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갯지렁이는 집게의 배설물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집게에게는 더없이 좋은 청소부인 셈이다. 사진은 껍질 밖으로 내민 집게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한 모습.



뿔석회관갯지렁이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몸통을 숨기는 관이다. 몸에서 분비하는 점액과 물 속에 녹아있는 석회 성분을 이용해 탄산석회질 관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관 바깥으로 내민 붉은색의 아가미에는 좌우 10개씩의 아가미줄기가 있는데, 호흡과 먹이 잡는데 쓰인다. 관이 쇠뿔처럼 한쪽 끝이 뾰족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농게수컷
서해안에서는 입구가 넓은 집을 만들고 사는 농게를 흔히 볼 수 있다. 수컷은 몸집에 비해 엄청나게 큰 한쪽 집게다리를 달고 있는데, 마치 바이올린 연주자가 곧 공연을 시작하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농게 암컷은 굴의 주위를 굴뚝모양으로 부풀려 쌓아놓는다. 올려놓은 흙은 ‘나는 암컷’이라는 표시다. 물론 이 외에 갯벌에서 발견되는 절지동물은 수도 없이 많다.



맛조개
대나무 토막 모양의 가늘고 긴 껍질을 가진 맛조개, 이보다 좀 짧고 통통한 가리맛조개와 굵고 큰 대맛조개는 깊이 묻혀 사는 바로 아래에 조롱박 모양의 굴을 만들어 그 속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고 있다.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발을 부풀려 굴 아래쪽으로 발을 뻗어서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이때는 순간적으로 손을 아래쪽으로 약간 내렸다가 재빨리 뽑아 올리면 쉽게 당겨낼 수 있다.



흰갯민숭달팽이
이른 봄부터 여름에 걸쳐 바위에 잘 등장한다. 등에 크고 작은 검은 반점 30여개가 박혀 있고 색체가 선명한 탓에, 헤엄칠 때 리본체조의 리본이 우아하게 파상운동을 펼치는 모습처럼 보인다. 가장자리와 촉수 끝, 그리고 아가미 끝은 오렌지색이고, 바탕 전체는 희고 옅은 보라색이다



꽃고랑따개비
밀물 때는 바위에 가만히 붙어있다 썰물 때면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특히 바위에 물기가 흠뻑 젖은 밤이면 빠른 속도로 이동해 바위에 붙은 해조류를 갉아먹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몸 테두리에 방사형으로 굵은 가시가 돋아있어 국화꽃처럼 보인다.



바다나리류
‘바다의 백합’ ‘바다의 갯고사리’라 불릴만큼 식물과 비슷한 모습이다. 5개의 팔 안쪽 한가운데에 입이 위치한다. 팔에 걸려든 먹이는 입에 있는 5개의 흡판으로 빨아들여진다. 항문은 옆쪽에 있다. 고생대 캄브리아 후기에 크게 번성했다가 대부분 전멸했고, 현재 6백여종만이 남아있어 ‘살아있는 화석생물’이라 불린다. 한국에 많은 종류가 서식하고 있지만, 현재 보고된 종은 깃갯고사리(Comanthus japonica)뿐이다.



별불가사리
바닷가 어느 곳에 가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불가사리다. 모양이 실패처럼 보여 실패불가사리라고도 부른다. 육식성으로, 조개와 고둥, 갯지렁이, 성게류 등 주변에 눈에 띄는 것은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무법자다. 그래서 굴이나 전복 양식장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생물이기도 하다.



보라성게
몸 전체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그 위로 뾰족한 가시들이 솟은 전형적인 성게의 모습이다. 항문이 위치한 아래 부분은 다소 편평하다. 생식 시기가 되면 누런 생식소가 몸 속에 나타나는데, 일본인들이 이를 즐겨 먹기 때문에 많은 보라성게가 일본에 수출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


<백의인의 ‘갯벌과 모래톱의 해안생물’, ‘게의 천국 갯벌’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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