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1. 07.[]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30분이 늦은 630분에 기상하였다. 7시에 밥과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숭늉이 곁들여 졌다. 트레킹 기간 내내 김치, 고추장, 젓갈 등 한식음식을 먹게 되니 음식 트러블이 없어 대원 모두의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매일 아침마다 다른 국을 끓여내는 쿡의 솜씨가 놀랍지만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치밀하게 식단을 짠 탐사대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더 놀라울 뿐이다. 오랜 히말라야 등반 경험을 통한 대원들의 체력관리 노하우가 탐사 일정과 식단 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다운 리더십이다.

 

  8시에 모두 모여 아침체조를 하였다. 롯지에는 마당이 없어 곰파의 마당에서 체조를 한 후 싱곰파를 향해 출발하였다. 마을 곰파를 나와 군부대 아래 쪽 길로 가다가 보건소 앞에서 농경지를 지나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 반 쯤 오르면 2개의 롯지가 있는데 겨울이라 문이 잠겨있었다. 10분 쯤 더 오르면 산 사면에 두르사강(Dursagang 2,650m)의 티숍(Tea Shop)이 있고 전망이 좋은 마운틴뷰롯지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쉬었다. 아침 햇살이 따뜻하였다. 이 롯지의 입구 문 위에는 바람으로 돌리는 작은 마니차가 있었다. 이곳 두루사강은 마을이 없고 롯지만 서너 곳이 있었다.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는 두세 시간이나 서너 시간을 걸으면 마을이 있거나 롯지가 있었다. 트레커들을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롯지들을 건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당한 거리마다 쉬거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롯지는 꼭 있었다.

  숲속 길을 2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탁 트인 능선 위에 롯지가 2개가 있는데, 여기가 풀룽능선(Phulung Danda) 위에 있는 포프랑(Phoprang 3,210m)이다. 롯지 선셋뷰호텔 간판에도 단다(Danada)라는 말이 있는데 단다는 능선을 뜻하는 말이다. 시간이 1140, 전망 좋은 곳에서 가네시 히말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쉬면서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햇살은 화창하나 3천미터가 넘으니 금방 추위를 느껴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었다. 운행 중에는 가벼운 복장으로, 쉴 때는 파카를 입어 보온을 하는 일이 고산 트레킹 중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쉽게 말해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잘하여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레이어링 시스템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등산을 하는 사람이 가장 등산을 잘하는 사람인 것이다. 땀을 흘리는 일은 에너지의 손실을 의미하므로 그렇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김치볶음밥을 먹고도 숭늉은 나온다. 우리 탐사대의 조리팀은 참으로 대단한 조리팀이다.

 

  오후 1시에 포프랑을 출발하였다. 이제부터는 3천미터 이상의 고소 산행이 시작되었다. 비교적 텽탄힌 길을 따라 걸었다. 롯지를 출발하자마자 바로 전나무 숲이 나왔다. 숲속 음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열대 우림지역이라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숲 속에서 나무하러 온 싱곰파의 어린이들을 만났다. 눈 속을 슬리퍼를 신고 오는 아이도 있었는데 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떠들고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1시간 30분정도 숲속 길을 걷다가 산 모퉁이를 돌아가니 싱곰파의 마을과 롯지가 보였다. 길은 마을 입구에 있는 롯지 앞에서 둔체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였다. 지도에는 둔체에서 싱곰파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포프랑에서 점심시간에 한가로운 탐사대원 모습_김영채 사진]

 

  오후 240분에 싱곰파(Singh Gompa 3,300m)의 레드판다호텔(Red Panda Hotel)에 도착하였다. 규모가 큰 롯지였다. 식당 건물과 숙소 건물이 분리되어 있는데 숙소도 트레킹 도중에 만난 롯지 중에서는 시설이 가장 좋았다. 2층으로 된 숙소 건물은 각 거실을 중심으로 2인용 객실이 4개가 있으며 거실 한 편에 좌변기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고산에서는 밤에 자주 깨어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화장실이 방 밖에 있지만 실내에 있으므로 매우 편리하였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 온다면 전망도 좋고 실내가 편리하게 되어 있어 며칠 묶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만난 롯지 중 가장 좋은 숙소였다.

  오늘 일정은 7시간이 못되어 트레킹이 끝났다. 호텔방에 짐을 정리하고도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어 마을에 있는 치즈공장을 방문하였다. 공장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야크 젖으로 만든 치즈는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맷돌크기의 치즈 덩어리에서 1kg 단위로 잘라 팔고 있었다. 몇 대원이 야크치즈를 구입할 때 나도 1kg을 샀다. 가격은 1kg570루피(1루피는 14) 하였다. 잘 숙성되었으나 가미되지 않은 치즈 맛은 느끼하고 짠 맛이 강해 우리나라에서 먹던 슬라이스 치즈 맛은 아니었다.

 

  저녁식사 전까지 식당에서 이야기며 노래하고 시간을 보냈다. 6시에 저녁식사를 할 때 박종익 부대장님이 내일 일정에 대하여 상세하게 소개를 하였다. “내일 우리가 머무를 장소는 고사인쿤드인데 해발고도가 4,380m나 되므로, 이번 트레킹 일정 중에서 내일 일정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정이다. 현재의 고도에서 약 1천미터나 고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며, 내일 운행만 잘하면 모레부터는 힘들지 않고 순탄할 것이라고 하였다. 박 부대장님의 권유로 내가 간단하게 덧붙였다. “고산병이 오지 않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혹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은 잠자기 전에 고산병 약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였다. 나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져 저녁식사도 충분히 하였다. 룸 메이트인 연철흠 선생님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다행이었다.

  저녁식사 후 우리팀의 포터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네팔 민요인 레삼피리리심심해를 부르며 춤까지 추었다. ‘레삼피리리(Resham Firiri)’는 네팔의 산에서 온 유명한 민요 중의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비단 두건이 바라에 날리네라는 뜻이라고 하며, 이 민요는 낭만적인 젊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라고 한다. 심심해라는 노래는 윤석주 자문위원님이 신청하여 포터들이 불러 주었는데 노랫말 속에 우리말 심심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우리끼리 심심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심심해라는 노래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심시메 파니마(Sim Sime Panima)’라는 노래인데, 네팔의 브라만(Brahmans)과 체트리(Chhetri) 공동체의 전통 결혼식에서 새로운 커플에 대한 환희에 찬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며 축하할 때 부르는 노래라고 하였다. 매우 경쾌하고 즐거운 가락이었다. 우리도 아리랑을 불러 우리 민요를 들려주었으며, 나중에는 레삼피리리를 같이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 트레킹 준비할 때는 우리 가요의 노랫말도 꼭 적어 와야 하겠다. 탐사대 수첩에 가사가 적힌 레삼피리리는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겠는데, 막상 우리 가요를 부르려니 도통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게 다 나이 먹은 탓인가?

  모든 대원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나와 연 선생님도 방으로 와서 내일 운행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youngch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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