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지구’에서 생명체 찾을 수 있을까
생명 자라는 행성 되기 위한 조건
2007년 06월 01일 | 글 | 편집부ㆍ |
 
4월 말, 외신과 국내 언론은 일제히 물이 존재할 수 있고 기후도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럽남방천문대가 발견한 이 행상은 지구에서 20.5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크기는 지구의 5배, 중력은 지구의 1.6배 정도로 천칭자리에 있는 늙은 항성 ‘글리제 581’ 주위를 13일에 한 바퀴씩 돌고 있다.

‘글리제 581c’로 명명된 이 행성의 평균 기온은 섭씨 0∼40도이며 액체 상태의 물도 존재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새 행성과 글리제 581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14분의 1. 하지만 ‘글리제 581’이 내는 빛이 태양의 100분의 1 정도로 약해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이 밝혔다. 이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지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과학자도 있었지만, 이런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것에 세계 각국의 천체과학자들은 흥분했다. ‘슈퍼지구’라는 별명이 붙은 클리제 581c에서 정말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먼저 우주공간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별과 별 사이의 우주공간인 성간에는 약 1백여 종 이상의 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간의 온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대부분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이들은 주로 거대 성간구름에서 발견되는데, 수소분자, 물분자,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포름알데히드, 시안화수소, 알코올, 다중고리구조의 방향성 탄화수소인 PHA, 시아노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초산) 등 탄소화합물과 관련된 유기분자를 상당히 포함한다. 이 중에서 포름알데히드는 생명체 조직을 보존하는데 쓰이고, 시아노아세틸렌과 초산은 흔히 아미노산을 형성하는 시발점이 되는 분자라고 생각된다. 이 분자들은 일종의 ‘벽돌’ 역할을 해 생명체의 기본이 된다고 보이는 비누거품과 같은 막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화학물질은 생명의 기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 운석, 행성간 먼지 등이 성간에서 태어난 이와 유사한 유기화합물을 지구에 실어 날라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믿는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연구는 생명 초기의 화학적 단계가 행성이 형성되기 오래 전에 우주공간에서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화합물이 지구의 적합한 환경을 만났을 때 곧 생명체로 탄생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

거주가능지역에 놓인 태양계 행성은 지구 뿐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대부분 목성형 행성이다. 이들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NASA
그렇다면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어떤 조건을 갖춘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생명의 천국인 우리 지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생명체에 필수적 요소 중 하나가 액체상태의 물이라고 말한다. 지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물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데, 생물체의 성분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체내의 여러 물질을 녹일 수 있으며 외부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성에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대기압 하에 표면온도가 0~100℃ 사이여야 한다. 따라서 별로부터 거리가 제한된 지역에 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지역을 특히 ‘(생명체) 거주가능지역’(Habitable Zone, HZ)이라고 부른다. 물이 있는 곳에 곧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태양계의 경우 ‘거주가능지역’은 태양으로부터 약 1억4000만~2억9000만km 사이의 공간이다. 이곳은 금성 바로 다음에서 화성 바로 직전까지의 공간이다. 즉 지구만이 생명체 거주가능지역에 위치한 행성인 것이다.

‘거주가능지역’은 별의 밝기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밝기가 밝아지고, 질량이 클수록 밝기가 밝다. 밝은 별의 경우 어두운 별보다 더 바깥쪽에 ‘거주가능지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태양보다 밝은 별에서는 지구 위치가 아니라 화성 위치에 물이 존재할 만하기 때문에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화성의 경우를 보면 행성 자체의 질량도 ‘거주가능지역’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화성은 질량이 작기 때문에 물을 대기에 잡아둘 만큼 중력이 크지 못하다. 또한 화성은 지각에서 판구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탄생 초기 화산활동은 곧 잦아들었다. 행성과학자들에 따르면, 만일 화산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면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풍부해져 표면온도가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거주가능지역 밖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물이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화성표면에는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지만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화성과 달리 질량이 지구보다 10~15배인 행성의 경우는 어떨까. 이렇게 무거운 행성은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소나 헬륨 등과 같은 성간가스를 붙잡아둘 수 있다. 따라서 목성과 같이 대기압이 큰 가스행성이 된다. 보통 이런 행성에는 액체상태의 물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가스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

만일 태양계 탐사미션 중 목성 위성인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여기서 논의된 ‘거주가능지역’에 대해 다시 연구해야 할 것이다. 목성은 태양계의 ‘거주가능지역’ 바깥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충환의 ‘망망한 우주에서 또다른 지구 찾기’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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