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색을 인식하는 원리
| 글 | 배기범 ㆍkbbae96@naver.com |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메가스터디에서 물리와 과학 논·구술 수업을 하고 있다. 개념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능력과 다수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과학 학습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문
(가) 색은 눈에 들어온 전자기파가 어떤 시세포를 흥분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망막에는 <그림 1>처럼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가 분포한다. 시세포는 전자기파의 파장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원추세포와 전자기파의 세기 즉 밝기에 따라 반응 정도가 다른 간상세포로 이뤄진다. 따라서 색의 결정은 원추세포, 물체의 명암은 간상세포에 의해 이뤄진다.

원추세포의 파장에 따른 반응곡선은 <그림 1>과 같다. 원추세포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 440nm, 545nm, 580nm 근처에서 최대 감도를 나타내며 각각 B(Blue), G(Green), R(Red) 원추세포라 한다. 곡선을 보면 RGB 각각의 원추세포는 꽤 넓은 영역에 걸쳐 반응한다. G원추세포의 경우 420~650nm에 달하는 빛에 반응한다. RGB 원추세포의 반응을 종합하면 원추세포의 반응영역이 400~700nm임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가시광선 영역이라 한다.

그렇다면 색은 어떻게 인식할까? 세 가지 원추세포의 흥분 정도에 따라 전기신호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뇌에서는 이 신호를 종합해 색을 판정한다. 그 결과 <그림 2>처럼 우리는 단색의 전자기파를 파장에 따라 다른 색으로 인식한다. 흔히 말하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말이다.

어떤 빛을 노란색으로 인식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파장이 570nm인 단색광이다. 파장이 570nm인 단색광이 들어오면 <그림 1>처럼 R과 G세포가 거의 같은 감도로 반응한다. R과 G에서 같은 세기의 전기신호가 만들어지면 뇌는 노란색을 인식한다. 두번째로 600nm의 단색광과 530nm의 단색광이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R과 G세포는 거의 같은 크기의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므로 뇌는 노란색으로 인식한다.

(나) 분자나 원자로 구성된 매질에 빛이 입사되면 원자나 분자에 붙어 있는 전자들은 전자기파의 전기장에 의해 전기력을 받는다. 전기장이 진동하면 전자들도 진동한다. 이와 같이 진동자에 주기적인 외력이 가해져 진동자가 진동하는 경우를 강제 진동이라 한다.

원자 내 전자를 고전 모형으로 생각하면 벽에 고정된 용수철에 매달려 진동하는 물체와 유사하다. 벽은 원자핵, 물체는 전자에 각각 대응한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쿨롱 힘이 작용한다. 쿨롱 힘은 용수철의 탄성력과 같은 역할을 하며 물체에 힘을 가한 뒤 떼어냈을 때 물체가 하나의 진동수로 계속 진동하게 한다. 이때 진동수를 고유 진동수라고 하며 이는 물체 질량과 용수철의 탄성계수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힘으로 진동수만 달리하면 진동자의 진폭은 외력의 진동수 함수가 되며 외력의 진동수가 진동자의 고유 진동수와 같아지면 공명 현상이 일어나 진폭이 매우 커진다. 이때 진동자는 큰 에너지를 저장한다.

공명 진동수로 그네를 밀 때 가장 큰 에너지를 그네에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언뜻 그네가 최대 변위 위치에 왔을 때 강한 힘을 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네가 중간 지점을 통과할 때 힘을 가해야 한다. 공명 진동수를 가진 외력이 진동자에 작용해 진동자의 속도와 외력이 같은 위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진동자를 흔들면 진동자는 외력과 같은 위상으로 반응하지만 공명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의 외력으로 강제 진동시키면 진동자가 외력과 반대 위상으로 반응한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때 강제 진동에 따른 진동자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전자기파가 원자에 도달하면 전기장이 진동하므로 전기장은 외력이 되고 원자에 붙어 있는 전자는 진동자가 된다. 전기장이 진동하면 전자는 전기장에 비례하는 힘을 받아 전기장의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로 강제 진동한다.

(다) 빛이 매질과 상호작용할 때 매질의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작으면 매질 전체에 같은 크기의 전기장이 가해진다. 이 경우 매질은 쌍극자가 된다. 매질의 크기가 파장보다 크면 매질의 위치마다 전기장이 달라져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전자기파가 원자나 분자에 입사한 뒤 원자나 분자 내 전자를 진동시켜 쌍극자가 되게 하면 사방으로 빛이 재방출된다. 이를 통해 사방으로 빛이 퍼지는 현상을 산란이라 한다. 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고유 진동수에 따라 비공명산란과 공명산란으로 나뉜다.

비공명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진동수가 크게 차이 날 때 일어난다. 이는 빛을 외부 구동력으로, 물질을 진동하는 전기 쌍극자로 하는 모델로 설명된다. 쌍극자 진동으로 일어나는 도넛 모양의 방사 출력을 가진 전자기파 방사를 비공명산란이라 한다.

