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3.[]

 

  아침 6, 모닝콜이 배달되었다. 키친보이가 방문을 두드리며 따뜻한 홍차를 한 잔씩 주면서 아침을 깨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홍차를 한 잔 마시면 속이 훈훈해지면서 추위를 잊게 된다. 부지런한 연선생님은 벌써 침낭까지 정리를 하였다. 630분 아침식사, 730분이 출발시간이다. 오늘부터는 물로 하는 세수는 없고 물티슈 세수만 있다. 1층 식당으로 내려와 먼저 온 대원들에게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하였다. 네팔에서는 빨리 나마스테라는 말과 친숙해져야 한다. 나마스테는 당신 안에 있는 신께 경배합니다라는 뜻이며 네팔사람들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하는 인사말이다. 아침식사 메뉴가 떡국이다. 히말라야 오지에 와서 떡국을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한 아침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시작되는 날이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계곡아래 탐부체트 마을을 감싸고 있는, 아침 햇살로 눈부신 가네시 히말의 모습_골중고개에서 김영채 사진]

 

  정확히 730분에 버스가 출발하였다. 고개를 넘어 자동차도로가 끝나는 탐부체트까지는 버스로 가야했다. 굽이지고 급경사진 도로를 한 시간쯤 올라가서 골중(Goljung 1,946m) 고개에서 쉬었다. 날씨가 쾌청하여 서쪽에 있는 가네시 히말이 선명하게 보였다. 청명한 하늘 아래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설산 가네시 히말의 모습은 너무나 눈부시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히말라야의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설산의 모습을 대하니 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청주에서 오신 최창원 선배님이 주위에서 왜 자꾸 히말라야를 가느냐는 질문에 네팔 사람들의 맑은 영혼을 담고 싶어서 간다라고 했다는 데……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칠메하천(Chillme Khola)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탐사대_김영식 사진]

 

  0850, 탐부체트(Thambuchet 1,738m)에 도착하였다. 탐부체트는 가트랑에서 뚜만을 거쳐 보테코시 강(Bhote Koshi Nadi)을 따라 티벳 국경까지 이어지는 따망 헤리티지 트렉(The Tamang Heritage Trek)의 중간지점으로 상당히 큰 마을이었다. 보테코시 강은 둔체 근처에서부터는 트리슐리 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이다. 먼저 대원 모두가 둥그렇게 모여 최창원 자문위원님의 구령에 따라 체조를 한 다음, 스틱을 가운데로 모아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을 하였다. 선두는 가이드인 핀죠가 섰고 그 뒤를 청소년 대원들과 성인대원들 순으로 따랐으며 맨 후미에는 클라이밍 셀파인 리마와 박종익 부대장이 섰다. 마을 주민들이 담 너머로 쳐다보는 탐부체트 마을을 지나 칠메하천(Chillme Khola)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넜다. 청보리밭 가운데 있는 초르텐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산길로 접어들었다. 초르텐은 티베트 불교의 불탑을 말하며, 초르텐에는 불경을 새긴 마니석이 빙 둘러있었다. 이런 불탑이나 마니석의 옆을 지날 때는 그 왼쪽길을 걷도록 해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불탑이나 마니석을 향하는 것이 존경의 표시라고 한다. 그럴려면 불탑을 참배할 때는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하는 것이다.

청보리밭을 지나고 산길을 두 시간 이상 걸어 올라가서 공강마을에 있는 작은 공강초등학교에서 휴식을 하였다. 박종웅 자문위원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간이 피리를 네팔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니, 너댓 명이 삐익~ 삐익~’소리가 나는 피리를 불며 박 자문위원님을 졸졸 따라 다녔다. 어린이들이 불어대는 피리소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올라 따또파니 마을이 멀리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 위에서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 2시 경에 따또파니(Tatopani, 2,607m)에 도착하였다. 온천이 있는 마을이라서 따또(뜨거운)와 파니()이 결합한 말이 마을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탐사 기간 내내 따또파니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모든 롯지에는 난방시설이 없으므로 밤에 잘 때도 끓인 물인 따또파니를 각자의 수통에 한 통씩 담아서 침낭에 넣고 자면 밤새 침낭 안이 따뜻해서 좋았다.

 

 

[따또파니의 노천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있는 탐사대원_김영식 사진]

 

  롯지의 방에 배낭을 풀고 노천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였다. 오늘 따또파니의 온천욕은 단순한 온천욕이 아니다. 반바지만 입으면 남탕·여탕의 구분이 없고, 백두산 정상 높이의 히말라야 오지에서 온천욕을 하는 호사를 누렸으니 그냥 온천욕이라고 간단히 말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의 온도는 한국 목욕탕의 42~43쯤 되는 고온탕 정도의 온도로 느껴졌고, 철분이 많아서인지 탕 안의 물은 황토색을 띠고 있었으며,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의 암반은 붉은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은 약간 차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온천욕을 하고 나니 피로가 확 풀린 느낌이다. 기분이 상쾌하였다.

저녁식사 전 식당에 모두 모여 윤석주 자문위원님의 제안으로 네팔 민요인 레삼피리리를 배우고 설악가를 부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처음 불러보는 레삼피리리는 리듬이 쉬워 배우기가 어렵지 않았다. 탐사대 수첩에 있는 레삼피리리의 가사를 보며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부르니 긴장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젊은 2명의 성인남자대원들이 가벼운 고소 증세로 힘들어 하고 있었으나 어린 청소년들은 비교적 적응을 잘하고 있어 대견스러웠다.

저녁식사 때는 히말라야에서 자란 염소를 한 마리 잡았다. 최창원 자문위원님을 중심으로 건강한 대원들은 술잔을 부딪히며, 고소 증세로 고생하는 대원들이 염소고기를 먹고 힘을 내, 고소증세를 빨리 떨쳐내기를 기원하며 건배를 하였다. 건배! ~~~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