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발 디딜 2명의 이공계 전사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후보 고산, 이소연 씨
2007년 09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5일 오전 11시, 고산 씨가 탑승 우주인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고산 씨는 내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합니다. 선발되지 못 한 이소연 씨도 내년 4월까지 예비 우주인으로서 고산 씨와 같은 훈련을 받을 예정입니다. 기사 바로가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의 임무를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8개월이라는 긴 선발 과정을 통해 1만 810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우주인 최종후보로 뽑힌 고산(31) 씨와 이소연(29) 씨. 이들은 한마디로 ‘강인한 체력의 젊은 과학자’다.

과학은 짜릿한 모험

구릿빛 피부에 균형 잡힌 몸매. 고 씨의 외모는 과학자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재학 시절 그는 권투부, 축구부에서 활동했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2004년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고 축구도 수준급이다. 또 고산(高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악부 활동도 열심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 있는 해발 7500m 높이의 ‘무즈타크 아타’(Muztagh-ata)를 한 달에 걸쳐 등반한 경험도 있다.

이처럼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고 씨에게 가장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 탐험지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그는 우주인 후보에 선발되기 전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컴퓨터비전’을 연구했다. 컴퓨터비전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카메라 렌즈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고 씨의 인공지능 탐험은 한영외고 재학 당시 ‘생각 그 자체란 무엇인가’라는 사춘기 소년의 다소 철학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서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모험을 택했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들어간 외고에서 과감하게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1995년 서울대공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다. 모든 물질의 기본을 이루는 미시세계를 탐구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전공이었다. 하지만 공대의 학과과정은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주지 못했다. 고심 끝에 재수라는 또 다른 모험을 선택했고 이듬해 자연대에 다시 입학했다.

수학 전공으로 학부과정을 마치고 인지과학협동과정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한 그는 철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신경과학을 두루 공부하며 사춘기 시절의 질문에 답을 구했다. 그리고 ‘사람처럼 사물을 보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고 씨는 이제 우주라는 극한의 공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우주는 인생 최대의 탐험지인 셈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탐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우주인 선발 과정동안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했다”며 “우주실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무인 우주탐사선의 ‘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학은 생활의 중심

“어릴 때 SF만화영화를 즐겨 봤는데, 우주선에 항상 미모의 여자 박사가 있었어요. 그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주인 1차 선발에 뽑힌 245명을 축하하는 텔레비전 공연의 생방송 인터뷰 현장. 지원동기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여성 후보가 재미있는 답을 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이 후보자는 3달 뒤 한국 우주인 후보 2인에 최종 선발됐다.

우주선을 탄 미모의 과학 박사. 이소연 씨는 이런 소원의 성취를 눈앞에 뒀다. 미모는 이미 갖췄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고, 한국우주인 최종후보 2인에 뽑혔으니 우주선을 탈 확률은 이제 50%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에서 4년 동안 준비해온 박사논문도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이 씨의 연구분야는 ‘바이오멤스’(BioMEMS)다. 바이오멤스는 생명공학(Bio Technology)과 초소형전자기계시스템(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기술을 접목한 분야로,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구조와 원리를 나노 크기의 디지털 바이오칩으로 재현한다. 이 씨는 크기에 따라 DNA를 분리할 수 있는 나노소자 개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해왔다.

이 씨가 한국 최초 우주인 1인에 선발되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8가지 과학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씨는 실험과 보고 모두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학교 시절 교육청 과학영재교실에서 처음 흥미를 붙인 과학실험은 과학고를 거쳐 KAIST 학부와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오는 동안 ‘생활의 중심’이었다.

또 그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홍보하는 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여러 국제회의에 참석한 이 씨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연구 성과 홍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홍보하고 발표하는 국제회의 기획자가 되기를 꿈꿔 왔다.

이 씨가 가장 기대하는 우주 실험은 무엇일까. 이 씨는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실험을 많이 해 와서 그런지 ‘분자메모리 테스트’에 흥미가 있다”며 “우주에서 먹는 한국형 우주식은 어떤 맛일지, 무중력 공간에서 얼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체력과 지력을 모두 갖춘 우주인 후보들. 이들이 들려줄 우주실험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형준의 ‘우주실험 임무 걱정마세요!’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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