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우주공간에서 이웃을 만나다
외계행성 탐색 나선 미국과 유럽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태양계 밖 행성을 지구에서 직접 관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행성은 항성과 달리 직접 빛을 내지도 않을뿐더러 작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행성사냥’에 나선 천문학자들은 ‘시선속도 방법’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아빠가 아이의 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주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때 아이는 공중에 붕 떠 아빠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고, 아빠 또한 아이의 무게 때문에 몸이 약간 뒤로 젖혀져 작지만 원운동을 한다. 아이가 무거울수록 아빠의 원운동 반지름은 커질 것이다. 같은 원리로 목성(아이)과 중력으로 연결된 태양(아빠)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태양이 목성의 중력 때문에 초속 12m로 회전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목성 같은 행성이 어떤 별 주위를 공전한다면 그 별은 행성의 질량 때문에 원운동을 하게 되고 지구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할 것이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그 별의 움직임을 측정하면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 않고도 행성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다. 도플러 효과는 관찰자와 빛을 내는 물체의 상대적 운동방향에 따라 진동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 즉 빛을 내는 물체와 가까워지면 파랗게, 멀어지면 붉게 보인다. 이를 이용한 방법을 시선속도 또는 도플러 방법이라고 부른다.

코로트는 우주공간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고 2007년 2월 3일부터 외계행성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선속도 방법에는 큰 약점이 있다. 행성이 가볍거나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중심별의 움직임(속도)이 작아져 관측이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시선속도 방법으로는 지구처럼 작은 행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27일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관측위성 ‘코로트’(COROT)가 주목받는 이유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6개 나라가 개발한 코로트는 지름이 27cm인 망원경을 탑재하고 있으며 지구 크기의 2~3배 되는 작은 외계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코로트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생기는 미세한 밝기 변화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지구형 행성을 찾는다.

이 방법은 일명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한 방법’(transit method)이라 불린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외계행성 9개를 발견했다. 태양계에서도 가끔 이 현상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어 수성이 정확히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 수성은 태양면을 지나가는 검은 점처럼 보인다. 수성의 면적만큼 태양빛이 가려지는데 이를 이용해 수성의 크기와 질량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트가 2년 반 동안 대략 12만개의 별을 감시해 지구보다 약간 큰 외계행성 60~240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그 중 생명체 존재가능영역에 위치한 ‘제2의 지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빛 스펙트럼에서 엽록소 분자 찾는다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TPF)은 가시광선 영역의 코로나그래프(좌)와 적외선 간섭계(우)로 외계행성을 찾을 예정이다
코로트 위성을 발사한 유럽에 선두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지구 크기의 행성까지 발견할 만큼 정밀도가 높은 우주망원경을 여럿 계획하고 있다. 코로트처럼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하는 케플러 망원경은 2008년 말 발사될 예정이다. 그 뒤엔 코로나그래프와 대규모 적외선 간섭계를 조합한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 TPF(Terrestrial Planet Finders)와 가시광선 간섭계를 이용하는 행성탐사위성 SIM(Space Interferometry Mission)이 뒤따른다.

특히 TPF는 고해상도 분광기를 이용해 외계행성의 대기에 있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의 비율을 측정해 생명체가 그곳에 살 수 있는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수증기 스펙트럼이 나타난다면 행성에 액체상태의 물로 이뤄진 바다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오존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면 행성의 대기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한 식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식물과 일부 박테리아는 엽록소를 이용해 빛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수많은 식물의 잎에서 반사된 빛의 스펙트럼에서 엽록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생명체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NASA는 SIM 프로젝트를 2015년으로 연기했고 TPF의 발사 또한 무기한 연기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하고 달에 전진기지를 건설한 뒤 이를 발판삼아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는 계획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대부분의 천문학자가 반대했지만, 달기지 건설이 장기적으로는 득이라는 학자도 있다.

외계행성 탐색과 달기지 건설 중 어떤 임무가 현명한 선택인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류가 이미 지구 밖 우주공간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우주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그 여정의 끝엔 아마도 ‘제2의 지구’가 있을 것이다.

<정무광의 ‘미국과 유럽, 행성탐색전쟁 선포’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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