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렌즈로 행성 겨냥 완료!
우리나라가 이끄는 ‘지구사냥꾼’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천문학자들은 1995년 페가수스자리에서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한 뒤 10여 년 동안 200개가 넘는 행성을 새로 발견했다. 하지만 생명체가 있을 만한 행성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과학자를 주축으로 이뤄진 외계행성탐색 프로젝트 ‘지구사냥꾼’(Earth Hunter)은 우주에 망원경을 띄우지 않고도 지구의 10분의 1정도 질량을 가진 행성을 찾을 수 있다. 지구사냥꾼이 외계행성 탐색에 사용할 돋보기는 ‘미시중력렌즈’(microlensing)다.

중력렌즈 현상을 잘 보여주는 페가수스자리의‘아인슈타인 십자가’. 지구에서 약 80억 광년 떨어져 있는 퀘이사의 빛이 2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지날때 휘어져 4개의 상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큰 천체의 질량은 주변 공간을 휘게 한다. 마치 스펀지 위에 쇠공을 올려놓으면 스펀지 표면이 푹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빛이 은하나 은하단처럼 질량이 큰 천체 주위의 굽은 공간을 지나가면 마치 렌즈를 통과하는 것처럼 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가 그 사이에 놓여있는 질량이 큰 다른 천체 때문에 여러 개로 보이는데, 이를 ‘중력렌즈’ 현상이라고 한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말 그대로 훨씬 세밀한 중력렌즈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의 발견에는 청주대 응용과학부 장경애 교수의 선구적인 연구가 큰 기여를 했다. 장 교수는 1979년과 1984년 연이어 발표한 논문에서 은하 정도의 질량을 가진 천체뿐만 아니라 이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별 하나도 중력렌즈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하에는 수억~수백억 개의 별이 있다. 따라서 별 하나가 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당시로서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 현상은 곧 증명됐고 그 뒤 천문학자들은 별 하나 정도의 질량이 일으키는 중력렌즈 현상을 미시중력렌즈 현상이라 불렀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비교적 작은 외계행성을 찾는데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중력렌즈현상이 일어날 때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렌즈별) 주위에 행성이 있으면 배경별의 밝기에 독특한 변화가 생긴다. 렌즈별이 배경별이 보이는 시선에 가까이 접근하면 배경별의 상은 두 개로 분리된다. 그러다가 시선이 렌즈별 주위의 행성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배경별의 상이 또 한 번 분리되고 갑자기 몇 시간동안 밝기가 변한다. 이때 나타나는 배경별의 밝기변화로 행성을 찾는다.

우리나라 주축이 돼 우주 전체 ‘사냥’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지금까지 제안된 방법 중 작은 질량의 행성을 찾는데 가장 뛰어나다. 코로트 위성은 지구질량의 수배에 해당하는 행성이 검출한계이고, 케플러 위성은 지구 질량 행성을 가까스로 검출할 수 있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지구질량의 10분의 1인 화성 정도의 행성까지도 찾을 수 있다.

또 별과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을 찾는데도 탁월하다. 시선속도 방법이나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 얻은 관측자료를 외계행성의 증거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같은 방법을 3번 이상 관측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별과 행성사이의 거리가 멀면 공전주기가 길기 때문에 후속관측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수명이 각각 2년 반과 5년 밖에 되지 않는 코로트 위성과 케플러 우주만원경은 그보다 긴 주기를 갖는 행성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한 번의 관측으로도 외계행성의 증거로 삼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별과 떨어진 거리에 상관없이 행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우주 전역을 ‘사냥터’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른 행성탐색 방법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오히려 배경별과 렌즈별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중력렌즈 방법을 사용해 발견한 행성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낸 행성보다 최소 수십 배 먼 곳에 있다. 이런 특성으로 미시중력렌즈 방법은 우리 은하에 있는 행성뿐만 아니라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외부은하에 있는 행성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시중력렌즈 방법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중요한 단점은 중력렌즈 현상의 특성상 한번 발생한 사건은 다시 관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성에 대한 정보를 렌즈현상이 발생하는 기간 중에 최대한 많이 얻어야 한다.

중력렌즈 원리. 렌즈별이 배경별의 시선에서 멀리 있다가(01) 점차 배경별의 시선에 가까워지면 배경별은 두개의 상으로 분리되고(02) 점차 밝아진다(03). 이때 렌즈별 주위에 있는 행성이 분리된 상의 시선방향에 우연히 놓이면 상이 또 한번 분리되고 갑자기 밝기에 변화가 생긴다(04). 배경별의 시선에서 렌즈별이 완전히 벗어나면 배경별의 상은 원래의 모습을 찾는다(05)


지구사냥꾼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진행될 장기프로젝트다. 이중 처음 5년 동안 관측에 필요한 망원경과 관측기기를 만들고 나머지 5년 동안 궁수자리에 있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이 잡듯 뒤진다. 4억 화소를 자랑하는 검출기가 1년 중 8개월을 매일 10분 간격으로 관측해 쏟아내는 자료 는 매년 5~6TB(테라바이트, 1TB=1012Byte)에 이른다. 이 자료는 전산망을 통해 국내로 전송하기에 용량이 커 현지에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자료를 모두 분석하면 프로젝트가 종료될 즈음 목성급 행성 수천 개, 천왕성급 행성 수백 개, 지구형 행성 수십~수백 개를 발견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코로트와 케플러 프로젝트가 찾아낼 행성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으며 그때까지 발견할 모든 외계행성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도다. ‘제2의 지구’를 찾는 일에 우리나라가 선두에 서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한정호의 ‘한국의 ‘지구사냥꾼’ 나선다’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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