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젊은 사진가의 만남 '방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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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젊은 사진가의 만남 '방명주'

젊은 사진가와의 만남’은 역량 있는 젊은 작가와 일반 대중 사이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사진 소통의 장을 꾀하고자 전시 기획자 겸 사진가인 김남진의 주관으로 매달 갤러리 카페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진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젊은 작가를 탐색할 수 있는 이 모임은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11월의 작가 방명주는 두 번에 걸친 개인전「트릭 TRICK」과「마리오네트 MARIONETTE」를 통해 현실과 사진에 찍힌 현실 사이의 간극에 주목하면서 일상을 조작해내는 거대한 힘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련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일 시 : 11월 4일(금) p.m 7:30
장 소 : 갤러리 카페 브레송(02-2269-2613), www.bresson.co.kr
참가비: 일만원(음료수 제공)

작가노트

1. 2003년 첫번째 개인전 『트릭 TRICK』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것은 금기시된 행위를 스스럼없이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수단 혹은 TV 외화물의 볼거리 가득한 주인공의 활약상을 떠올렸다. 하지만,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투명인간’의 존재는 보다 더 슬픔에 가까운 것이었다. 존재하지만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곳 세상에서 그것은 위기이자 삶의 위협이 아닐까 하는 아스라한 생각들. 시간이 흘러 투명함에 대한 집착이 사진으로 이어지면서 나의 트릭은 시작되었다.
 
충무로의 어느 어둑한 사무실 계단을, 큰 유리문을 배달하는 아저씨의 뒤를 따라 오른 적이 있다. 아저씨의 출렁이는 어깨 위로 나의 모습과 그 주변 세상이 함께 흔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숲 속에서 투명인간에 의해 난반사된 모습이 이것과 흡사하겠구나 생각해본다. 다양한 각도로 수없이 난반사된 사람들의 유영이 나를 매혹시킨다. 완전한 투명-인간은 없다.
 
현실의 두터운 지층을 조금 어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사진이라는 매체가 현실을 그대로 담보하고 있다는 것은 재미없는 활자체의 지나간 신문을 들척이는 행위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사진의 투명성에 대한 고민과 실제로 투명물질의 소재가 만나 처음으로 만들어진 트릭이 ‘7과 1/2’이며, 이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가 나에겐 비껴간 추억의 잔영처럼 작용한 것이었다. 존재하는 것과 바라봄의 차이에서 파생하는 의미와 혹은 사물 자체의 전환은 명확히 의도된 트릭이다.
 
하루에 두세 번씩 양치질을 할 때마다 거울에 묻어있는 치약자국을 보게 된다. 이 하얀 자욱들은 거울표면에 매달려 마치 등을 맞대고 있는 샴쌍둥이들 같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나는 나의 모습을 완전하게 볼 수 없다.
 
세상에는 의외의 것이 많다. 물론 그 의외의 것들조차 식상해지기 쉽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의미있게 또는 무의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비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트릭’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찍히는 현실 자체가 더욱 트릭에 가깝다는 것을 나는 곧 알게 되었다. 완벽하게 짜여진 것 같은 매트릭스 속에서도 그것을 재생하는 시스템에서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조악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 2004년 두번째 개인전 『마리오네트 MARIONETTE』

『마리오네트_MARIONETTE』展은 '조작_操作'과 '적응_適應'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면서 스스로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특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만들어진다. 결코 우연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들, 필연이라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이 허망한 일들 사이에서 의심과 반성이 아닌 안주하게 되는 일상을 조심스럽게 읽어내려 하였다.
 
그리고 나의 일상을 조작해내는 거대한 힘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조작은 동일한 규칙을 서로가 공유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개별과 개별을 매개하여 공유된 힘은 조작 당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다소 강압 또는 폭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조작하는 이의 눈에는 질서 있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조작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 조작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마리오네트'가 더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적응이다.
 
『트릭_TRICK』展에 이은 나의 두 번째 개인전인 『마리오네트_ _MARIONETTE』展은 크게 4부류로 나누어진다.
 
