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자 한글 수출 안 될 이유 없다] 방법은 뭔가

 

‘한글의 세계화’는 한국어에서 표기 수단인 우리 문자를 전파하자는 주장이다. 문자가 아예 없거나 난해한 문자를 가진 나라나 종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한글을 보급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모국어인 한국어를 세계 곳곳에 보급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한국어의 세계화’와는 구별된다.

지금까지 ‘한글 세계화’는 ‘한국어의 세계화’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에서 개방형 한국어 문화학교인 ‘세종학당’을 세계 곳곳에 짓겠다는 계획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월 3일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 1회 한글문화축제.
국립국어원은 2011년까지 몽골과 중국, 구소련 지역에 100개, 2016년까지는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 100개의 세종학당을 지어 현지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 500여개의 공자(孔子)학교를 세우겠다는 중국, 현재 10여개의 국제일본어보급센터를 1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글 세계화’ 추진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역설적으로 ‘한글=한국어’로 보는 문화적 인식이 깊숙이 깔려 있다. 세계 문자로 도약할 수 있는 한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읽지 못하고 국어순화운동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국수주의적인 한글운동, 한국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오히려 ‘한글의 세계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한국어학과의 로스 킹 교수는 한국어의 세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한국어를 민족어로 생각하는 배타적 사고, 한국어 교육을 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고를 꼽았다.

청주대 김희숙 교수는 ‘한국어의 세계화 대 한글의 세계화:더 나은 전략은?’이란 논문에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에서 측은해 하시던 ‘어리석은 백성’은 … 한국 밖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과학문명을 주도하고 있는 앵글로색슨 국가의 사람들 중에서 많은 수가 그들 글자의 비과학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한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은 최근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권에서 보편 문자(universal letter)로 한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글에 대해 카피레프트(copy-left·저작권 공유)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한글이 우리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심재율·함은혜)는 지난 9월 23일 ‘한글 문화 대 강대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글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유산이자, 민족의 혼이 담긴 세계 최고의 글자”라며 “한글의 세계화·산업화·수출화·지식화를 통해 한민족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한글을 전 세계 글자 없는 6000여 종족에 전파, 한글 사관학교를 설립하고 유급(有給) 한글 문화봉사단을 파견, 한글 문화봉사단으로 근무한 청년은 국방 의무를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한글 세계화 운동에 대한 재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6월 “경기도에서 영어마을에 투자한 시설비 1700억원이면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 현지인을 위한 세종학당 800개는 더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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