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등산] 목 마르기 전에 마시고, 배고프기 전에 드세요, 스틱 꼭 챙기시고 [중앙일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어느새 단풍도 물들기 시작했다. 국립공원 계룡산 수통골에도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김태성 기자]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가을 산행은 어떤 운동에서도 맛볼 수 없는 계절 운동의 백미다. 특히 뱃살이 나오고 혈압을 걱정하는 중년의 등산은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심신의 ‘보약’. 심폐기능이 강화되고, 뼈의 밀도를 높이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하지만 모든 레저 활동엔 복병이 있게 마련. 체력을 믿고 무리한 산행을 하다보면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중년의 가을 산행, 이것만은 알고 떠나자.

안면마스크 쓰는 ‘다스베이더 패션’ 시야 방해

산을 즐겨 탔던 이모(58)씨에겐 생각하기 싫은 끔직한 추억이 있다. 몇 년 전 산 정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일어서다 현기증을 느끼며 낭떠러지로 추락한 것.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난다. 이처럼 산에선 예기치 않은 상황이 흔하게 발생한다. 바람에 날라가는 모자를 붙잡으려다 균형을 잃거나, 쌓인 낙엽이 지형지물을 가려 낙상하는 경우도 있다. 늘 다니던 코스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쓰는 안면 마스크도 권할 만한 게 못 된다. 시야를 가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통풍을 방해해 호흡을 불편하게 한다. 산행 도중 음주는 위험천만하다. 평형감각은 물론 방향감각과 판단력을 흐리게 해 낙상이나 조난 사고를 자초할 수 있다.

가을 해가 짧아진 줄 모르고 여유를 부리다 갑자기 어두워지면 허둥대기 십상이다. 자칫 발을 헛디뎌 낙상할 우려가 있다. 해지는 시간을 알아두고 하산 시간을 앞당기도록 하자.

땀 빨리 마르는 의류 입어야

산은 100m 높아질수록 기온이 0.65도씩 떨어진다. 이는 맑은 날을 기준한 것으로 날씨가 흐리면 1도 이상 낮아지기도 한다. 특히 옷이 땀에 젖거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더 떨어져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 땀 흡수가 잘 되는 특수 소재의 셔츠와 보온용 외투를 반드시 갖추도록 한다. 체온이 심하게 떨어져도 맥박과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의식이 몽롱해진다. 이때를 위해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등산은 한 시간에 400㎉ 이상의 열량을 쓸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세 시간만 산행해도 1200㎉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열량을 제때 보충하지 않으면 저혈당 증세가 나타난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식은 땀을 흘리며 주저앉거나 자칫 균형을 잃어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높은 열량을 내는 식품을 별도로 준비한다. 바나나 또는 곶감·건포도는 높은 열량과 함께 비타민이 풍부해 추천할 만한 식품.

치즈는 단백질이 20∼30%, 지방 30%가 들어있는 고열량이면서 소화가 잘 되는 식품이다. 비타민 A·B1·B2·니아신 등이 들어있고 칼슘이 풍부해 비상식품으론 제격이다.

산행 전 스트레칭으로 부상 예방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발목을 보호하는 등산화와 무릎보호대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장경인대염에 대해선 대체로 무관심하다. 장경인대는 골반에서 허벅지 바깥쪽을 타고 무릎 쪽으로 내려오는 긴 근육과 인대다. 고관절과 무릎관절을 지탱하며 무릎이 바깥쪽으로 젖혀지는 것을 막아준다. 주로 하산을 할 때 무릎 바깥쪽에 하중이 걸리면서 인대와 근육에 피로 현상이 오고 심하면 염증이 생긴다.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발생한다. 산행 초기보다 20분 이상 걸으면 서서히 무릎 부위에 뻐근함이 느껴지고 하산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장경인대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산행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산을 오를 때는 보폭을 평지보다 좁게, 내리막에선 뒤꿈치를 들고 걷듯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딘다. 뒤쪽 다리의 무릎을 약간 더 깊숙이 구부리면 앞쪽 다리의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스틱은 체중을 분산하는 효과와 함께 착지를 부드럽게 한다. 스틱 길이는 허리를 기준으로 산을 오를 때는 다소 짧게, 내려올 때는 조금 길게 잡는다.

평소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좋아

주 1회 등산을 한다면 3~4시간에 오를 수 있는 산을 선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리고 주 2~3회 걷기·자전거타기·계단 오르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30분 정도 해야 무리 없이 산을 탈 수 있다. 중년의 경우 3㎞를 한 시간 내외로 걷는 것이 좋다. 이 속도는 평지에서 걷는 속도의 절반 정도다. 초보자는 30분 걷고, 5~10분 휴식하되 앉지 말고 서서 쉬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다리에 피로를 많이 느낀다면 발을 약간 높게 올려놓고 쉬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미리 의사의 지시를 따라 운동 강도와 시간을 정하는 게 좋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남희승 교수,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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