산란체의 구성 원자가 얼마만큼 밀집됐느냐에 따라 상호작용의 결과는 크게 차이 난다. <그림 3>은 희박한 매질에서 빛이 일회성 산란하는 경우와 비교적 많은 원자로 이뤄진 매질에서 산란된 빛이 다시 산란되는 다중 산란을 보여준다.

공명산란은 빛의 진동수와 물질의 고유 진동수가 같아 전자의 진폭이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공명 시에는 입사되는 빛에너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퍼뜨리거나 열에너지로 전환하므로 원래 진행 방향으로 전파되는 에너지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참고로 물은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가지며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킨다.
- ‘과학교사를 위한 빛과 파동’, 김중복 외 공저


문제01
노란색 물감이 노랗게 보이기 위해서는 물감이 파랑색 영역의 빛을 흡수하고 빨간색과 초록색 영역의 빛을 반사해야 한다. 하지만 노란색 물감이 순수 노란색 빛만을 반사하는 경우에도 노란색으로 보인다. 제시문 (가)를 참조해 노란색 물감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이유가 앞에서 어떤 경우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서술하라.

전문가 클리닉
R, G, B 원추세포의 반응감도에 따라 뇌에서 인지하는 색이 달라집니다. 어떤 색의 빛을 뇌에서 똑같이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두 가지 이상의 단색광이 혼합된 혼합광일 수도 단색광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진 빛은 밀한 매질에서 진행속력의 차이로 분산되므로 혼합광은 단색광과 달리 프리즘을 통과할 때 분산현상이 나타납니다.

빛은 진동수가 클수록 밀한 매질 속에서 속력이 느려진다. 따라서 공기 중에서 진행하던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단색광별로 다른 경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분산된다. 뇌에서 같은 노란색으로 인지한다 하더라도 혼합광선인 노란색 빛은 프리즘을 통과할 때 분산되고 단색광은 분산되지 않는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분산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문제02
다음 <보기>는 우리 주변 여러 사물의 색과 관련된 진술이다. 제시문 (나)와 (다)를 참조해 각 진술의 근거를 추론하라.

<보기>
(1) 하늘을 파랗고 노을은 붉게 보인다.
(2) 물은 투명한데 수증기는 흰색으로 보인다.
(3) 물에 젖은 옷이나 땅은 어둡게 보인다.
(4) 물은 투명한데 바다는 푸르게 보인다.

전문가 클리닉
제시문 (나), (다)에 나온 전자기파와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과 산란의 개념을 잘 이해해 색과 관련된 현상을 정성적으로 설명하는 문제입니다.

예시답안
1) 대기층처럼 원자나 분자가 희박한 경우에는 일회성 산란이 일어난다. 이때 원자나 분자의 크기는 빛의 파장에 비해 충분히 작으므로 대기 중 질소나 산소분자들은 강제 진동하는 쌍극자가 된다. 산란 정도는 진동수가 클수록 크므로 가시광선 영역 중 진동수가 큰 파란색 계통의 빛이 더 많이 산란된다. 원리적으로 하늘은 보라색이어야 맞지만 태양광선 중 보라색이 매우 약하고 우리 눈 또한 보라색에 대한 감도가 작기 때문에 파란색이 우세해 보인다.

일몰이나 일출시에는 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어진다. 그로 인해 공기 중에서 파란색 광보다 적게 산란되는 붉은색 광이 지표면에 더 많이 도달해 하늘이 빨갛게 보인다.

2) 물은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갖고 가시광선에 대해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켜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수증기는 희게 보인다. 이는 수증기가 굴절률이 다양한 공기 중에 존재해 경계면에서 여러 차례 반사와 굴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표면에서만 반사를 일으키는 물보다 눈에 들어오는 광량이 많다. 또 물방울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여러 개의 물분자가 동일한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수증기는 특정 파장의 빛이 아닌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을 산란시켜 흰색으로 보인다.

3) 거친 표면에서는 여러 번의 반사가 일어나지만 물이 있으면 표면이 매끄러워져 반사되는 광량이 줄어든다. 또 투과되는 빛이 있더라도 다시 반사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경계면을 만나 내부로 반사되기 때문에 반사광의 세기는 더욱 약해진다. 물에 젖은 옷이나 땅은 이와 같은 광량감소로 어둡게 보인다.

4) 물분자는 적외선 영역의 공명 진동수를 갖기 때문에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약한 비공명산란을 일으켜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적외선과 가까운 붉은색 광에 대해서는 적은 양의 공명을 일으켜 약간의 붉은색 광을 흡수한다. 따라서 물속에서는 푸른색 광이 붉은색 광보다 더 깊은 곳까지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물로만 구성됐다면 바다는 강물처럼 투명할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깊이에 따라 염류농도나 수온이 달라 수없이 많은 경계면을 가지며 물속을 진행하는 광선은 이 경계면에서 수없이 많은 반사와 굴절을 거친다. 그 결과 바다는 푸른색을 띠며 해수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푸른색을 갖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