우선 가장 강력하게 위치되는 것이 「판테온_Pantheon」연작이다. 「판테온_Pantheon」에서는 과학, 환경, 정치, 종교, 자본, 소비 등의 거대한 담론이 들어와 있다. 물론 렌즈에 잡힌 피사체는 일상에 널브러진 것들이다. 하지만 그 형태들을 빌어 다소 괴기스럽게 느껴지는 오늘날의 신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 속에는 시커멓게 죽어버린 담론과 야만의 냄새마저 느껴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질서가 존재한다. 「판테온_Pantheon」은 '마리오네트'를 조작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생산해내는 장소이다.
두 번째로 콘돔으로 작업한 「큐폴라_cupola」가 있다. 안전한 보호막인 것 같으면서도 그 막에 의해 숨겨질 수 있는 희생과 아픔에 관한 생각이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며 존재하는 끈적거리는 막은 부풀려지면서 안과 밖,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치환시키고 있다. 즉자적이지만 성역할_性役割 '마리오네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세 번째로 『마리오네트_MARIONETTE』展에서 「세이렌_Seiren」은 커다란 소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홀리기 또는 경고하기 위한 장치로서 「세이렌_Seiren」은 여러 관념들에 의해 이미 구획 지워져 쉽게 넘나들 수 없는 영역들의 극한을 경고한다. 그러나 몸이 없는 빈 소라껍질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공허한 바다소리만 담고 있을 뿐이다. 그 또한 또 하나의 '마리오네트'인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판타스마 phantasma」연작은 가장 일상적인 소재들로 꾸며졌다. 아마도 이는 여성으로서 지니게 된 딸, 아내, 며느리 등의 무시하지 못할 역할들 속에서 그나마 손에 잡히는 소재들을 가지고 소박하게나마 작업해야겠다는 욕심 많은 게으른 삶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물이라도 그 사물이 품고 있는 것을 새삼 다르게 보이게 하는 힘은 '마리오네트'의 끈을 끊어버리고 싶어하는 사고에서 나올 것이다. 이것이 '판타스마'의 힘이다.

3. 2005년 세번째 개인전 『부뚜막꽃 RICE IN BLOSSOM』

쌀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면 매일 적어도 한번 이상은 누군가에 의해 눈앞에 차려지는 밥을 보게 될 것이다. 「부뚜막꽃」은 그 밥의 외양으로 시작하여 밥의 심리적 사회적 의미까지 사진의 힘을 빌어 포착하고자 한 작업이다.
 
나의 첫번째 사진전 『트릭』은 일상의 것을 의미있게 또는 무의미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비법으로서 사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두번째 사진전 『마리오네트』는 삶을 조작하는 거대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다.
 
세번째 사진전인 『부뚜막꽃』은 두번째 사진전에서 선보인 「판타스마」연작을 심화시킨 것이다. 여성으로 지니게 되는 딸, 아내, 며느리 등 무시하지 못할 역할들 속에서 접하게 되는 사소한 사물들을 인공조명 위에서 새로운 의미로 포착해내는 작업이 「판타스마」였다. 그들 중에 ‘밥’이 있었다.
 
『부뚜막꽃』은 부엌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밥짓기에 대한 생각들을 사진작업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가족에 대한 의무감으로 또는 먹고살기 위한 반복행위로 매일 행해지는 밥짓기를 모아지고 흐트러지는 밥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신성한 먹거리로서 생존의 의미, 한솥밥 먹는 가족이라는 식구의 범위, 가사일이 갖는 사회적 의미, 밥과 밥풀처럼 얽혀진 전체와 개별의 관계 등을 생각하였다.
방명주
1970 부산생
1989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입학
1996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2002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졸업
석사학위논문 『제프 월의 <여성을 위한 사진> 작품 분석 : 자크 라캉의 응시 이론을 중심으로』
 
개인전
2003 트릭 TRICK, 갤러리 아티누스, 서울
2004 마리오네트 MARIONETTE,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신진예술가 창작지원 전시)
2005 부뚜막꽃 RICE IN BLOSSOM, 갤러리 쌈지, 서울 (2005년 10월 12일~24일 전시예정)
 
그룹/기획전
2003 동덕여대 미술학부 큐레이터전공 졸업기획 『TRICK』展,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주
2003 한국여성사진가협회 기획 『분홍神』展,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3 『사물과 상상』展, 갤러리 룩스, 서울
2003 『Charity : 선물』展, 쌈지스페이스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서울
2004 사비나미술관 겨울기획 『작업실 리포트』展,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4 『신체와 의식』展, 갤러리 라메르, 서울
2004 『Red Heaven』展, 창동미술스튜디오, 서울
2005 『서울청년미술제_포트폴리오 2005』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5 『레인보우샤베트』展,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2005 Seoul International Print, Photo & Edition Works Art Fair 200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경희대학교, 국민대학교, 인하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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