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만유인력 다른건줄 알았는데"
<下>혼란 부추기는 용어들
2008년 01월 07일 | 글 | 임소형, 이정호 기자ㆍsohyung@donga.com, sunrise@donga.com |
 
“중력과 만유인력이 같은 말이라고?”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사는 이민정(가명·고3) 양은 6일 중력과 만유인력이 같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둘을 서로 다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 교과서에선 중력을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힘’으로, 만유인력은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하는, 물체 간에 잡아당기는 힘’으로 정의한다. 만유인력이 좀 더 복잡해 보이지만 각각 영어 ‘gravity’와 ‘universal gravitation’을 번역한 것으로 둘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교과서의 모호한 설명이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모호한 용어설명 “헷갈려요”


유정아 경기 부천 상일중 교사는 “중력은 중학교 때, 만유인력은 고등학교 때 배운다”며 “어려운 과학용어가 좀 더 많이 등장하는 만유인력을 중력과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학생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범 EBS 과학 강사도 “대학에서는 중력과 만유인력을 같은 뜻으로 가르친다”며 “일부에선 만유인력을 ‘보편중력’으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과학용어가 적지 않다. 지구과학에서는 대기의 상태를 표현할 때 ‘불안정’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상황에 따라 ‘안정되지 않은’ ‘역동적인’ 등 뜻이 달라진다.

이호근 서울 보인고 교사는 “지구과학에서 지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한다고 표현할 때 ‘상대적’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구닥다리 표현 그대로


독일어와 일본어 발음이 남아 있는 화학용어도 문제다.

1940년대 이전만 해도 세계 화학 논문의 40%는 독일어로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려면 영어가 필수다.

이상국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쓰이는 화학용어는 독일어나 일본어 발음이 대부분이었다”며 “전 세계 논문의 90%가 영어로 출판되는 현실을 감안해 대한화학회는 화학용어를 영어 발음으로 표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장안에 따르면 ‘나트륨’은 ‘소듐’, ‘에테르’는 ‘이서’로 발음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과학 교과서는 나트륨과 에테르라는 표현을 고수한다.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계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영어 원서를 공부하거나 외국 과학자와 대화할 때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교사 재교육 병행해야


DNA나 나노기술 등 첨단 과학이 과학 교과서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DNA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지만 중학교에서는 3학년 교과서에 잠깐 언급될 뿐이다. 나노 과학도 교과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교과서에 DNA나 나노기술 등 첨단 과학을 담는다 해도 이를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교사의 자질이 함께 향상돼야 과학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김희백 서울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과학의 발전 속도를 중고교에서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교사들이 첨단 과학이론을 익혀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첨단과학교사연수센터가 7일부터 전북대, 공주대와 공동으로 새로운 과학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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