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6.[]

 

  오늘은 새로운 루트로 트레킹을 가는 날이다. 둔체에서 순다리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고사인쿤드 트렉(The Gosain Kund Trek)인데 우리 탐사대는 샤브루베시에서 툴로샤브루로 가서 고사인쿤드 트렉으로 접어들게 된다.

  여느 때처럼 아침 6시 기상, 630분 아침식사, 730분 트레킹 출발이다.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우리 탐사대는 예정 시간에 정확히 출발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마을은 조용하였다. 우리 탐사대는 찻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찻길에서 벗어나 오른쪽의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강을 따라 있는 마을을 조용히 지나쳤다. 보테코시 강(Nadi)에 걸린 다리를 건너 오래된 샤브루벤시 마을을 통과할 때 주민들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막 잠에서 깬 꼬마아이가 우리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마을이 끝날 때쯤 이번에는 랑탕 콜라(Khola, 하천)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넜다. 랑탕 콜라를 따라 계곡 상류쪽으로 이어진 이 길이 랑탕 트렉(The Langtang Trek)이다. 영국의 탐험가 틸만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중의 하나라고 소개한 그 랑탕 계곡으로 이어진 길이다.

 

  마을에서 30분쯤 걸으면 랑탕으로 가는 길과 툴로샤브루로 가는 길이 갈린다. 우리 탐사대는 계곡을 따라가는 평탄한 길을 버리고 오른쪽의 가파른 길로 접어들었다. 툴로샤브루로 가는 길이다. 샤브루베시와 툴로샤브루는 고도차가 약 800m 가량 나므로 앞으로 계속 고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갈림길에서 한 시간 쯤 올라가서 물레방아가 돌리는 마니차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 손으로 돌리지 않고 물레방아가 돌리는 마니차 옆만 지나가도 내가 마니차를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 하니 얼마나 경제적이고 합리적인가. 우리 탐사대에게 축복을 주는 마니차는 물레방아의 힘만으로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말이 능숙한 가이드 핀죠의 설명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입구 능선 가까이에 올라서니 멀리 흰 눈에 덮여있는 가네시 히말이 보였다. 언제 보아도 하얀 설산 히말라야는 아름다웠다. 히말라야를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샤브루베시 마을을 출발한지 4시간이 조금 못 된 1120분에 툴로샤브루의 숙소 라마호텔(Lama Hotel)에 도착하였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속에 있는 모든 숙소들이 호텔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으니 롯지로 이해하면 되겠다. 툴로샤브루는 따망족의 마을로서 상당히 큰 마을이었다. 네팔어로 툴로(Thulo)()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던데 역시 툴로샤브루는 샤브루라 이름을 붙인 마을 중에서는 큰 마을이었다. 마을의 집들도 벽을 돌로 지었고 오래된 것처럼 보였으며 대개 집들도 크게 지었다. 우리말로 하면 부촌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묶은 롯지의 옥상에서는 가네시 히말의 장관이 아주 잘 보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조를 키질하는 일을 감독하는 지용희 선생님_김영채 사진]

 

  마을 안에 있는 곰파(사원)를 구경하였다. 곰파 관리인의 딸인 9살짜리 소녀가 열쇠를 가져와서 내부를 볼 수 있었다. 티벳불교의 곰파인데 정면 중앙에 불상이 있고 그 옆에 보살상과 벽화가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 사찰의 내부와 비슷하였는데 내부에 타르초(Tarchog, 경문 등이 쓰여 있는 깃발)가 많이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 사찰과는 달랐다. 곰파를 구경 한 후에 툴로사브루 마을을 구경하였다.

  청주에서 오신 지용희 선생님과 마을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집 앞에서 대나무로 발을 엮는 아저씨를 만났는데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하니 이 분도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붙이고 나마스테인사를 하고나서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가 안내를 받아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산골 마을에 사는 중년 남자로서는 영어를 매우 잘하였다. 집에는 부인과 젊은 여자가 멍석 위에서 키질을 하며 깨알보다 작은 조를 바람에 걸러내고 있었다. 옆에는 작은 쟁반에다가 쌀튀김을 넣어두고 간식으로 먹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였다. 쌀튀김을 직접 만들었느냐고 물으니 카트만두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잠시 후에 아저씨가 홍차를 대접해주었다. 홍차를 다 마실 때까지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 보았다. 내가 부인 앞에 있는 사람이 딸이냐고 물으니 큰며느리라고 한다. 큰아들은 고사인쿤드의 롯지에서 일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카트만두에 있는데 총각이라고 하였다. 자신은 22녀가 있는데, 두 딸은 모두 결혼을 하여 한 명은 툴로샤브루에, 한 명은 샤브루베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시골이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살고 있는 네팔인의 모습이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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