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캉친콤파-랑탕-리마호텔 “고향에 가지 못하는 영혼들”

   오늘은 캉친콤파를 출발하여 랑탕의 학교 방문을 마치고 라마호텔까지 가는 긴 여정이다. 역시 다시 보아야 보이는 걸까 랑탕까지 내려오는 길에 올라갈 때는 힘이 들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티벳 영혼들을 나는 다시 보았다. 길가에는 수많은 티벳 묘지가 돌로 만들어져 있다. 지형적으로 이곳은 티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물과 목초를 찾아 야크와 양을 몰고 고개를 넘어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들도 언젠가 이곳에서 야크를 치며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다. 자식을 낳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끝내 고향으로 갈 수 없었고 이곳에 그 후손들이 살게 되었다. 어찌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으리오. 죽은 그들의 묘지는 돌로 만들었고 그 돌에는 티벳 언어로 새긴 불경(마니석-경문을 새긴 돌)의 글귀들이 선명하고 부처님의 모습도 돌에 새겨 놓았다. 산길에서 마니석 옆을 지날 때에는 그 왼쪽으로 걷는 것이 정도라고 한다. 고향을 그리는 그들의 마음은 바람에 휘날리는 만장과 고향을 향한 솟대로나마 망향의 한을 달래고 있었다. 원래 공립학교 방문 시 우리 일행은 학생들을 위하여 간단한 연극을 하기로 했었다. 제목은 “금도끼 은도끼의 나무꾼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배역을 정할 때 만장일치로 나를 나뿐 나무꾼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핀조의 이야기로 그 이야기는 여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문화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올챙이 송으로 바꾼 것인데 어찌하여 내가 만장일치로 나뿐 나무꾼에 선정되었을까? 사실 나는 나뿐 나무꾼보다 훨씬 더 못한 사람일지 모른다. 사람들의 순간적 안목에 괜스레 부끄러워진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온 마을이 무척 소란하다. 절대적으로 물자가 부족한 이 지역에서 어른들은 어떻게 하든지 자기 아이의 학용품이며 옷가지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난리가 났다. 15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로 구성된 이 학교의 열악함을 무엇으로 말하랴. 화가 난 그 학교의 선생님은 학용품을 마구 뿌렸다. 멀리서 온 이방인의 배려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가 못마땅하고 창피하다는 듯 보였다. 그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찌되었건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했고 우리 선생님들의 올챙이 송을 잘 따라했다. 그리고 우리의 태권도 챔피언 최창원 선생님의 시범이 있을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먼 곳까지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 도복을 준비하고 맨발로 시범을 보인 58세 이 노 교사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으리오. 마당에서는 아이들과 우리의 레쌈삐리리 노래와 함께 어울림의 한 판 춤이 이어졌다.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실상 랑탕에서 라마까지는 정말로 멋진 랑탕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데 우리는 올라갈 때 계곡의 진수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수 백길 깊은 계곡과 아열대 원시림이 어우러진 이곳은 세월의 깊이와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주는 진정한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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