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터, 자연의 정화조
지구 전체 생태계 5% 가치
2007년 05월 23일 | 글 | 편집부ㆍ |
 
갯벌이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에 위치한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한다. 갯벌은 밀물 때는 물 속에 잠기지만 썰물 때는 드러난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벌뿐만 아니라 모래로 된 단단한 모래벌과 자갈로 된 자갈벌도 갯벌에 포함된다.

한동안 갯벌은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간척사업을 통해 갯벌을 메워 새로운 육지를 만드는 일이 대다수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활발히 진행된 까닭이다. 그러나 갯벌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나씩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갯벌은 풍요로운 밭이자 삶의 터전이다
우선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다.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항상 드나들면서 물질을 퇴적하기 때문에 유기물이 많이 존재한다. 유기물은 갯벌이 엄청난 수의 생물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한다.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은 먹이사슬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과 연관된다.

작은 플랑크톤에서 물고기, 조개, 게, 갯지렁이 등이 갯벌에서 사는 대표적인 생물들이다.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철새도 꼭 갯벌에 머문다. 그 까닭도 갯벌이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갯벌은 흔히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린다. 우리 몸 속에서 발생한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처럼 육지에서 발생한 각종 오염물질을 깨끗이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갯벌에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일은 진흙이나 모래 속에서 사는 미생물이 담당한다. 미생물이 오염물질들을 해롭지 않은 물질로 분해하는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갯벌 1천m2는 하수처리장 1개의 처리능력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자연정화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갯벌이 직접 인간에게 주는 혜택도 다양하다. 많은 어민들은 갯벌에 사는 어패류를 채취해 생계를 유지한다. 어패류나 김을 양식하는 경우도 갯벌이 적당하다. 방조제 공사가 진행중인 새만금에는 최근에도 어류가 약 155종, 저서생물이 141종, 규조류가 1cm2당 20만 개체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다.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그동안 서해 갯벌에서 얻어낸 동식물로 호사스런 밥상을 차려왔다.

갯벌은 낚시나 해수욕, 관광을 즐기는 장소로서도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피부에 좋은 갯벌의 천연진흙 덕분에 머드축제가 성대히 펼쳐지기도 한다. 보령의 머드축제는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자연의 순환고리 끊어질 위기 처해

1997년 미국 메릴랜드대 코스탄자 교수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한 갯벌은 전체 생태계의 5%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구의 모든 호수와 강이 지닌 가치와 맞먹는다. 논문에서는 일반 갯벌의 가치를 1ha당 9990달러로, 영양물질의 유입이 풍부한 강 하구에 위치한 갯벌을 2만2832달러로 평가했다. 92달러로 평가된 농경지에 비해 100~250배 정도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새만금의 명물 백합조개
강은 육지에서 배출한 유기물을 거둬 서해로 흘러 드넓은 갯벌에 부려놓는다. 검은 땅 갯벌이 품고 있는 무수한 생명은 이 유기물을 쉴새 없이 먹어치우며 몸집을 불린다. 사람들은 이를 잡아올려 식량으로 삼고 다시 유기물을 배출한다. 이처럼 갯벌은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를 이어주며 사람과 자연 간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이 순환 고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해양생태계의 보고로서 갯벌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그 갯벌이 얼만큼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해안에 위치한 새만금은 그 생사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농경지도 인간의 삶에 중요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얻을 가치가 있는 지는 의문이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은 급격히 후퇴할 수 있다. 육지로부터 공급되는 퇴적물이 많으면 해수면이 상승하더라도 계속 갯벌이 유지될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퇴적물의 양이 적어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을 이루고 있던 모래나 펄이 바다 속으로 잠기고 만다. 지금 같은 수치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100년 후 해안선이 4~8km까지 후퇴할 지도 모른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자연의 콩팥’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이 콩팥은 인공투석이나 장기이식도 불가능하다.

<김홍재의 ‘오염물질 정화하는 자연의 콩팥 갯벌’, 허철희의 ‘새만금 갯벌에 기댄 어민들의 삶기사’ 발췌 및 편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