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낼 태양 ‘KSTAR'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 전면 채택
2007년 09월 07일 | 글 | 편집부ㆍ |
 
지난 8월 31일 완공돼 오는 14일 완공식을 앞두고 있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소위 한국산 ‘인공태양’은 사업비만 총 309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KSTAR의 내부. 도너츠 같은 고리 안에 플라스마를 가둔다.
태양의 중심처럼 1억℃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H)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He)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만드는 엄청난 양의 핵융합에너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지구상에서 아직 어느 누구도 얻지 못한 ‘꿈의 에너지’. 이런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 초고압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KSTAR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만을 사용해 만든 핵융합 장치이기 때문이다. 초전도 자석은 전류가 통과할 때 저항이 0이다. 플라스마를 가두는데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지 않으면 1억℃나 되는 고온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초전도 자석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400가닥의 초전도 선을 꼬아 엄지손가락 두께의 케이블을 만들고, 다시 이 케이블을 감아 자석을 만든다. 게다가 초전도 자석은 극저온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400가닥의 초전도 선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틈을 만들어 이 속으로 영하 268.5℃의 액체 헬륨을 주입해야 한다.

특히 액체 헬륨이 새지 않으려면 초전도 자석이 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KSTAR에 쓰이는 초전도자석은 모두 30개. 그 중 길이가 긴 것은 1700m나 된다. 이들이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에는 값비싼 기기를 썼다. 하지만 기기의 감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은 지름 4m, 높이 4m의 팔각기둥 모양의 큰 수조에 자석을 담군 뒤 물에서 기포가 올라오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빵빵하게 집어넣은 뒤 물을 채운 세숫대야에 넣으면 타이어에 균열이 있는 경우 기포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했다. 초전도 자석끼리 연결되는 지점에 생기는 저항을 줄이는 방법은 반도체 기판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는 데에서 힌트를 따왔다. 자석의 연결 부위를 은으로 얇게 코팅해 저항을 1나노옴(nΩ, 1nΩ=10-9Ω) 수준으로 낮췄다. 대개 저항이 10nΩ이면 작동할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

ITER의 테스트 베드로 활약

KSTAR는 1년간의 시험가동을 거친 뒤 각종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핵융합연구센터 권면 연구개발부장은 오는 9월 시운전을 앞두고 있는 KSTAR에 대한 감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장치를 만들었을 뿐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는 지금부터라는 것. 10개월간 시운전을 마치고 나면 2008년 6월부터 핵융합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작한다.

운전시간이 300초로 정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수소 원자핵들이 핵융합하면서 중성자를 대량 방출하기 때문에 300초 이상 운전할 경우 주변 물질들의 방사화가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핵융합 기초 연구가 목적인 KSTAR로서는 300초로 충분하다. 2015년 프랑스 키다라쉬에 실제 핵융합발전로를 건설할 계획인 국제핵융합로(ITER)가 목표로 하는 운전 지속 시간도 500초다.

현재 KSTAR는 ITER의 테스트 베드로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ITER 연구팀은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핵융합로를 재설계하면서 KSTAR와 비슷한 방식으로 초전도 자석의 형태를 바꾸기도 했다. 이 때문에 KSTAR는 ITER의 축소판이자 파일럿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영하 268.5℃의 초전도 자석에 1억℃의 뜨거운 플라스마를 가둬놓는 상극의 기술이 만나 빚어낼 새로운 핵융합에너지. KSTAR는 벌써부터 세계를 설레게 한다.

<이현경의 ‘한국에 ‘인공태양’이 뜬다’ 기사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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